새벽에 눈이 떠져 필리버스터 동영상을 찾아 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결국은 개인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구나. 역사는 이야기로 존재하고, '이야기는 말해져야 하는 것'이었어 주섬주섬 머리맡의 <목소리를 보았네>를 펼쳐 들었다. 설핏 이야기와 무관한 듯 보이는 이 책에도 무수한 이야기가 존재했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라 당혹스럽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는데, 당혹 스럽다는 것은 이토록 당연한 사실들을 그동안은 인지하지 못하거나, 외면 했다는 것이고, 감동적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역시나, 책 속의 책이라고, 읽고 싶은 책 제목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검색으로 찾아지지 않는 책이 대다수이고, 찾아지는 책 중에서 비고츠키의 책들을 같이 담아 둔다.

 

 

 

 

 

 

 

 

 

 

 

 

 

 

뛰어나고 헌신적인 그들에게서 나는 아무도 탐구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는 열정과 흥분을 느꼈다. 이러한 탐구 덕분에 나는 언어에 대해서, 말하기와 가르치기의 본질에 대해서, 아동발달에 대해서, 신경계의 발달과 기능에 대해서, 공동체와 세계와 문화의 형성에 대해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것은 내게 배움의 기회이자 기쁨이었다. 무엇보다도 특히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문제들에 관한 새로운 시각, 언어와 생물학과 문화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 것이 좋았다....그 덕분에 친숙했던 것들이 낯설어지고, 낯선 것들이 친숙해졌다. 10쪽

 

이 탐구에서 나는 매혹과 경악을 동시에 느꼈다. 내가 경악한 것은 평생 훌륭한 언어구사력(또는 사고력)을 얻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 앞에 놓여 있는 삶이 얼마나 빈곤한지를 알았을 때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또 다른 차원, 또 다른 영역을 인식하게 되었다. 생물학적인 영역이 아니라 문화적인 영역이었다. 내가 만나본 청각 장애인들 중에는 단순히 훌륭한 언어구사력을 습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완전히 다른 종류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많았다.그 언어는 사고력에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사실 소리를 듣는 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사고력과 인식 능력을 가져다주었다), 풍요로운 공동체와 문화의 매개체 역할도 했다. 나는 청각장애인들의 '의학적' 상태를 한시도 잊어버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들을 하나의 '종족'으로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독특한 언어, 감수성, 자기들만의 문화를 지니고 있다.11쪽

 

시각적인 언어인 수화의 존재, 그리고 수화를 습득하면 따라오는 지각능력과 시각적 지능의 놀라운 발전은 뇌가 우리로서는 짐작조차 하기 힘든 잠재력을 풍부하게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인간이라는 유기체와 신경계가 새로운 환경과 맞닥뜨려서 반드시 적응해야 할 때 거의 무한한 유연성과 수완을 발휘한다는 것도 보여준다. 설사 우리에게 (대개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해칠 수 있는 취약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천성과 문화는 함께 힘을 모아서 생존과 초월을 위한 무한한 자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예상하지도 못하는 힘을 주었다. 따라서 나는 청각장애인들과 그 가족, 교사, 친구 들이 이 책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기를 바라지만, 일반 독자들 또한 이 책에서 인간 조건에 대한 뜻밖의 시각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12쪽

 

언어를 모르는 청각장애인은 정말로 정박아가 될 수 있다.그것도 특별히 잔혹한 방식으로. 지능이 그냥 존재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높을 수 있는데도, 언어의 부재 상태가 지속 되는 한 그 지능도 그대로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카르 신부의 말이 옳다. 시적이기도 하다. 그는 수화의 세계와 처음 접하는 것에 대해 "생전 처음으로 지성의 ... 문을 여는 것"이라고 썼다.44쪽

 

시카르는 자신과 함께 산책을 나간 마시외가 모든 것의 이름을 물어서 메모하던 놀라운 모습을 묘사해놓았다.

 

우리는 과수원에 가서 모든 과일의 이름을 댔다. 숲으로 가서 떡갈나무와 느릅나무를 구분해보았다. ...버드나무와 포플러도 구분하고, 나중에는 숲속의 다른 모든 거주자들을 구분해보았다. ...마시외가 가진 서판과 연필은 내가 알려준 이름들을 모두 적기에 모자랐다. 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름들과 함께 아이의 영혼이 점점 넓어지고 자라는 것 가았다....마시외는 자신의 풍요로운 땅을 처음으로 찾아온 지주 같았다.81쪽

 

L.S.비고츠키는 <생각과 언어>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단어는 단순히 하나의 사물만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들의 집단을 가리킨다. 따라서 각각의 단어가 이미 일반화의 결과물이다. 일반화는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행위이며, 감각과는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반영한다.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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