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보물창고 - 열정과 젊음의 도시 브라질의 뒷골목 탐험
허다연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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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도서관 순례차 남산도서관에 갔다가 새 책 코너에 얹혀져 있는 <브라질 보물창고>를 발견했다. 한 눈에 맘에 들어서 뒤적여보지도 않고 빌려왔는데, 책도 첫인상이 다 인 건지, 내용도 마음에 들었다. '열정과 젊음의 도시 브라질의 뒷골목 탐험'이라는 부제가 알려주듯이 브라질하면 열정 젊음 카니발 이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운이 좋았다면 잠시쯤 가서 살았을수도 있는 곳이어서 나는 브라질에 대한 애정도가 조금 더 깊다. 표지는 마이클 잭슨이 방문하여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살바도르'란 도시이다. '살바도르'만의 색채가 한 번에 각인된다.

 

책은 전체 다섯 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브라질에 대한 전체적인 개관, 저자의 브라질에 대한 추억의 에피소드, 브라질의 먹거리, 리우 데 자네이루, 상파울루, 그 외 지역 소개, 서울에서 그리는 브라질에 대한 감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열의 나라 브라질을 소개하고 있지만 호들갑스럽지 않고 간간히 나타나는 저자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브라질에 대한 막연한 호감을 더 애틋하게 만든다. '아버지는 봄에는 산에 여름에는 바다에 가을에는 단풍을 겨울에는 눈을 보러 다니셨다'는 말에 내가 괜히 울컥 하기도 하면서 찬찬히 읽어 내려간, 봐 내려가지는 그런 글과 사진들이었다.

 

남미는 그야말로 막연한 호기심의 대상이다. 언젠가는 가보리라는  마음이 있는 것과 다르게 실상은 가게 될까라는 요원함이 더 현실적인 그 곳이기에. 이런 책 한 권쯤 사서 두고 간간히 펼치면서 이야기꽃을 두런두런 펼치거나 환상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저자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남미 가려면 왕복 500만원 정도 들어?"였다고 한다. 이런 막연함이 구체적인 실천에 걸림돌이 되는 법, 저자가 구매했던 가장 저렴한 항공권은 950달러, 성수기 가장 비쌀 때 구입한 것이 3300달러라고 한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이라지만 세상엔 뜻이 있다고 늘 길이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뜻이 있어 길을 찾고 싶은 사람은 이 책 속에서 길이 보일 것이요, 뜻만 있고 길을 찾기 원하지 않은 사람은 그저 이 책속의 이야기와 풍광에만 취해도 좋을 것이다.

 

가볍지만 진심이 담겼기에 이 책은 묵직하다. 감각적인 디자인, 손 안에 드는 이런 가벼움 안에 묵직한 감성이 느껴지는 여행서가 나는 좋다. 구체적인 정보야 말 할 것도 없다. 이런 삶과 이런 감성, 이런 책 모두 부러운 월요일 아침이다. 덕분에 주말에 브라질 여행 잘 하고 왔다.

 

 

 

'시인은 가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모르는 척 하려 한다. 그래야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시인이 아니지만, 이미 알고 있는 브라질을 모르는 척 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가려 한다. 두 문화를 잘 알고 있는 '나'라는 필터를 통해 만나게 되는 브라질은 한 번의 여행자가 전하는 경험과는 다르기를 소원한다. -프롤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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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 우리가 가고 싶었던 우리나라 오지 마을 벨라루나 한뼘여행 시리즈 1
이원근 지음 / 벨라루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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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야만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떠나는 사람들의  발길은 외부로 향해 있지만, 마음은 내부로 향해 있다. 그들은 낯선 것을 찾아 떠나는 듯하지만 결국은 자기 다운 것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여기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에 탐닉한 한 사내가 있다. 그는 이동해야 살 수 있는 태생적 여행자이고, 그의 취향은 '국내 오지'이다. 그에게 있어 여행은 섬세한 취향이며 고집이다. 쉰 다섯 꼭지에 걸쳐 소개된 전국 80곳의 오지 마을과 섬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찾아가야 하는 곳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사시사철 한 곳씩만 찾는다 해도 무려 20년이 걸려야 다 볼 수 있는 견적이다.

 

 저자의 오랜 여행길잡이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이 책은 전국의 오지 마을을 개척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며, 사람들과 교류한 생생한 체험기이다. 그렇기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성실하고 자세한 길잡이 책이 되었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아름다운 사진 자료와 찾아가는 길, 시간안배까지 고려한 추천일정은 이 책만의 장점이다. 

 

 책이 나온 것이 여행자들의 입장에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두 발로 걸어 산천을 두루 살피고 싶은 사람들에겐 희소식일 것이다. 한적함을 바라고 그 곳을 찾던 기존의 여행자들에겐 불행한 소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父子 2대에 걸친 국내 여행에 대한 애정과 발품, 그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고요한 곳은 고요한 사람들만이 찾는 다는 전제하에, 이 책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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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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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성공한  삶이다. (성공이나 목표등의 단어들을 싫어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든 생각이다) 그만하면 인정도 받았고, 그만하면 사랑도 했고, 그만하면 성과도 있었다. 성찰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얘기하고 있지만 그만하면 성찰적 삶이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20대에 찾아 꾸준히 해내었으니 부러운 삶이다.

 

타박 타박 자기 길을 걸으면서 남의 인생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스토너의 삶, 스스로는 '내가 좀 강했더라면'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스토너가 아내와 딸, 로맥스와의 관계에 있어 더 강하게 자신의 의지를 피력했더라면, 개선이라기 보다 갈등을 낳았을 것이다. 자신이 무엇인가 할 수 있다고, 특히 다른 사람의 삶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 강한 사람들이말로 얼마나 폭력적인가.

 

'스토너' 같았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이정도 세상도 유지되고, '스토너'적인 삶을 보며 성공했다고 인정해 주는 시선이 많을 때 덜 폭력적인 세상이 될 것이다. 일상의 낱장 낱장을 담담히 기록한 것 같은 느낌이 잔잔했고, 순간순간 마음을 읽어주는 것 같은 문장들이 많아서 위로가 되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그랬다. 이언 매큐언이 이 소설을 읽고 '아름답다'고 표현했는데, 그 말에도 공감한다. 다만 뒷표지나 책 띠의 요란한 문구들은 몹시 거슬린다. 마케팅은 결코 '스토너'적이지 않다. 하마터면 책을 안 읽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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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셰프 샘킴의 이탤리언 소울푸드
샘 킴 지음, 강희갑 사진 / 벨라루나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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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가운데서 그가 환하게 웃고 있다. 흙 묻은 장화에 청바지,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건장한 체격. 하얀 도화지에 다양한 식재료들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농부, 그의 이름은 셰프 샘킴이다. 판형이 큰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탄성이 절로 난다. 요리책이 아니라 화집을 보는 듯,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그의 작품들이 펼쳐졌다.

 

'바질페스토와 전복 탈리아텔레'

 '바질페스토와 전복 탈리아텔레'라니 멘붕이 온다. 사진이 없었다면, 이탈리아요리 용어 사전을 구입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탈리아텔레를 바질과 잣 마늘을 함께 갈아 만든 소스에 버무려 전복 슬라이스를 올린 요리.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가 자동연상되는 상황에서 그의 책은 조금은 더 구체적이다. 전복 파스타가 아닌 '바질페스토와 전복 탈리아텔레'인 것. 녹색 섬과 은회색의 섬을 작은 바질 이파리 두 개가 이어주고 있다. 면은 둥글게 오므려 담고, 그 옆에 전복 껍질과 바질 잎으로 데코레이션한 샘 킴 셰프의 작품이다.

 

'훈제오리와 탈리아텔레'

탈리아텔레가 두 번째 나오니 이제 좀 마음이 푸근하다. (그래봤자 좀 넓은 칼국수면인거지 뭐..라는 배짱이 생겼다. 역시 아는 데서 자신감이 생긴다..에험) 훈제오리는 이제 구하기 쉬운 흔한 식재료가 되었다(홈쇼핑의 은혜라고 해야하나..) 길게 먹고 지쳐 냉동고 구석에서 한 봉지쯤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있는 훈제오리.를 버섯과 함께 작게 다져 탈리아텔레 면과 함께 볶는다.(물론 샘킴 셰프는 오리도 직접 참나무 훈제를 한다. 하지만 나는 셰프가 아니니까...ㅠ) 데친 그린빈과 크레송을 올린다. 로 끝나는 이 요리는 크레송은 이렇게 생긴 이파리구나하는 깨달음을 주는 요리다. 그리고 이제는 알게 된 탈리아텔레와 늘 먹던 훈제오리를 격상 시킨 훌륭한 파스타이다.

 

'살치차와 케일 탈리아텔레'

살치차가 뭐지?하는 극강의 호기심으로 레서피를 뚫어질 듯 훑는다. 그리고 다시 멘붕이 온다. '믹싱볼에 다진 돼지고기를 넣고 카옌페퍼, 다지 펜넬씨드와 소금, 후추간을 해서 골고루 섞고 2시간 이상 마리네이드 한다'래...카옌페퍼, 펜넬씨드 다시 폭풍 검색질에 들어간다. 검색질 결과 카옌페퍼는 고추가루, 펜넬씨드는 회향씨앗, 그리고 '다지'는 '다진'의 오타라는 것도 깨닫는다.

카옌페퍼는 칠리를 잘 말려 가루로 낸 것인데, 칠리는 북아메리카에서 흔히 자라는 허브의 종류. 텍사스 초원에서 아무 데나 씨를 뿌려 거둔 다음 맛 없는 고기의 맛을 감추기 위해 뿌려 먹었다는 고급 정보도 알게 되었다. 역시 공부도 시켜주고 눈 호강도 시켜주는 훌륭한 요리책..

 

나는 해먹으려고 요리책을 보는 편이지만, 이 책에 나오는 요리들은 집에서 해먹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토끼고기 같은 일반적이지 않은 재료나, 처음 들어보는 향신료들을 일부러 구해 요리를 시도할 정성은 없기 때문이다. 단지 해먹을 수 있는 요리는 한 번 시도하고, 그렇지 않은 요리들은 눈으로 감상하고, 새롭고 신기한 요리의 재료들이나 용어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누리기는 좋았다. 기본적으로 샘 킴 셰프는 슬로 푸드를 지향한다. 케일 탈리아텔레는 케일즙을 내어 반죽을 하고 밀어서 면을 만드는 식이다. 요리의 과정들을 천천히 보면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피해 밥상을 차리는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만두피나 칼국수 따위들을 직접 반죽하고 밀어서 해먹기를 좋아하던 옛날의 나도 있었는데, 요즘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엄두가 안나 금세 마음을 접곤 했다.(번거롭게 해먹느니 안먹고 만다..)

 

토마토 한 개를 들고 왕~하고 베어 먹는 것(샘킴책을 읽기 전의 나)이 아니라,  슬라이스한 토마토 위에 소금 후추를 뿌리고 생바질과 다진 파슬리를 올려 준 뒤 화이트 와인 드레싱을 뿌려 먹고, 토마토 카프파초를 먹었다고 자족감을 느끼는 것, 이탈리아식으로 먹었노라고 허세를 한 번 부려 보는 것도 사는 재미가 아닐까. 집에서 파스타를 먹을 때 토마토 카르파초를 곁들이면 레스토랑 기분이 나기도 할 테니까..그리고 아드리아해의 바다 빛을 잠깐 떠올려 보는 거지.(급 이탈리아 가고 싶다.워~워~)

 

암튼 이 책에는 70여가지의 요리가 실려있는데, '해산물구이', 전복과 관자구이' 주꾸미 파스타' '브로콜리 수프' 처럼 쉬워 보이는 요리와, '감자 프리타타와 채소 카포나타' '토끼 라구 파파르델레''홍합 샤프란 키타라' 같이 어려워 보이는 요리들이 뒤섞여 있다. 모르는 용어들은 찾아 보고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고를 반복하면서, 그래도 펼쳐보게 되는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요리책 하나로도 내가 확장됨을 느꼈다. 세상에는 모르는 것이 이렇게나 많고 이런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리고, 내가 추구하던 느림을 어느새 질려하고 있었구나를 환기하면서, 다시 느림의 아름다움을 회복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느리지만 아름다운 요리를 하는 남자, 샘 킴. 이 책에 대한 나의 한 줄 평이다.

 

 

식재료를 구하다보니 아무래도

구미에 딱 맞는 것을 찾기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직접 농사를 지어보자 생각했지요

자주 들러야 하는 만큼

집 가까이에 있는 곳 위주로 물색했는데

마침 공항 근처에서 개발이 안 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땅을 발견했어요

주변 농부들의 도움을 받으며

12가지 종류의 채소를 기르고 있는데

땅고 볕이 좋아서인지 무척 잘 자라요

다른 데서 구입할 필요 없이 여기에서 기른

식재료만으로 요리를 할 수 있을 정도지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농작물을 보는 재미가 대단합니다.

 

 

 

주방에서의 작업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

무한한 가치를 더하는 일입니다

 

샘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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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3
메리 셸리 지음, 이인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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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징검다리 클래식'이란 이름으로 기획된 이 시리즈는, 말 그대로 청소년들이 고전의 숲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의 역할을 하기 적합하다. 서문에서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어 원전의 의미를 해치지 않으면서 청소년들이 소화하기 쉽게 다듬은 '어스본 클래식 Usborne Classics'을 원전으로 삼았다고 밝히고 있다. 알고 읽으면서도 너무 간추린? 느낌에 읽기를 그만 둘 뻔 하였지만, 읽고 나서 생각하니 독서력이 있는 초등학교 중학년 정도도 읽을 수 읽을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다만 책 말미의 길고 다양한 정보가 있는 해설은 고등학생 정도의 눈높이가 아닌가 한다. 본문 내용과 해설의 수준이 불균형이라면 불균형인데, 해설을 읽고 안 읽고는 독자의 선택이니 처음 읽는 고전 시리즈로는 괜찮다는 생각이다. 갈바니 동물 전기나 알레브투스 마그누스, 파라셀수스,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등 빅터가 영향을 받았다는 이론가들에 대한 소개, 저자인 메리 셀리에 대한 이야기등이 아주 흥미진진했다. 단지 괴물이야기로만 읽힐 수 있는 <프랑켄슈타인>이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고 어떤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청소년들이 그냥 읽고는 알 기 힘들기에 이런 해설이 있는 시리즈물은 고전 처음 읽기로 아주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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