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순의 방 한 쪽에 신문이 펼쳐진 채 놓여 있었다.

전두환의 얼굴이 보이는 그 신문을 가르키며 장일순이 말했다.

"저이가 위험한 사람이야. 우리가 저 사람을 위해 기도를 해야 돼"

저이란 전두환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전두환뿐이 아니었어. 박정희도 김일성도 늘 같이 대했어.

늘 말씀하셨지. 그 사람들 잘 되도록 우리가 기도해야 된다고."

 

누군가 방황을 할 때 우리는 두 가지 태도를 취할 수 있다.

하나는 욕이나 비난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부디, 잘 되라고 비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적이라도 그 사람이 잘 되기를 빌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진짜 얻어야 하는 것은 누굴 이기는 게 아니라 평화로운 삶이기 때문이다.

 

혼자 뉴스를 보는 경우 아직까지 혼잣말로 촌평을 하지 않고 묵묵히 쳐다보지만,

가끔 아내와 함께  정치인에 대한 보도를 볼 적마다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에 대해 심한 말까지

서슴지 않고 내뱉곤 한다.  늙어가는 증세인가...

그러나 아름다운 사람 장일순 선생의 말씀을 듣고 내 행동에 반성을 한다.

 

원주에는 1군 사령부가 있다. 1군사령관은 별이 넷인 4성 장군이다.

새로 부임해 온 1군 사령관이 인사를 하러 장일순의 집에 들렸다.

늘 있는 일이었다.

각 기관의 장은 새 부임지에 가면 그 지방의 유지를 찾아가 인사를 드리는 것이 상례였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사령관이 장일순에게 나이를 물었다.

서로 나이를 주고받고 나서 장일순이 말했다.

"저보다 아래시군요. 제가 말을 놓아도 되겠습니까?"

소탈하면서도 서슴없는 제안에 장군은 거절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장일순은 이렇게 사람들이 단 계급장이나 쓰고 있는 모자 벗기기를 잘했다.

평신도이면서도 사석에서는 신부라도 나이가 아래면 그냥 아우님이라 불렀고, 위면 형님이었다.

지학순 주교도 사석에서는 형님이었다.

 

과연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어떤가 생각해보니 선생과 달리

사람들이 걸친 위의에 맞추어 사람들을 대하며 살고 있었다. 단 한 차례의 예외도 없이

과연 사적으로 만날 경우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있다손쳐도

나보다 나이어린 목사나 전도사에게 말을 놓을 껏 같지않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장일순에게 과연 아내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우리집 주인은 내가 아니고 저 양반이야. 나야 건달이고 하숙생이지"

장일순에게  아내는 또한 선생님이기도 한데, 그 이유는 이렇다.

"해월은 이렇게 말씀하셨지. '아이들 말이라도 옳으면 따라야 한다'고

남자는 원래 구녁이 많은데 그때마다 아내가 일침을 가하듯 딱딱 찔러준다네.

뭐냐하면 그런 점에서 아내는 선생님이시지."

목사 이현주가 처음  부인과 함께 선생을 찾아 뵈었을 때, 부인이 자리를 뜨자,

"저 사람이 보살일세. 잘 모시게"

 

오늘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기념절이다.

예수님이란 과연 누구이신가.

나는 선생의 말씀을 빌어 말하고 싶다.

 

남녀노소 빈부귀천 등 조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을 보살로 모시는 분이다.  예수님은

그리고 장일순 선생은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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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4-1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사람을 공경하는 그 마음씀이 참 공부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랫만에 올리신 글을 잘 읽고 갑니다.

stella.K 2006-04-16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예수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2006-04-17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6-04-17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안녕하세요.
저도 따라 인사올립니다.
말씀하신대로 모든 사람과 사물 삼라만상을 차별없이 대하여야 할텐데
생각처럼 너무 안되네요.
마음공부길은 가도 가도 천리길처럼 멀게만 느껴집니다.
삼일만에 득도했다는 삼일암의 주인이야 전생에 숙생의 업을 다 닦은 분이시겠죠.
그래도 낙망하지 않고 쉼없이 나서야 된다는 말씀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니르바나 2006-04-17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감사합니다.
스텔라님에게 부활절 인사를 받으니 가슴까지 희열이 벅차오르는 느낌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부활로 오시는 예수님의 사랑이 스텔라님에게 영원하시길 빕니다.^^

니르바나 2006-04-17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암님, 감사합니다.
내내 빽없이 산 인생이지만 그 느낌은 잘 알 껏도 같습니다.^^

혜덕화 2006-04-17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가 부활절이었나봐요. 뒤늦게 알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요즘 성경 읽으면서 느끼는 건데, 성경의 가장 중요한 코드는 <사랑>인 것 같습니다. _()_

2006-04-17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6-04-18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사랑 에 절대 동감합니다.
저는 죄나 용서라는 말보다 사랑이 우선한다고 봅니다.
사랑이 있으면 죄나 용서라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사라지니까요.
햇빛아래 어둠처럼이요.
사랑이야말로 온 인류의 정신사를 관통해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니르바나 2006-04-18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폼님, 저도 반값이라는 말씀에 어제 5권을 보관함에 담았다가
과연 이 책들이 불요불급한 것인가 자성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물키는 것을 막을 수 없어요.
너나 없이 이런 경우 흥분하는 것이 인간적이지 않나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이라 오히려 정감이 갑니다.^^

2006-04-18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하 2006-04-18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외로운 마음 달래고 갑니다.

waits 2006-04-1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처음 뵈어요...^^ 푸하님 덕에 여기까지 왔네요.
요즘 여기저기서 장일순 선생님을 마주칩니다.
덕분에 주문한 선생님의 책들이 내일쯤 온다는데, 기대되네요.

니르바나 2006-04-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님, 이렇게 찾아 주셔서 인사를 건네 주시니 반갑습니다.
장일순 선생님의 큰마음에 기대면 속이 다 풀리지요. ^^
우선 오늘은 푸하님과 나어릴때님을 즐겨찾기 서재에 등록하고 님의 글을 찾아 읽고
차차 방문인사 드리겠습니다.
내내 평안하시길 빕니다.

니르바나 2006-04-19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님, 하늘은 황사에 비까지 내려 창밖 풍경은 을씨년스럽기만 한데
어제는 두분이 저의 가난한 서재에 찾아주시니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입니다.
장일순 선생님을 만난 인연이 이렇게 귀한 만남도 주선해 주시는군요.
나어릴때님을 만나게 해주신 푸하님께도 감사드려야겠군요.
일간 찾아뵙고 인사 올리겠습니다. 나어릴때님^^

니르바나 2006-04-19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자님, 제 눈에는 아주 귀여우세요.
약지도, 밉살스럽지도 않구요.
제가 볼 적에 어디에도 걸리지 않은 무애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라면 허겁지겁 쯩에 기대 한 건 했을텐데요. ㅎㅎ

2006-04-19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6-04-1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자님, 사실은 귀여우세요 옆에 혹시 결례가 될까 싶어
괄호안에 말을 담았다가 용감하게 지웠거든요. ㅎㅎ
무애한 선사들의 특징이 무엇인지 아시나요.(양주동선생의 호를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제가 살펴본 바로는 신통력처럼 특이한 功能보다는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기자님이 어떻게 하시든 자연스러웠던 것 같이요. ^^

푸하 2006-04-1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 님! 많은 존재를 존중하시려는 모습에서 느끼는 바가 많아요. 그런데 이름 아래의 아인슈타인 그림은 그 인상과 사뭇 달라요...^^; 부조화의 조화인가요?^^;

waits 2006-04-20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정하고 따스한 인사에 감사를..^^
몸이라도 날릴 듯이 바람이 불어대네요. 앞으로 자주 뵈어요!

니르바나 2006-04-20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님, 그리 생각해주시니 외람될 따름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사진의 포인트는 혀를 내밀고 찍은 장난기 아닐까요.
보시고 한번씩 웃어주세요.^^

니르바나 2006-04-2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님, 오늘도 푸하님과 같이 오셨군요.
오늘 바람도 장난이 아니게 불어대는군요.
행복한 하루되시라고 니르바나가 인사드렸습니다.
저도 자주 뵙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