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셔닝 -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의 마케팅 바이블
잭 트라우트 & 알 리스 지음, 안진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학교에서 한 학기동안 마케팅 수업을 듣고도 과연 내가 마케팅에 대해 뭘 아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관련도서 목록을 뒤져 가장 많이 추천받는 책 몇 권을 추려냈고, 그 중 제일 먼저 집어든게 이 책이었다. 우연한 선택이었지만 막상 읽고보니 왜 이 책이 명저인지 알고도 남겠고, 학교에서 괜히 이론으로 어렵게 배운 것이 조금 억울한 생각도 든다. 

포지셔닝이란 말그대로 어떤 제품이 고객의 마인드에서 특정한 위치를 점하는 것으로, 이 책의 저자들이 1972년 논문을 통해 처음 소개한 개념이라고 한다. 이 개념이 나온 것은 커뮤니케이션 과잉으로 광고량이 늘어날수록 커뮤니케이션 효과가 줄어드는 시장 상황 때문이었다. 따라서 고객의 마인드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포지셔닝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고, 그 적용대상 또한 제품에서 기업,국가, 서비스, 심지어 개인으로 얼마든지 확장시킬 수 있다. 책 구성도 앞에서는 포지셔닝에 대한 각종 법칙과 사례들을 소개하고 후반부에서는 확대된 대상에 대한 적용사례를 소개하는 순서로 짜여있다.

각종 사례를 통해 많은 얘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요지는 하나, 즉 고객들은 자신들의 기존 브랜드에 대한 인식에 따라 물건을 구입하고 제품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케팅 담당자들은 제품 근시안(myopia)에 빠져 제품을 잘 만들어야 잘 팔린다고 믿거나 광고의 독창적인 이미지 개발에 힘쓸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인드에 자신들이 원하는 메세지를 압축하여, 집약적인 한단어로 심어주어야 한다. 신제품을 출시할 경우에는 괜한 라인확장을 통해 이미 포지셔닝된 브랜드를 훼손하지 말고,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여 다르게 포지셔닝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저자들이 독자의 머리속에 포지셔닝하고자 하는 이 책의 메시지다.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저자들이 실사례를 인용하면서 덧붙이는 가차없는 코멘트에 있는데, 어떤 부분은 좀 심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빈정거리는 구석이 있다. 게다가 출간 20년 기념판으로 내용이 보강되면서 저자들의 20년 전 예상과 현재의 결과를 비교해 적중 여부를 판단해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예상이 빗나간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예상이 맞아떨어져 책의 신뢰감을 더함은 물론이다. 오히려 자꾸 실패사례가 언급되다 보니 뻔한 답을 두고 굳이 실패를 거듭하는 기업들이 답답해질 정도다. 책이 나온지 20년이나 되었고, 이론적으로도 포지셔닝의 중요성이 인정되는데 왜 기업들만은 여전히 이 개념을 도입하지 않는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다만 내용상 아쉬운 점이 있다면 포지셔닝 방법이나 효과가 고객의 관여도나 제품구매 빈번도에 따라 업종별로도 차이가 날 것 같은데 그 부분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에 연이어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읽었는데 마침 그 책의 22개 법칙 중 절반 정도가 중복되는 내용이라 따로 정리가 필요 없었다. (시소의 원리는 없는 것 같지만) 두 권을 같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결론짓자면 부담없이 재미있고, 풍부한 사례덕에 내용이 머리에 쏙쏙 박히며, 아울러 각종 마케팅 분야에 대한 일관된 분석틀을 얻을 수 있으니 여러모로 안읽을 이유가 없는 책이다. 어떻게 지금까지 이 책을 모르고 살았는지 오히려 놀랍다. 20년이나 넘게 주목받아온 이 책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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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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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 무기력해질 때면 찾게되는 책들이 있다. 내겐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읽다보면 책만 열심히 읽어도 먹고살 수 있겠다는 희망이 솟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다치바나는 좋은 역할 모델이다.

 

처음 읽었을 때 이 책은 저자의 열정만으로도 충분히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회독수가 늘어감에 따라 자주 들춰보게되는 부분은 주로 고전에 대한 재정의, 효율적인 독학방법, 그리고 회화적 책읽기와 요약방법 정도다. 그 외 나머지는 평범한 독서라기에는 좀 현실성이 떨어져 그저 책읽기에 들린 괴짜의 무용담 정도로 읽힐 뿐이다. 물론 흔치 않은 경험인 만큼 읽을거리로서의 재미는 있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재정의하는 고전이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19세기 문학보다 더 긴 세월의 검증과정을 거친 책들로서, 그 내용 자체가 훌륭할 뿐더러 그 책을 읽은 사람들 사이에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내용을 지닌 책이다. 따라서 고전을 읽는다면 충분히 오랫동안 살아남은 책들을 골라야 하고, 과거의 지의 총체를 얻기 위해서라면 고전보다는 최신 보고서를 읽을 것을 저자는 권한다. 그리고 독학을 통해 각종 주제를 섭렵하며 전문지식을 얻어온 저자답게, 책고르는 법에서 우선순위 정하는 법까지 자신의 독학비결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회화적 책읽기란 음악적 책읽기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책을 1p부터 마지막 장까지 순차적으로 읽기보다 우선 책의 전체적 구조를 한눈에 파악하고 그 중 관심이 가는 부분을 중심으로 정독에 들어가는 독서법을 의미한다. 특히 논픽션의 경우 구조를 이해하면 각 부분의 키워드를 연결하여 한장의 도표로서 책 한 권을 요약할 수 있다는 말은 설득력이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좋은 서평은 책에 대해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면 그 점만을 재빨리 끌어내 전해주어 책이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평쓸 때 이 말을 염두에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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