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라는 게, 조금 놀아보면 그 맛을 기가 막히게 알아서 계속 편하게 살려고 그래요. 자꾸자꾸 게으름 피우게 놔두면 막 놀고 자빠지고 싶어 해. 아주 습관이 돼서 놀려고만 드니까 좀 후둘겨 패서라도 움직여줘야 돼요… 그래야 아 이거 내가 해야 되는구나, 싶어서 하지.-104쪽
어른이 되면서, 어쩐지 끌리게 되는 여자들은 죄다 이상하게 아름답고 이상하게 관능적이었다. 직업이 뭐건 나이가 몇살이건 어떻게 생겼건 온몸에서 풀풀 풍기는 ‘살겠다, 살고야 말겠다’하는 에너지야말로 그 아름다움의 정수였던 거다. 그 사람들은 모두 무섭고도 아름다웠다. 원래 아름다운 것들은 조금씩 무섭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릴케가 말했던 그건지도 몰랐다. 고요히 우리를 멸시하여 파멸로 이끄는 그 아름다움.-21쪽
그래, 와라, 뭐든 오라지. 와보라지, 어디 한번 와보라지. 설령 그게 하수구 물이든 빗물이든 똥물이든, 남보다도 못한 애인이든, 내 아르바이트 비 떼어먹은 양심 없는 클라이언트든, 와봐라, 오너라, 세상아. 와서 마음대로 두들겨 패라. 인생이든 세상이든 누군가든, 나를 때려눕혀 엉망진창으로 나자빠진다 해도 죽지는 않을 테니까. 안 무섭다.-83쪽
그때는 순진하게도 나의 창의력이라던가 그런 것이 꽤 가치있는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 같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는 그런 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고, 오래 버티는 놈이 이긴다는 것 정도는 안다.-212쪽
반짝반짝 빛나지 않아도 생은 소중한데…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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