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그루엔의 경우에서 보듯이 현실의 억만장자들은 소유로부터 탈출하고 있다. 그들은 ‘무소유’가 가장 영리하게 부를 소비하고 현시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 (30)
우리의 내면은 자기 안에 자기, 그 안에 또 자기가 들어 있는 러시아 인형이 아니다. 우리의 내면은 언제 틈입해 들어왔는지 모를 타자의 욕망들로 어지럽다. 그래서 늘 흥미롭다. 인간이라는 이 작은 지옥은. (75)
아이는 자기를 덜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에 들려고 애쓴다고 한다… 그(그녀)가 자기를 버리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바로 그것 때문에 아이에 대해 힘을 갖게 된다. 나쁜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음으로써 아이를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76)
로마인들은 화려한 연희를 열 때마다 노예가 은쟁반에 해골바가지를 받쳐들고 손님들 사이를 지나다니게 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기억하라’ 같은 깊은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게 연희의 흥을 돋우었기 때문이다. 해골바가지를 보면 술맛이 더 났던 것이다. … 지금도 그 전통은 핼러윈으로 면면히 이어져내려오고 있다. 그날이 되면 해골과 좀비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죽은 자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밤새 술을 마셔댄다. 핼러윈의 상징, 속을 파내고 불을 밝힌 호박은 즉각적으로 해골바가지를 연상시킨다. 죽음과 종말을 떠올리면 현재의 삶은 더 진하고 달콤하다. 로마인들은 이천년 전에 이미 그걸 알고 있었다. (90)
반스앤노블 같은 미국의 대형서점 체인은 어떤 책을 어디에 진열할 것인가까지도 본사의 컴퓨터가 인공지능으로 결정한다. 판매량과 독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집계하여 분석한 컴퓨터가 어떤 책을 중앙 매대에 놓을 것인가를 매일 결정해 지시를 내린다. 변덕스러운 인간의 판단 따위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서점 직원은 책을 손님에게 권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에서 컴퓨터의 지시에 따라 책을 진열하는 역할로 전락했다. 책의 유통기간도 많이 짧아졌다. 총 판매부수의 80퍼센트가 출간 삼개월 안에 팔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0)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은 값이 떨어집니다. 많은 회사들이 뛰어들어 서로 경쟁하며 값싸게 생산할 방법을 결국 찾아내거든요. 저희가 만드는 시계는 사람들에게 필수품이 아닙니다. 그러니 값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160)
택시는 대중교통으로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을 채우는 여집합의 성격을 가진다. 여집합은 스스로 자신을 규정할 수가 없어 여집합이다. (174)
"삶이 이어지지 않을 죽음 후에는 전혀 무서워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이해한 사람에게는 삶 또한 무서워할 것이 하나도 없다." (98, 에피쿠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