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열흘 정도를 내리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서는 오엔 겐자부로의 책을 한 권 사 들고 집에 와서 독파하고, 다시 학교로 가서 다른 책을 산 후 집으로 돌아와 읽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니까 뭉뚱그려 말하자면 제가 오엔 겐자부로의 소설을 읽은 것은 제 인생의 한가운데 열흘 동안입니다. 오에 씨의 책을 사서 자취방으로 돌아가 조용한 가운데 가끔 과자를 우적우적 씹으며 읽었습니다. 다 읽으면 학교로 가서 또 다른 책을 사 들고 집으로 와 읽었습니다. 열흘 동안 그 짓만 했습니다. 대학 시절 방에만 틀어박혀 모든 작품을 독파한 작가는 오에 겐자부로에 기타가타 겐조입니다….그 열흘 동안 참 즐거웠습니다. (72)
‘청춘문학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무 근거 없이 나한테는 분명 특별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회사를 그만두고 소설에 매진해볼까?" "그러는 것도 괜찮겠네." 아내의 첫마디였습니다. 그냥 흘리는 말도 아니었지만, 별로 심각하지 않은 선선한 말투였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 선선한 반응 덕에 결심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옳은 결정이었는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때 아내의 말은 제게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149)
돈이 없어서 식재료를 구하지 못할 때는 자취생의 필살기, 맨밥에 버터로 한 끼를 대충 때우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먹은 음식 중 가장 심플한 반찬은 ‘음악’이었습니다. 반찬거리가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윙윙 틀어놓고 음악에 취해 후딱 맨밥을 털어넣는 게 그 방법입니다. (164)
이 작은 ‘누군가’는 자기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현실사회에 어떻게든 접하고자 팔을 필사적으로 뻗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보고 있노라면 ‘손끝만이라도 좋으니 가 닿기를’하고 기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