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나를 보고 있으면 때때로,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워집니다. 저 웃는 얼굴 안쪽 깊숙이에 있는 그 사람의 머릿속에는 뭐라고 할까, 여하튼 수많은 수식이 준비되어 있고 끊임없이 여러 가지 대답을 계산해내고 있습니다.
아니, 계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논리도, 이치도, 정리된 체계도 보이지 않지만, 누나 나름의 ‘무언가로’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언뜻, 퍼즐의 조각들처럼 보입니다. 그런데도 끈기 있게 나열하다 보면 내가 맞설 수 없는 ‘진지함’ 같은 것이 희미하게 보일 듯한 기분도 듭니다. (12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