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글을 쓰는 일이 공장에서 하는 일보다 우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공장에서 무언가를 생산하는 일이 소설을 쓰는 일보다 구체적이며 직접적이고 의미있는 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일을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위로를 받는다. 인간들은 대체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또,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서로가 서로를 돕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의 부분을,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나라는 존재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산으로 만들어진 조립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구라는 거대한 공장에서 서로를 조립하고 있는 셈이다. (8~9)

…수분이 빠져나간 것들은 어째서 그렇게 모두들 안쓰러워 보이는지 모르겠다. 말라 비틀어져서 손대면 바스라진다. 생명이란 그렇게 빠져나간다. (77)

외국의 유명 아티스트들은 대개 자신의 엘피 한 장 정도는 가지고 있다. 몇 달 동안, 때로는 몇 년 동안 작업한 자신의 노래를 엘피라는 ‘물질’에다 담아보고 싶은 것이다. 너무 빨리 소비되고, 너무 빨리 잊히는 음악에 대한 안타까움이 엘피를 제작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엘피로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조금 귀찮고 거추장스럽지만, 누군가 몇 달 동안 만들어낸 음악과 정면으로 마주하려면 그 정도 번거로움은 감내해야 하지 않은가, 라는 질문이 엘피 속에 들어있는 셈이다. (164)

"피아노는 어떤 식으로 건반을 만지더라도 음색이 균일하다…." 피아노 소리는 딱딱한 듯 부드럽고, 약한 듯 강하다. 흔한 듯 흔한 소리가 아니다. 현실의 소리 같다가도 꿈속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기도 하다. 아마도 타현 악기이기 때문에 그런 미묘한 소리가 나는 것일 텐데,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는 그 소리에 오래 전부터 매료됐다. (179)

피아노를 옮기고 난 다음에는 며칠 동안 제자리에 가만히 두어야 소리가 잡힌다고 한다. 까다롭다. 피아노는 전자 제품이 아니다. 이건 마치 반려동물 같다. 살아있는 생물 같다. 전문가들은 피아노를 험하게 치는 것보다 아예 안 치는 게 더 나쁘다고 말한다. 피아노를 외롭게 두면 안 된다는 얘기이기도 하고, 피아노는 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만히 놓아두면 길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동이 있어야 부품과 나무가 결합되고 내부에 울림이 있어야 안정을 찾게 된다. 피아노는 살아 있다. (188)

긍정의 결속력은 약하고, 부정의 결속력은 강하다. 대중은 늘 조용하고 거대하다. (2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