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 돌은 외부로부터 찾아온 물체가 아닐 것이다–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동안 준페이는 그것을 알게 된다. 요는 그녀 자신의 내부에 있는 무엇인가이다. 그녀 내부의 그 무엇인가가 신장처럼 생긴 검은 돌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에게, 무엇인가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을 위한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밤마다 이동하는 형태를 취해서. (181)

"높은 장소에 올라가면, 거기에 있는 것은 오로지 저와 바람뿐입니다.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바람이 저를 감싸고, 저를 흔들어댑니다. 바람은 저라는 존재를 이해합니다. 동시에 저는 바람을 이해하지요.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기로 결정하는 겁니다. 저와 바람뿐–다른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 바로 그런 순간입니다. 아뇨. 공포는 느끼지 않습니다. 일단 높은 장소에 발을 내딛고, 거기에 집중해서 푹 빠져버리면, 공포는 사라집니다. 우리는 친밀한 공백 속에 있습니다. 저는 그런 순간을 무엇보다도 좋아합니다." (190)

"질투의 감정이라는 것은 현실적인, 객관적인 조건 같은 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것 같아요. 다시 말해 혜택 받은 입장이니까 다른 누군가를 질투하지 않는다든가, 혜택 받지 못했기 때문에 질투를 한다든가, 그런 건 아니라는 거예요. 그건 몸에 생기는 종양처럼,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제멋대로 생겨나서, 이유 같은 것과는 상관없이 자꾸만 넓게 퍼져나가요. 알고 있어도 막을 수 없는 거죠. 행복한 사람에게는 종양이 생기지 않는다든가, 불행한 사람에게는 종양이 생기기 쉽다든가, 그런 일은 없잖아요. 그것과 마찬가지예요."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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