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딸의 딸
최인호 지음, 최다혜 그림 / 여백(여백미디어)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아아, 그렇구나. 봄꽃은 잎을 무성하게 자라게 하기 위해서 피어나는 전야제의 꽃이다. 그렇다면 여름의 꽃은 무엇인가. 그것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 피어나는 꽃이 아닌가. 그렇다면 또 가을에 피는 꽃들은 무엇인가. 그것을 씨앗을 보존하기 위해서 피어나는 꽃이다. (94~95)

아아, 그렇다. 우리 다혜가 이제 봄나무가 되었다. 사춘기의 광기 어린 꽃봉오리가 툭툭 소리를 내면서 벌어지고 있다. 이 꽃이 만발하고 났다가 속절없이 지고 나면 다음엔 청춘의 신록이 우거질 것이다. 그러나 이 꽃이 만발했다 질 때까지의 긴 세월 동안 이 죄 없는 애비와 에미는 얼마나 속을 태우고 늙어갈 것인가. (99)

아아, 아버지에게 딸은 누구인가. 그 딸은 어디서부터 내게 따님이 되어서 오신 것일까. 그리고 그 딸에게 있어 아버지인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신기하고 신기하구나. (182)

어쨌든 내 딸 다혜가 이제 자신을 닮은 딸을 낳았다. 아아 도대체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들은 누구이길래 이렇게 서로 가족을 이루고 한때 만났다 헤어져 어디로 돌아가는가. 참으로 알 수가 없구나. (210)

그렇다. 정원이에 대한 그리움은 첫사랑의 열병보다 혹독하고, 정염의 화염보다 뜨겁고, 마약과 알코올보다 강하니, 하느님이 베풀어주신 우리의 인생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곳곳에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온통 축제의 화원인 것이다. (245)

"산중에서 보물을 찾기 전에 먼저 내 두 팔에 있는 보물을 충분히 발견토록 하라. 그대의 두 팔이 부지런하다면 그 속에서 많은 보물이 샘솟아 나올 것이다." (278,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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