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로열 - 제149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지금 제아무리 희망에 찬 말을 늘어놓는다고 해도 남자가 말하는 ‘좌절’이 다른 것으로 모습을 바꾸어 다시금 세상 빛을 볼 일 따위,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이 필요한 것이리라. 다카시가 말하는 ‘꿈과 희망’은 폐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먼지를 꼭 닮은 것이었다. 잠시 피어올랐다가 다시 원래 자리에 내려앉는다. 여기에서 탈출하는 일도 없고, 닦아낼 만한 계기도 찾아오지 않는다. (27)

말로 표현되지 않는 속마음을 어떻게 와카코에게 전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자신의 감정이라는 것이 미토에게는 신기한 연못 바닥 같은 것이었다.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도, 아이가 유산했을 때도 울었던 기억이라는 게 없다. 눈물이 나건 웃음이 나건 내 몸 움직여 일해야 하는 하루하루는 이어졌다. 묵묵히 일할 수밖에 없는 나날이었다. 시간이 돈이 되고 그 돈으로 입에 아슬아슬 풀칠을 한다. ‘아슬아슬’이라는 말은 남에게서 배웠다. 우는 방법을 가르쳐준 사람은 없지만 미코의 삶이 너무도 가난하다는 것은 만난 이들 모두가 무심코 입에 올리곤 했다.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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