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 학교 대신 세계, 월급 대신 여행을 선택한 1000일의 기록
박 로드리고 세희 글.사진 / 라이팅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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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민의 폐해를 눈치챈 사람들이 자발적인 유목 생활을 하는 게 바로 여행 아닐까? 태초의 인류가 식량을 찾아 유랑한 것처럼, 여행은 영혼의 식량을 찾는 문화적 유랑이다. 숙련된 여행자일수록 대단한 것들을 구경하려고 욕심내지 않는다. 유랑하며 만나는 풍경에 마음을 주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만드는 우연한 시간을 사랑한다. 여행은 정신의 유목이다. -106쪽

현대의 등산 방법은 등정주의와 등로주의로 크게 나뉜다. 등정주의는 산을 오르는 방법보다 정상에 오르는 결과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엄청난 물량과 인력을 동원해 산과 싸움하듯이 정상에 오른다….반면 등로주의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무산소등정, 단독등정, 동계등정, 새로운 루트 등 산을 오르는 방법을 따져 물어 등산의 의미를 더욱 값지게 만든다. 등정주의가 산과 싸우는 게 중요하다면 등로주의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방점을 둔다. 현대의 산악계는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는 등정주의보다 등로주의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등로주의의 시작은 18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알프스의 미답봉들이 마터호른을 마지막으로 등정 완료되자 산악인들은 존재론적인 의미 하나를 잃게 되었다. 그래서 앨버트 머머리가 "의지가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며 이미 등정된 봉우리의 다른 루트를 찾아서 오르기 시작했다. 일부러 어려운 길로 산을 오르며 등반의 가치를 부활시킨 것이다. -177~178쪽

여행은 사서 하는 고생이다. 고진감래, 캐나다인 부부가 대답을 아낀 까닭은 여행의 고생 뒤에 오는 낙이 얼마나 큰지, 그것이 남에게 알려주기 싫을 정도로 달콤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여행(travel)의 어원은 고통, 고난(travail)이다.-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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