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terpreter (Paperback)
수키 김 지음 / Picador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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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제구실을 한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 장례식장에서 보았을 때뿐이었다. 그레이스가 꽃까지 준비했다니 깜짝 놀랄 만큼 의외였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형제자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법이다.-50쪽

수지는 지방 검사보의 이야기를 들으며 중요한 단어를 수첩에 적는다. 통역을 할 때는 아무리 문장이 길더라도 모든 단어를 정확히 옮겨야 한다. 통역사는 수학자하고 비슷하다. 그녀는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언어를 대한다. 단어 하나하나마다 동의어와 맞추어야 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정답을 얻을 수 있다.-143쪽

이민자 자식들이라고 해서 다들 통역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수지는 동시에 두 가지를 할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이 있다. 그녀는 단어를 들으면 사전적인 의미와 함축적인 의미를 분리한다. 직역은 오역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언어는 논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통역사는 단어를 그대로 옮기면서도 이쪽 언어와 저쪽 언어 사이의 간격을 교묘히 메울 줄 알아야 한다. 통역을 할 때 그녀의 한쪽 머리는 단어를 자동 전환하고 다른 쪽 머리는 자동전환에 따른 빈틈을 체크한다. 통역은 정확하면서도 독창적인 자세가 필요한 기술이다. 2에 2를 더하면 단순히 4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의미가 될 수 있음을 아는 사람이 진정한 해결사다.-144쪽

새로 사귄 친구들은 과거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게 특징이다. 물론 그 친구들을 만나기 직전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요약해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설명이 그들의 마음 속에 새겨질 수는 없다. 당연한 일이다. 나의 과거가 그들에게는 이야깃거리에 불과하다. -170쪽

수지가 몇 달 동안의 통역사 생활을 통해 깨달은 게 있다면 변호사는 의뢰인을 닮아 간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어느새 똑 같은 표정을 짓게 된다. 희망찬 표정이건 실망한 표정이건. 그녀는 변호사의 얼굴만 봐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오늘은 어떤 사건인지 모르겠지만 승산이 없어 보인다.-430쪽

한 사람을 알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하지만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비밀을 감출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은 안심이 된다.-463쪽

"...빈센트는 그 어떤 것과도 선을 긋지 않았어. 가족과 자기 자신하고도. 심지어는 해바라기처럼 평범한 대상하고도. 자연을 그린 작품들을 봐! 그가 그린 꽃이 독특할 수 있는 이유는 화가와의 거리감이 전혀 없기 때문이야. 자화상이건 마을의 집배원이건 해바라기건 빈센트의 눈에는 다 똑같거든. 느긋하게 앉아서 분석하는 우리야 즐겁지만, 빈센트는 지옥 같았을 거야. 세상하고 어느 정도 간격을 유지하지 못하면 미칠 수밖에 없지."-4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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