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텔링 라이즈 - 상대의 속마음을 간파하는 힘
폴 에크먼 지음, 이민주 옮김, 황상민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간의 자신의 경험만 되돌아봐도 충분히 알고도 남을 텐데 말이다. 그보다는 책의 부제이기도 한 상대의 속마음을 간파하는 힘, 더 정확히는 거짓말 여부를 꿰뚫어보는 법이 궁금해서 책을 펼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거짓말이란 무엇이며, 어떤 종류로 나뉘고, 진실은 아니지만 ‘거짓말’로도 볼 수 없는 몇 가지 경우(예를 들어 정치인의 공약처럼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진심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결심이 없는 경우) 등을 구구절절이 설명하며 시작하는 것만 봐도 이 책은 전형적인 학자의 책이다. 따라서 나 같이 학구적인 목적이 없는 일반 독자가 보기에는 뭘 이렇게 세분화해가며 장황하게 설명하나 싶은 부분이 없지 않다. 그리고 한참을 읽다 보면 매번 말미에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란 식의 단서 조항이 어김없이 붙기 때문에, 주제의 특성이나 저자의 신분상 결코 확언할 수 없는 입장은 십분 이해하면서도, 뭔가 맥 빠지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책에서 하나 확실하게 배운 것은 말로 거짓말하기보다 표정을 숨기기가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다. 표정은 감정을 통제하는 두뇌 영역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말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이 고조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하고, 이런 표정 변화를 감추자면 수백 시간의 표정 연습과 장기적인 습관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돌려 말하자면, 의심스런 상대와 대화를 나눌 때는 말의 내용보다 그의 표정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소리가 된다. 그렇다고 표정이 진실만을 말한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화자의 무의식적인 표정과 의식적인 표정, 또는 진실을 말할 때의 표정과 진실을 말하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꾸밀 때의 표정이 구분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의식적인 표현과 무의식적인 표현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이 각기 다르고, 이마처럼 우리가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어 실제 해당 감정을 느낄 때만 움직이는 신뢰근육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미소를 띄울 때 눈 주변 근육의 움직임처럼 진실된 표정과 거짓된 표정의 특징만 구분할 수 있다면,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 표정에 기대어 상대의 거짓말을 알아챌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 외에도 목소리, 몸짓, 실언 등에 관한 다양한 거짓말 행동 단서들과 더불어, 그 단서를 해석할 때의 주의사항과 독자가 거짓말의 희생양이 되거나 진실을 탐지할 확률을 알아보기 위한 체크리스트 등이 함께 제시된다. 이런 오만가지 사항을 다 고려해서라도 기필코 거짓말을 밝혀내야 하는 독자라면 분명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