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무덤의 남자
카타리나 마세티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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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리안과 함께였을 때는 내가 누군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우린 서로를 규정지어주는 존재였다. 부부라는 관계는 바로 그런데 필요한 것 아닌가?
그럼 이제 나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나는 이제 우연히 나를 보게 되는 사람들의 시선에 온전히 맡겨진 여자다. 어떤 이들에게 난 한 명의 유권자이고, 어떤 이들에겐 그저 행인 하나, 월급쟁이, 문화소비자, 인적자원 또는 아파트 소유주다.-8쪽

그러다가 문득 우리가 진정한 삶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신문을 읽고 있는 동안 진짜 삶이 창문 앞에서 전속력으로 달아나고 있는 것 같았다. -19쪽

우린 하나의 스웨터를 짜는 두 개의 뜨개바늘처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무늬를 기쁜 마음으로 함께 바라보았다. -21쪽

난 사과나무의 꽃향기를 꿈꾸고
넌 사과가 잔뜩 담긴 바구니를 들고 뒤뚱거리지.
우리 둘 중 누가 사과에 대해 더 잘 알까?-56쪽

난 어느새 내 삶보다 훌쩍 자라 있었다.
내겐 새로운 옷이 필요했다.
누더기라 해도 아무 상관 없었다.-148쪽

물론 이렇게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각자 자신의 별에서,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로, 그러다 목덜미에서 고독의 숨결이 느껴질 때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그런데 그게 정말 가능한 것일까? -200쪽

시간을 1분 1분 잘게 나누어 쓴 알약처럼 삼킨다. 내 앞에 남아있는 수많은 시간들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며.-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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