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우타코 씨
다나베 세이코 지음, 권남희.이학선 옮김 / 여성신문사 / 2007년 11월
품절


결국 그들 모두는 반려자를 찾으려는 게 아니라, 당장 빠져 죽을 것 같은 바다 위에서 떠다니는 구명대 하나를 필사적으로 챙기려는 절박한 심정일 뿐이다. 혼자 힘으로 살란 말이다, 의연하게!-77쪽

...편하게 한세상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면 바로 하느님(인지 초월자인지 누군지 모르는 커다란 존재)이 ‘당번’패를 목에 걸어주신다....
이 당번을 게을리하여 도망치거나 남에게 떠맡기려 하거나 열받아 집어던지거나 하면, 하느님은 "이 뻔뻔한 놈 같으니." 하면서, ‘당번을 농땡이치려 한 벌 당번’패를 걸어주신다. 그러니 느물느물 게으름을 피우거나, 뻔뻔스럽게 남에게 떠넘기거나, 화를 내며 울고불고 하지 않는 게 좋다. 왜냐하면 당번이라는 것은 가책이나 벌과 달라 언젠가 자신에게 할당된 몫이 끝나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것이므로, 그렇게 낙심할 필요가 없다. 돌아가며 맡는 당번제니까. -14~15쪽

딸에게는 성대한 결혼식보다 혼자 설 수 있는 힘을 단단히 길러주어야 한다. 하느님이 던져주신 당번 패가 목에 턱하니 걸려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생긋 웃고는 혼자 당번 노릇을 완수할 수 있도록 키워주는 것, 이것이 부모의 자비다.-21쪽

뭐가 어째? 제 어미도 여자라고 우습게 아는 건가? 왜 사내라는 것들은 회사에서 조금만 지위가 올라가면 사생활에서도 똑같이 잘난 척을 해대는 것일까.
일류 회사니 뭐니 하며 목에 힘줘 봤자 넒은 세상 긴 인생에서는 아주 작은 웅덩이일 뿐, 그 안에서 잘난 척해봤자 내가 보기엔 제 잘난 맛에 헤엄치는 올챙이로구만. 이 아이도 마흔 여덟인가 아홉인가, 낼 모레면 쉰을 바라보는 나이건만 이 정도의 성찰도 못하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난다.-23쪽

외국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인간의 됨됨이로 보아 남자보다는 여자 쪽이 위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은 요즘 사람들 얘기가 아니다. 옛날 여자를 말하는 거다.
여자는 고생을 한다. 남자와 사회, 양쪽으로 고생한다. 하지만 남자는 사회에서 겪는 고생밖에 모르기 때문에 나이를 먹으면 수양을 쌓지 못한 그 심성이 그대로 표출된다. 정년이 지나 아내한테 버림받는 남자 중에 그런 수양을 쌓지 못한 유형들이 많다. 남자는 여자 고생을 해봐야 한다. 여자 고생을 한다고 해서 꽃뱀 같은 여자한테 뜯겨 보라는 얘기가 아니다. 자신의 아내와 고생스럽게 어울려주라는 뜻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내란 자동적으로 자신에게 맞춰주는 존재라는 사고방식 때문에 인격이 진보하지 않는다. -109쪽

왜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 하면, 자기 속에서 아무런 생각도 발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138쪽

혼자서 가게에 들어가고 혼자 거리를 걷는 것은 그 여자가 그 가게나 거리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제대로 활용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홀로서기가 되어야 가능한데, 다양한 것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사해내지 못하면 끝까지 이 세상을 더부살이하는 기분으로 살게 된다.-147쪽

"부모라고 해서, 자식이라고 해서 심한 말을 할 권리는 없지요. 차라리 남남 사이가 좋아요. 서로 신경을 쓰는 사이가 신경쓰지 않는 것보다 좋습니다. 신경을 쓰는 사이는 피곤하다고 말들 하지만, 사실은 서로 신경쓰는 사이가 가장 편한 겁니다." -152쪽

부부라는 것은 업 같은 것이 아닐까. 아내니 남편이니 하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유 만으로, 치매에 걸려 원래의 인간다운 모습에서 멀어져도 참을성 있게 보살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역시 사람은 혼자가 좋다. 꿋꿋하게 혼자 살면서 괜히 쓸데없이 의사가 뒤적대게 하지 말고, 생명유지 장치 같은 부자연스런 것까지 달아가면서 식물인간이 되어 죽지고 살지도 못하느니, 그보다는 자연에 순응하며 흙으로 돌아가자. -248쪽

강한 것도 소질 중 하나일 것이다. ...
젊었을 때는 희미한 님의 존재를 깨닫지 못했다. 전쟁이 끝난 뒤 가게의 간판을 끌어안고 세상의 거친 파도와 싸울 때, 이 세상에는 하늘도 부처도 없고 희미한 님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희미한 님은 이쪽이 멍청하게 있으면 폭탄을 던진다. …희미한 님에게는 방심하고 있는 인간이 가장 좋은 먹잇감이다. -195, 249쪽

생각하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독신의 기쁨, 아마도 나는 이 기쁨을 깊이 맛보면서 평생을 마치게 될 것이다. -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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