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에 살고 죽고 - 20년차 번역가의 솔직발랄한 이야기
권남희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4월
구판절판


역자는 원문의 분위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단어 하나, 조사 하나가 모두 필요한 부품처럼 느껴져서 선뜻 버리질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부품이 알고 보면 부품이 담긴 비닐봉지일 때가 있다. 판매할 때는 부품을 담을 비닐봉지가 필요하지만, 조립할 때는 봉지가 필요없다. 부품인지 비닐봉지인지 구분하는 안목은 아무래도 경험에서 나오겠지만, 되도록 깔끔한 번역을 위해서 군더더기가 될 것 같은 단어나 조사는 미련없이 버리자.-164쪽

탈고한 책을 다시 읽어보지 않는 이유?
그건 마치 벗어놓은 양말 냄새를 맡는 것과 같아서. (하루키)-157쪽

정말로 번역하기 싫은 책은 원문이 후진 책이다. 책의 재미나 교훈을 떠나서 아무리 잘 번역해도 '발 번역'으로 보이게 하는 재주 좋은 원문을 말한다. 이럴 때는 문장이 어설픈 건 작가 탓인데 역자가 욕먹는다. "작가가 그렇게 쓴 걸 어떡해요."하고 일일이 변명할 수도 없고 말이다. 욕 안 먹으려면 역자가 리라이팅까지 해야 하는 건가 하는 회의에 빠지게 만든다.-131쪽

번역료 인세율은 3~6%인데, 6%를 주는 곳은 양반이다. 대체로 4~5%다. 어느 출판사에서는 신인에게 2%를 주기도 한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번역 인세가 8%다. 요즘 들어 출판 불황으로 6~7%를 주는 곳이 많아졌고, 생초보인 경우 어쩌다 4%를 주기도 한단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중견 번역가는 일본의 생초보(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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