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도둑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4월
절판


활짝 핀 꽃봉오리를 숙이고 그 비를 다 맞으며 용서를 구하듯 끄덕끄덕 흔들리는 수국을 바라보며 기타무라는 멍하니 서서 릴리를 기다렸다.
돌계단을 핥을 정도로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수국은 소담스럽게 핀 꽃잎 하나도 땅바닥에 끌지 않았다.-45쪽

아무렇게나 앉아 맥주를 마시는 릴리의 모습을 보며 기타무라는 그녀가 좋은 여자라고 생각했다. 표정이며 몸짓 하나하나에 잘 다듬어진 조각품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목소리며 말투며 그런 아름다움에 어울리는 음악 같았다.
릴리는 아무것도 잊지 않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온 불행이 하나하나 쌓이고 쌓여, 마치 나무의 진액이 벌레며 티끌을 돌돌 말아 반짝이는 호박이 되듯 릴리는 기억의 보석이 된 것이다. -49쪽

릴리는 쏟아지는 빗줄기에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떨군 채 살았을 것이다. 그렇게 내내 꽃을 피우며 살아왔을 것이다.-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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