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신사분에 관한 네 질문은 굉장히 미묘하고 굉장히 민감하고 또 굉장히,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더라. 그 남자를 사랑하느냐고? 무슨 질문이 그래? 플루트 합주에 튜바가 끼어든 것 같잖아. 너한테 좀 실망했어. 꼬치꼬치 캐묻기의 첫째 규칙은 옆에서 치고 들어가는 거야. 네가 알렉산더에게 폭 빠진 상태로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를 사랑하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대신 그가 좋아하는 동물을 물어봤지. 네가 보낸 답장으로 나는 그에 대해 알아야 할 건 다 알아냈다고. 자기가 오리를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남자가 세상에 몇이나 될 것 같니? -134쪽
그렇지만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일터에서 돌아온 찰스 램이 칼에 찔려 죽은 어머니와 피 흘리는 아버지, 그 옆에서 피 묻은 칼을 들고 서 있는 누이 메리를 발견했다지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방 안으로 들어가 누이의 손에서 칼을 뺏을 수 있었을까요? 경찰이 누이를 정신병원으로 보낸 후에는 판사를 설득하여 누이를 데려와 자기를 돌보겠다고 했다죠. 당시 그는 겨우 스물한 살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을까요?
그는 누이가 죽을 때까지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결심한 이상, 결코 발을 빼지 않았지요. 그가 그토록 좋아한 시 쓰기도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대신 생계를 위해 딱히 좋아하지도 않던 비평과 수필을 썼다네요. 그는 동인도회사의 서기로 일하면서 만일의 ‘그날’을 위해 돈을 모았습니다. 메리가 다시 발작을 일으키는 ‘그날’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찰스는 또다시 그녀를 사설 보호소에 맡겨야 했지요.-176쪽
그 후에도 찰스는 누이를 진심으로 그리워했습니다. 그만큼 절친한 남매이자 친구였던 겁니다. 생각해봐요. 찰스는 누이에게 언제 또 나타날지 모를 끔찍한 발작의 징후를 매의 눈으로 예리하게 관찰해야 했고, 메리는 또다시 광기가 자신을 덮칠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막을 방도가 없었지요. 그야말로 최악이었을 겁니다. 찰스가 몰래 누이를 지켜보고 앉아있고 누이도 자신을 훔쳐보는 그를 보며 앉아있는 모습을 나는 상상해 봅니다. 남매 둘 다 상대방에게 강요된 삶의 방식을 서로 얼마나 증오했겠습니다.
하지만 메리가 제정신일 때는 그처럼 멀쩡하고 훌륭한 친구도 없었을 것 같지 않습니까? 찰스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고 그의 친구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콜리지가 죽던 날 그가 읽던 책에 휘갈겨 쓴 메모가 발견되었습니다. '찰스 램과 메리 램, 내 심장만큼 소중한 사람들. 그래, 말 그대로 내 심장만큼.’ -177쪽
엘리아 수필 선집, 엘리아 수필집 후편, 찰스 램 서간집, 찰스 램 전기(E.V.루커스), 윌프레드 오언 시선집, 세네카 서간집 -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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