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선 애인을 다시 꼬시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서 아름다운 자화상을 그린다. 그 그림을 보고 다시 매혹되어 돌아오라고... 프리다 칼로는 이렇게 절실하게 그림을 그렸다. 부드로운 담비털로 된 붓으로 병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여자. 그 여자는 이렇게 200점에 달하는 그림을 그리고 오십을 못살고 죽었다. 그 그림들의 대부분이 자화상이다.-00쪽
어느 문화권이든 어느 계층이든, 그런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솔직한 것 그것이 전부다. 요사떨지 않고 솔직한 것, 자신을 직시하면서, 그림으로 그려서 표현한 것, 그러면서 자신을 위로하고 스스로 치유하면서 인생을 살아낸 것이다. 이것이 세월을 뛰어넘고 공간을 건너뛰어 우리를 살아있는 프리다 칼로에게로 데려가는 힘이다. 공감케 하는 힘이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고 그래서 다리를 절고, 커서 교통사고를 당해서 서른 다섯번이나 수술을 해대면서 고통속에서 살아간 여자. 그러면서도 죽는 날까지 장엄하고 화려하고 꼿꼿한 자세를 잃지 않은 여자. 여왕처럼 고고한 자세로 쌍욕을 거침없이 뱉어내던 여자. 언제나 행복하고 화려하고 쾌활한 겉모습을 유지하면서 강인한 풍모를 보여주던 여자. 구질구질한 슬픔을 결코 드러내거나 인정하지 않던 여자. 어디서든 신화적인 환상을 창조해내던 여자, 이런 자세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보는 것이다. 우리의 이상을 보는 것이다. 우리가 되고싶은 형상을 거기서 읽는 것이다. -00쪽
환상이되 환상만이 아닌, 극심한 고통, 누구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고통, 공인된 고통을 평생을 걸쳐 누리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그러지지 않는 독한 자기애, 포기하지 않는 질긴 성취욕..., 슬프면 슬픈 색깔로 장엄하고, 아프면 아픔 자체로 화려한 환상을 만들어간 여자. 현실을 핑계대면서 비굴해지려는 인간들에게 독침을 찌르는 여자, 그 무엇이 우리를 장엄치 못하게 하는가? 저주같은 불행을 받으면서도 자기 길을 화려하게 간 이 사람을 보라!-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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