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8
이토야마 아키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7월
절판


그래도 기죽지 않는다. 어느 작가가 말했다. "가장 풍요로운 사랑은 세월의 중재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나의 아군은 시간이다. 지금은 안되지만, 분명 언젠가는.-25쪽

꼴사납다. 너무 꼴사납다. 당신이 가진 최후의 담보는 멋있다는 거, 그거 하나인데, 심하다. 배신이다.-37쪽

손을 잡아서 감싸주고 싶었다. 쇠약해진 머리도, 마른 몸도 꼭 껴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해주고 싶은 것'이어서, 허락되지 않는다. 한없이 비슷한데도, 다른 것이어서.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이곳에 있을 수 있다.
-38쪽

문제는 결혼 따위가 아니라, 이 어중간한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용변을 보고 뒷처리를 하지 않은 것처럼 지내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차라리 섹스를 하면 전부 끝나버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드라이하고 쿨한 당신의 이미지, 그런 당신의 부가가치는 섹스를 하면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징그럽고 느끼한 어디에나 있는 남자로 바뀔지도 모른다. 몇번이나 끊겨도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이러지는 이 줄을 자르기 위해서는, 내가 당신을 싫어하게 되는 수밖에 없었다. -42쪽

당신은 부드럽고 편안하고, 몇백번이나 만났지만, 오늘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원히 좋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질릴지도 모른다, 싫어질지도 모른다, 지금이 피크일지도 모른다...지금이라면 함께 죽을수 있다. 막다른 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다. 딱 한번만, 내가 당신의 미래를 빌린다. 동반자살.-51쪽

나는 문고본을 한손에 들고 차를 마시면서 당신이 눈뜨기를 기다리고 있다. 덮치거나 하지는 않는다. 조르지도 않는다. 당신을 막다른 골목 안쪽으로 몰아세우는 짓은 일체 하지 않는다.
조용한 마음이다.-55쪽

결혼에는 흥미가 없었다...자신만으로도 버겁다. 자신에게는 자신의 생활이 있는데, 그곳으로 여자가 들어와 산다는 것은 폭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62쪽

남자를 만날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그래야 돼. 늘 좋은 속옷을 입으면 그것이 저절로 색기가 되고, 활기도 생기는 거래. 너도 벌써 삼십대고, 가난한 건 아니니까 그 정도는 신경써서 빛나는 여자로 갈고 닦아야지.-72쪽

돌아가는 길, 돈이야기 떄문이라는 것을 깨닫자 히나코의 가슴은 찢어질 것 같았다. 오다기리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가벼운 기분으로 무신경한 말을 해버렸다. 만약 오다기리에게 미움을 받는다면 자신이 있을 곳은 이 지구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히나코는 일이든 뭐든, 실패하지 않기위해 전력을 쏟았지만, 일단 실패하면 몹시 비관적이 되는 경향이 있었다.-95쪽

처음 만나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 문장들이 마치 내가 쓴 것처럼 익숙하다...어려운 단어 하나 없는, 기교조차 부리지 않은 평범한 문장이지만 아주 독특한 맛이 난다. 희한한 재주다. - 역자후기 중에서-00쪽

2006.11.03, 선샤인빌딩의 플라네타륨.-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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