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는 누구나 될 수 있고 생각해요. 내가 그렇게 말하면 선생님들은 넌 너무 꿈을 준다, 그러는데, 전 꿈을 주는 것이 아니에요. 다만 모두 다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모두 다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해요. 모두 다 치열하다고 하지만 천만, 만만의 말씀, 모두 다 치열하지 않습니다. 내가 학생들에게 하루의 5분만, 집중해서 5분만 글 쓰라고 하지만 365일의 5분도 하지 않습니다. 하루 밤새우기는 해요, 며칠 놀려고 그렇게는 해도 꾸준히 매일 하지는 않아요. 꾸준히 매일 하면 안 될 일이 없습니다. 전 그 생각해요, 선생님들이 가르쳐 주는 대로만 해도 기본은 해요. 대부분 입으로는 열심히 해요, 죽도록 사랑해, 말해놓고 물만 떠다 달래도 짜증내잖아요. 그러니까 사랑도 입으로 하고, 글도 입으로 쓰고, 그런데 매일 쓰는 사람은 아무도 못 당하고, 사랑도 실천하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도 못 당해요. 작가 되기는 어렵지는 않아요. 대신 정말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매일 써야 해요.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다 열심히 한다는 거야. 뻥치지 말자, 목숨 걸고 해야 해요. -118쪽
흔히 ‘필이 온다, 안 온다’ 그런 말을 많이 해요. 그런데 필 올 때만 쓰면 필 안 올 때가 너무 많아요. 필이 오면 오는 대로 쓰고,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즉 그 기분 따라, 심한 말로 꼴리는 대로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쓰는 거죠. 오늘 내가 글이 안 풀리면 왜 안 되는지 다시 한 번 짚어보고, 그 원인을 알고 쓰는 거죠. 매일. 컨디션이나 기분에 좌지우지되지 않게. 특히 방송은 정해진 분량이 있기 때문에 자기를 컨트롤 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가장 큰 관건이거든요. 글이 잘 써지면 써지는 대로, 안 써지면 안 써지는 대로 정해놓은 시간을 계속 쓰셨으면 합니다.-125쪽
어떤 인터뷰를 보니까 직장 그만두고, 일 년만 작정하고 몰두해서 글쓰기를 하셨다고 생각하셨다는데 정말 일 년 만에 되셨나요? 확신이 있으셨나요? 드라마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1년간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적어도 하루에 한 줄은 쓰려고 했어요. 그 1년 동안 생긴 버릇이 지금도 가는 거죠. 난 졸지에 실업자가 된 거고 동생은 학원 강사를 해서 천원어치, 이천원어치 봉지쌀을 사먹을 때였어요. 어느 날 집에서 글 안 쓰고 데굴데굴 놀았어요. 저녁에 동생이 직장을 퇴근하고 와서, ‘미안, 내가 너무 늦었지. 글 쓰느라 힘들었겠다. 내가 밥해줄게’ 그러는데 처음엔 ‘어 그래. 힘들었어 밥해라’ 그랬어요. 그러다 문득 나 뭐하는 짓인가? 생각이 들었어요. 쪽팔림 때문에 동생에게 놀았다는 말은 못 한 거죠.-131쪽
그때 이후로 나쁜 짓인데 아침마다 거울 보면서 하루에 한 번씩 내 뺨을 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한 7~8년을 뺨 때리기를 했어요. 좋은 버릇은 아니죠. 그냥 열심히 하면 돼지, 뺨까지 칠거야 없죠. (웃음) 하지만 그렇게 뺨을 때리면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절박했기 때문이에요. 앞이 너무 불확실했으니까.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이 나름대로 절박하시겠지만 대신 뺨은 때리지 마세요. 그냥 친구가 1시간 하면 난 2시간 하세요. 친구보다 자신 있으면 한 시간만 하면 되구요. 무조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요, 남이 하나 쓴다고 하면 난 2개 쓰고, 2개 쓴다면 난 3개 쓰고, 무조건 그러는 수밖에 없어요. 난 정말 많이 썼어요. 선생님들이 ‘희경아, 제발 작품 좀 그만 가지고 와라’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써대는 사람은 당해낼 수 없는 거죠.-131쪽
노희경 인터뷰 중에서, 2006.10.02-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