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의 세계는 순수한 정신의 세계, 언어의 구조물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미래의 인간들이 경험할 사랑의 모습, 연애의 양상일지도 몰랐다. 육체는 옷사입듯 구매하는 시대가 올 때, 성형수술에서 더 나아가 육체를 디자인하는 시대가 될 때 어쩌면 연애란 인간의 육체가 배제된, 정신과 정신 사이에서 벌어지는 신비로운 게임으로 변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38쪽
기회는 신선한 음식같은 거야. 냉장고에 넣어두면 맛이 떨어져. 젊은이에게 가장 나쁜 건 아예 판단을 내리지 않는 거야. 차라리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게 나아. 잘못된 판단을 내릴까봐 아무것도 안해 보는 것, 이게 제일 나빠.-54쪽
우리는 책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책이 우리를 보는 건지도 몰라. 책이 인간을 숙주로 삼아 잠시 머물다가 다른 숙주를 찾아 떠나는 것인지도..-57쪽
말은 언제나 왜곡되고 변질된다. 그러나 돈에 대한 말은 아무 손상없이 그대로 전달된다...나의 생각은 너에게 전해지지 않고 너의 생각 역시 내게 전해지지 않는다.-91쪽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 말같은 말을 하고, 집같은 집에서 잠들고, 밥같은 밥을 먹으며 사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94쪽
수컷으로서의 본성과 얌전한 사회인으로서의 삶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그래서 엄청나게 거친 언어와 믿을 수 없이 얌전한 일상, 이런 양면을 가지고 있는 이들..-102쪽
이곳은 그들에게 정거장 같은 곳이다. 정거장에서 친구를 사귀는 사람은 없다. 언젠가 우리는 이곳을 떠날 테고 완전히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114쪽
'여자라는 존재는 방으로 가득한 저택같은 거에요. 거기에는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도 있고, 손님을 접대하는 응접실도 있고 가족드이 함께하는 거실도 있지요. 그러나 그것들 너머에는 전혀 다른 방들이 있답니다. 누구도 문고리조차 잡아보지 않은, 아예 그런 방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안다해도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는 방들, 그리고 그 방들 중에서도 가장 깊은 방, 신성하고 신성한 그곳에 영혼이 홀로 앉아 끝내 오지않을 어떤 발자욱을 기다리는 것, 그게 바로 여자의 본성이에요' - 이디스 워튼, <순수의 시대> 중-183쪽
일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 하면 피곤해지는게 그 증거다. - 미셀 투르니에-225쪽
아빠가 그러는 거야. 나이들어 주변을 돌아보니까 계산빠르고 실속 잘챙기던 인간들은 다 별볼일없는 놈들이 되어있고 철없는 몽상가들이 큰 인물이 돼있더라는 거야. 머리좋은 사람들은 남의 밑에 굽실거리거나 감옥에 갔고, 대신 꿈이 컸던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더래. 하지만 모든 몽상가가 큰 인물이 된건 아니지.. -269쪽
지금껏 화려한 승자의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대놓고 루저'는 아니었다. 하루하루 참패하는 삶, 어쩌면 나는 이런 명백한 실패를 목도하지 않기위해 지금껏 교묘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왔는지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3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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