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반역인가 - 우리 번역 문화에 대한 체험적 보고서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2월
품절


내가 <옥스포드 영어사전>을 이용하면서 크게 감명을 받은 것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방대한 어휘와 자세한 예문 때문이었다. 까다로운 고전 영어저작을 읽다보면 내가 갖고 있는 7,8종의 영한 및 영영사전을 다 뒤져도 끝끝내 나오지 않는 단어가 있다. 이럴 때 최종적으로 의지하게 되는 사전이 <옥스포드 영어사전>이다. (...) 이 사전이 나를 실망시킨 적은 거의 없다. 찾는 단어가 영락없이 나와있는 것이다.-61쪽

... 역사의 문학성을 강조한 20세기 영국 역사가 트리벨리언의 말은 음미할 가치가 있다.
'읽기에 쉬운 것이 쓰기에는 어렵다. 설령 저자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처음부터 정확하게 알고 있다 해도, 쓰고 또 쓰고, 고치고 또 고치는 수고는 모든 훌륭한 저술가들이 당연히 치러야 하는 일이다. 투명한 문체는 언제나 고된 노력의 결과이며 문장과 문장, 단락과 단락 사이의 흐르는 듯한 연결은 항상 이마에 땀을 흘린 후에야 얻어지는 것이다.'-120쪽

번역은 한국어 사용권에 존재하지 않는 텍스트를 존재하게 만드는 가치있는 행위이다. 그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다. 좋은 책 한 권을 번역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라고 하는 거대한 동굴에 등불 하나를 밝히는 일과도 같다. 좋은 번역서 한 권이 국회의원 한 명의 4년 임기 의정활동보다 더욱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이 일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 -226쪽

낭중지추라는 말이 있다. 능력과 재능있는 자는 언젠가는 인정받을 날이 오고야 만다. 번역가가 그 하는 일의 중요성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엄연한 현실이다. 아니, 번역 그 자체가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비관할 일만도 아니다. 한국 사회가 멸망하기로 작정을 하지 않은 이상 번역과 번역가에 대한 대우가 현 수준에서 머물 수는 없다. 한국은 망하지 않는다. 끝까지 정도를 걸어라. 합당한 대우를 받는 날이 올 것이다.-228쪽

사실 이런 점은 다양한 시대와 주제를 다루는 역사 개설서를 번역 또는 저술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어려움이라 하겠다. 그러나 분명 실수는 실수이며 변명의 여지는 없다. 실수를 방지하는 길은 전문 연구서를 많이 읽고 두루 살피는 것, 그것 말고는 방도가 없다. 어쩌겠는가, 이 바닥에서는 무식유죄, 유식무죄인 것을!-115쪽

참고문헌 중에서 - <교수와 광인> <잔혹한 책읽기> <소설> <슬픈 외국어> <번역과 일본의 근대> <책과 바람난 여자>
<내 멋대로 출판사 랜덤하우스> <문화의 오역> -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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