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아, 나."
"바보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하루토는 남들에겐 없는 걸 갖고 있어."
"어, 진짜?"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진짜지. 너는 분명히 뭔가 이루어 낼 인간이야. 이 할아비는 안다."
비장의 무기인 이 마법의 말은 사실 근거라곤 없지만, 사람의 미래는 모르니까 꼭 거짓말이라곤 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말이 평생 마음을 지켜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생각이 비뚤어져서 시간을 낭비하던 고등학생 때, 어머니가 말씀해주셨다.
"너는 특별한 사람이야. 길거리에 흔히 보이는 애들과는 달라. 뭔가 네 손에 꼭 움켜쥘 날이 올 거다."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어머니에게 화를 냈지만, 내심 기뻤다. 단순하다면 단순하지만, 인생에 희망을 본 기분이었다. 어머니의 그 말씀을 떠올릴 때마다 지금도 뱃속이 따뜻해진다.
힐끔 보니 하루토의 뺨도 살짝 부드러워져 있었다. 하루토의 몸을 칭칭 동여맨 ‘어차피 나 같은 것’이라는 실이 아주 조금이라도 풀렸다면 좋으련만… (127~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