븐 스파게티를 해 먹고 배를 두드릴 즘 TV에서 황신혜가 나왔다. 요즘 그녀가 나오는 드라마는 전부 느끼하고도 실망스러웠지만 예전에 신데렐라(SBS로 기억하는데 이승연이 동생으로 나옴)에서 보여준 연기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절로 눈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중간부터 봐서 처음 내용이야 어찌 되는지 모르겠지만 꼬고 얽히고 섥히는 관계들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나 내가 혐오하는 뒤에서 일을 새끼처럼 꼬는 악녀(요조숙녀에 박한별같은)가 아직까지는 등장하지 않았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 박탐희가 있긴 하지만)

용은 이러하다. 서른 여섯먹은 노처녀 황신혜. 직업은 항공사 승무원. 한때 받쳐주는 얼굴과 괜찮은 직업으로 남자 많았으나 현재로는 옛 영광이나 곱씹으며 살고 있다. 그러나 절대 성깔만큼은 죽지 않았으며 아무나 잡아 시집가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좀 사는 집안 자식인 그녀에게는 남동생이 있는데(권오중) 맨날 오락만 하는 서른살 백수고 그 친구는 은행원(안재욱)으로 집안사가 좀 복잡하다. 황신혜와 안재욱이 어찌어찌 해서 만나게 되고, 쪽팔리고는 못사는 황신혜는 승무원의 밤 파티에 파트너로 안재욱을 부른다. 불응하고 싶으나 자기 은행에 거액의 예금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의 예금을 다 뺀다고 협박하고 성질 지랄같은 동생에게 다 코바른다고(술김에 황신혜 한테 뽀뽀함. 이걸로 성희롱 고소도 한다고 역시 협박) 하는 황신혜 때문에 억지로 간다는 내용이다.

용은 뭐 별로 시덥잖다고 봐도 되겠다. 뻔하디 뻔한거시 서른여섯 노처녀 황신혜가 알고보니 서른 안재욱과 천생연분이더라 정도가 아니겠는가. 중간에 갈등구조라면 박탐희(쇼호스트. 황신혜와 친분있는 여자 피디가 근무하는 홈쇼핑에서 근무) 랄지 성질 더러운 동생(권오중) 정도가 등장 할 것이고 말이다.

럼에도 내가 이 드라마를 처음 본 순간 될성부른 나무구나(즉 재밌겠구나) 했던 것은 마치 제 옷을 찾아 입은듯 딱딱 맞는 역활을 꿰어찬 배우들 때문이었다. 황신혜야 이미 그 바닥서 있을만큼 있었으니 연기력은 당연히 받쳐준다. 그리고 알다시피 그녀는 미인이기 때문에 뻔한 캐릭터 보다는 좀 더 개성있는 역을 해야 지겹지가 않다. 이 드라마에서 황신혜는 도도한척도 고귀한척도 하지 않는다. 속물스런 구석도 적당히 있고 언제나 꿈에 사는 노처녀가 아닌 현실에 있을법한, 한때 잘나갔으나 어쩌다 보니 남자가 없어 그냥 결혼을 하지 않는 여자 캐릭터를 리얼하게 살리고 있다. 우리가 봐온 독신녀는 대부분 철딱서니가 없거나 (주로 주인공의 시집 안간 언니 캐릭터) 너무나 똑 부러지는 바람에 바늘하나 들어갈것 같지 않은 페미니스트거나(배종옥 캐릭터 같은) 둘 중 하나였다. 그러나 황신혜가 맡은 노처녀 캐릭터는 딱 그럴 수 있겠다 싶을 정도이다. 공주도 아니고 나 잘난 맛에 사는 여자도 아니다. 쪽팔리는거 싫어하고 남자가 헤어질때 '너만을 사랑했었다'고 하면 '지랄하네'라고 댓거리를 해 줄 줄도 안다.항공사 승무원이라는 그럴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거 하나로 세상 남자 다 후릴수 있다는 환상(요조숙녀 김희선)을 심어주지도 않는다. 약간의 푼수끼가 있긴 하지만 그건 노처녀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녀의 천성일 뿐이다.

음 안재욱. 나는 사실 저 남자를 좀 싫어한다. 여태 저 남자가 나온 드라마는 다 재미없었고 생긴것도 영 맘에 안들며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 본적이 없다. 오로지 별은 내 가슴에 하나로 떠서 이날 이때까지 과대평가 되어온 연기자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능청스럽고 귀여운 구석이 있는 남자를 아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 작은 체격에도 불구하고 온갖 똥폼을 다 잡는 역활만 했었는데 지금은 아주 딱이다. 그닥 카리스마도 없어 보이는데 카리스마 가득한 면을 요구하지 않는 이 드라마는 아마 안재욱의 연기 인생에 새로운 획을 긋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나처럼 그를 싫어하던 인간을 연기 하나로 다시 보게 했다면 가능성이 없는 얘긴 아니다. 돈도 없고 빽도 없고, 나름대로 지는 선수라고 생각하는데 알고보면 여자들이 지 머리위에 올라 앉아있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고 있다. 여기서 더 오바하거나 갑자기 카리스마나 똥폼만 잡지 않는다면 환상의 캐스팅이라고 본다.

지막으로 다모에서 홀로 괴상한 말투를 구사했던 권오중. 그 역시 마스크도 되고 체격도 좋은데 순풍산부인과 외에는 별로 생각나는 역활을 맞지 못한 배우이다. 그런데 여기서 멀쩡한듯 보이지만 전혀 멀쩡하지 않은 백수역활을 맡아서 잘 해내고 있다. 누나인 황신혜를 아끼지만 실 생활에서는 갈굴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를 절묘하게 표현해 내고 있으며 대사 치는것에 있어서도 어색함이 많이 줄었다. 아직은 조금 모자라는 구석을 보여주고 있지만 드라마가 중반부를 넘어서면 권오중도 어느정도 자리 잡힌 연기를 보여주리라 기대가 된다.

.목 드라마 인데 어제는 31일날 방송을 못했는데 두개 연달아 해 주었었다. 이제 월화 대장금에 이은 수목 천생연분(제목은 맘에 안든다.) 을 보는 재미가 새로 생길것 같다. 아, 그리고 하나 유열(가수)은 대체 왜 나올까? 신성우, 이현우의 끔찍한 계보를 잇나보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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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1-05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블 재방송 봤습니다..새벽에 텔레비젼 끌려다 천생연분때문에 더보고 잤습니다..
황신혜의 잔주름이 조금 눈에 거슬리지만...플라스보님의 평덕분에 2배 더 잼나게 보았습니다.

세진맘 2004-01-0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보고 싶네요.. 사실 저는 드라마는 잘 안보는데^^;;
간만에 황신혜랑 안재욱(어쩌면 참 안어울릴것 같은 남녀.)
봐야겠습니다..
 


나는 유리문이 달린 클래식한 수납장을 무척 좋아한다. 더구나 저렇게 작은 사이즈로 벽에 딱 붙어 있는 수납장이라면 더더욱 좋다.  저 안에 넣어둔 물건들은 다 바보 같아서 내다 버리고 싶지만(하나하나 따져볼때는 아니라 하더라도 저 엄한 조화는 정말이지 죽음이다.) 장은 이쁘다. 나무결이 드러나도 이쁠꺼고 아니여도 상관 없고. 또 하나 저렇게 이름을 쓸 수 있도록 종이를 끼우는 홈이 있는 서랍에는 거의 숭배에 가까운 애정과 사랑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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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공구 셋트. 저런게 하나 있으면 살다가 가끔 아주 크게 도움이 된다. 뭐 없어도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적어도 여자 혼자 사니까 제대로 된 드라이버 하나 없지란 소리는 안듣는다. 난 저런게 있느냐고? 이쁘진 않지만 물론 있다. 한 8년 혼자 살면 맥가이버 조수 정도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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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flower 2004-01-03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운데 있는 긴 것 말입니다. 휴대용 빛통(나름대로 만든). 손가방에 들어 가는 거라면 좋겠어요. 가지고 다니게.. 철제 공구 세트엔 못이 없군요.
 


종이로 된 파일 박스. 개봉하는 방식이 특이하다. 저런 것에다가 여러 서류들을 넣어서 보관하면 깔끔 할 것이다.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은 직접 만들수도 있을것 같다. 다만 고급스러움을 위해 마감 종이를 잘 선택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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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숫자가 착착 넘어가는 시계 겸 달력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다만 숫자 넘어가는 소리에 예민한 사람들은 밤에 잠을 못 잘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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