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틱 가구 이야기 - Antique Furniture
최지혜 지음 / 호미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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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앤틱가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쩐지 괜한 무게를 잡는것 같기도 하고, 또 대부분이 앤틱이라는 말과는 무관하게 그저 흉내만 내었을 뿐. 진정한 앤틱은 잘 없다는 (그러니까 정말로 누군가가 사용해서 손때가 묻은 가구라는) 생각에서였다. 서울에서 꽤 유명한 앤틱 가구점을 운영하는 지인도 그런 말을 했었다. 한국에서는 정말 앤틱은 잘 안팔린다고. 남이 쓰던 (더구나 코쟁이가) 가구를 비싼 돈에 사는걸 내켜하지 않는다고. 대신 앤틱 분위기의 새 재품들은 날개가 돋힌듯이 팔린다고 했다. 아무튼 나는 집안 전체를 앤틱으로 꾸미는 사람들은 뭔가 대단히 과시하려고 하거나 졸부스럽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 책은 앤틱 가구를 잘 고르는 법 혹은 어딜가면 앤틱을 싸게 살수 있는지에 대한 실용서가 아니다. 책은 앤틱에 대한 안목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한다. 먼저 바로크와 로코코 부터 시작해서 아르누보와 아르데코까지 앤틱이라 불릴 수 있는 가구들이 만들어진 시대의 미술 사조에 대해 꽤 진지하게 설명을 해 준다. 그리고 각 시대별로 실제 가구의 모습을 컬러 사진으로 넣어두어서 그림만 봐도 어떤 스타일인지 알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스타일에 대한 탐구가 끝나면 이제 가구별로 나뉘어진다. 의자, 침대, 소파 등등. 저자도 책에서 말하지만 진정한 앤틱은 손때에 있다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너무 깨끗한 앤틱만을 찾는데 자연스런 생활흠집이 있는 제품들이 오히려 더 가치가 있다고 한다. (다만 크게 손상된게 아닌 손때나 세월의 흔적 정도여야 한다.)

사실 앤틱 가구는 무척 비싸다. 앤틱 가구점을 한다는 지인으로 부터 부르는게 값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그러나 저자는 앤틱이 비싼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가구의 쓸모나 아름다움 같은것 보다 더 큰 역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역사성에 별로 목숨을 걸지 않는다. 저자는 옛것을 소흘하게 여겨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글쎄다. 나는 그게 우리가 반만년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역사에 더 초연한게 아닌가 싶다. 사실 역사에 무척 매달리는 나라들은 대부분 역사가 짧다. 역사 역사 외쳐야 그나마 짧은 역사나마 역사처럼 느껴져서 그런게 아닐까? 다만 이런 개인적인 소장품의 형태로는 역사성을 별로 안찾더라도 국가에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역사성마저 소흘하다면 문제겠지만 말이다. (이를테면 문화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절이 관리 소흘로 홀라당 타버린다던가 하는)

책에 별점을 많이 주지 않은 이유는 책이 비싸고 또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책이 어찌나 무거운지 안에 앤틱 가구라도 부록으로 하나 들어있나 싶을 정도다. 양장본도 아닌 책이 이렇게 무거운 이유는 뭘까? 드러누워서 보지 말고 책상앞에 딱 앉아서 제대로 보라는 뜻일까? 뜻이 뭐건간에 무거운 책은 정말이지 딱 질색이다. 거기다 25,000원의 가격은 안에 컬러로 된 사진이 좀 많은걸 감안하더라도 꽤 비싸다는 느낌이 든다. 비싼 가구들을 소개하는 만큼 책값도 비싸야 하는건지. 아니면 적어도 앤틱에 관심을 가질 정도의 사람이라면 이정도 책값은 당연히 지불할 능력이 되겠지라는 출판사측의 눈물어린 배려인지도 모르겠다.

앤틱 가구에 관심이 있고 공부를 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겠지만 그냥 재미삼아 보겠다면 글쎄다. 내가 그렇게 본 결과 머릿속에 별로 남은게 없다. 로코코니 아르누보니 실컷 들었는데 그게 미술 스타일 전반에 걸친게 아닌 가구에만 국한된거라 그런지 기억나는게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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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24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 쉽게 입문하기에는,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이 어느정도 무난하지 않은가 싶어요. 아주 책상앞에 딱 앉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정도의 비화성 이야기가 곁들여져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그러나 참 진지한 책이었거든요. 저도 이 책 서점에서 보고 몇 번 들었다 놨다 했는데, 들었다 놨다 하는 그 순간에도 무게가 꽤 나간다 생각했습니다. 과장 조금 보태면 웬만한 사전 한 권 무게였던 듯 해요.
저는 어설픈 광택 좌르르 나는 앤틱 스타일 소파보다는, 제가 어릴적부터 집에 있던 나무 테두리 시계, 4살 아이가 앉기에 딱 맞게 만들어진 조그만 나무 의자가 더 좋아요. 제가 오랫동안 써서 제가 낸 흠집이 그대로 있고 아꼈던 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물건들. 그런데 진짜 앤틱 가구 이야기들을 접하고 나니 동시대의 가구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장식성이 없는지요. 다른 스타일의 장식이 있긴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로코코 시대의 곡선도 좋았습니다.

플라시보 2006-05-24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그래도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이란 책 님의 리뷰로 보고 살까 망설이고 있습니다. 흐흐. 음. 님의 그 나무의자. 진정한 앤틱이로군요.^^ (이 책 진짜 무겁죠? 손목 부러지는줄 알았습니다. 흐흐.)

Loch 2006-05-25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플라시보님과 같은 이유로 앤틱스타일은 별로 안좋아 합니다.한두개 정도는 봐 줄만 한데 집안 전체를 앤틱가구로 치장한집 보면 웬지 불편해지더군요.앤틱가구를 별로라 하시면서 이렇게 무겁고 비싼 책을 읽으시다니 플라시보님은 진정한 책벌레이시군요^^

플라시보 2006-05-2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스님. 흐.. 맞아요. 한두개 정도는 멋으로 생각이 되던데 침대, 화장대, 식탁, 장농 할것없이 전부 앤틱 혹은 앤틱 스타일로 치장하는건 그저 그렇더군요. 물론 집이 대궐처럼 넓고 집의 다른 디자인적 요소들도 잘 받쳐준다면 모를까. (그런집은 못봤어요. 젤 별루인게 아파트에다 앤틱 잔뜩 꾸며놓은거더라구요) 음.. 그리고 이 비싼책은 선물로 받은것입니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