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아빠 약사 엄마의 친절한 소아과
이진한.김태희 지음 / 동아일보사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내가 임신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제 곧 둘째 가라면 서러울 극성 엄마 하나 탄생하겠구나. 오죽하면 여동생이 늘 내게 하는 말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도 말고 부담도 주지 말라였을까. 평소 어눌하게 설렁설렁 산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그렇지도 않았나보다. 아무튼 나는 결심했다. 극성 엄마는 되지 말자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있다면 호들갑인데 정말이지 유별나게 호들갑은 떨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걸 실천하느라 영어로된 태교 동화도 한번 읽어주다가 치웠고 임신과 출산에 관한 책도 딱 한권만 읽고는 내평겨쳐버렸다. (그 책은 두껍기만 했지 내용이 계속 반복되고 지루해서 정말이지 어금니 콱 깨물고 억지로 읽었었다.) 그러다가 이제 산달도 다가오고 한권쯤은 더 읽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던 찰나에 만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첫 장을 읽자 마자 이걸 안읽었으면 어쩔뻔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내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애를 한번 낳아봤다면 아니면 주변에 아기를 키우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잘 지켜봤다면 나도 뭔가를 알았을테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아기가 크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 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엄마등에 엎혀있는 아기들이나 식당이나 극장에서 시끄럽게 빽빽대고 우는 간난쟁이들만 봤었다. 그러니 나는 아기에 관한 한 그야말로 생 초보이며 아무것도 아는게 없다. 아기는 밥 대신 우유를 먹는다는 것. 말을 못한다는 것. 의사 표현을 오로지 삑삑거리고 우는걸로 대신한다는 것 이외에 내가 아기에 대해 아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뱃 속에서 나를 통통 차고 병원에 갈때마다 쑥쑥 크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기에게는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난 이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백지 상태였다. 그저 막연하게 성질 더러운 나를 비롯해서 여동생까지 낳아 기른 우리 엄마가 도와주겠지 생각할 뿐이었다.

의사 아빠 약사 엄마의 친절한 소아과는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으로 있다가 동아일보의 의학전문 기자로 있는 이진한과 그의 약사 아내 김태희가 직접 첫 딸아이 승민이를 출산하고 키우면서 겪은 여러가지 일들이 적혀있다. 그리고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아기에 대해 일반인들 보다는 훨씬 더 많이 알고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및 지식을 살려서 초보 엄마와 아빠들에게 아기 키우기에 관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명확하게 찝어준다. 꼭 쪽찝게 과외 선생님 마냥 이들이 찝어주는 내용은 뭣 모르는 내가 봐도 이걸 몰랐으면 어쩔뻔 했어 라는 아찔한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아기에 대해 써 놓은 책들은 대부분 산부인과 의사들이 쓰는 경우가 많은데 글솜씨가 없어서 그런지 대부분 지루하고 또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만 하는데 이 책은 전혀 그런게 없다. 기자출신답게 이진한은 정말 재밌고도 맛깔나게 글을 써 놓았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 읽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진한과 김태희 부부는 처음에는 자기들이 그래도 일반인보다 의학 상식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고 심지어 소아과 실습도 돌아봤으니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아기를 키우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당연히 자연분만이라 생각했는데 제왕절개를 하게 되었고 모유수유는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생각했는데 그게 대한민국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서는 만만치 않은 일임을 경험하게 된다. 아기는 황달에 걸리기도 하고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감기에 걸리기도 하면서 의사 아빠와 약사 엄마라고 해서 그나마 좀 나을 줄 알았던 이들의 생각을 단박에 날려버린다. 결국 이들도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아기를 기르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러나 다른점이 있다면 곧 그걸 이들이 가진 장점 즉 의사면허와 약사면허를 백분 살려서 다른 일반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썼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하나 버릴 내용이 없구나 하고 감탄했었다. 슬쩍 슬쩍 뒤져본 육아 서적들이 너무 수박 겉핥기 식이거나 아니면 너무 잘난 사람이 난 감히 할 수 있을것 같지도 않게 너무나 아이를 잘 키워내는 내용이 대부분인지라 난 엄마가 되기도 전에 그런 책들을 보며 지쳐있었다. 허나 이 책은 그런 내 마음을 마치 다 안다는 듯 처음부터 차근차근 아기를 키우는 것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 준다. 그리고 말한다. 의사와 약사 부모인 우리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그러니 미리 겁먹을것 없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당신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기가 출생하면서 부터 서서 걸을때 까지. 이 책에는 두 부부가 딸아이 승민이를 키우면서 겪은 거의 모든 상황들이 총 망라되어있다. 의학상식은 물론이고 아기에게 적당한 약과 그렇지 않은 약. 그리고 약의 용법이나 보관법까지 정말이지 책 표지에 적힌 친절한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만큼 세심하게 적혀있다. 첫 장에는 일단 아기를 키우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가정상비약이 적혀 있는데 당장 적어서 약국에 달려가서 사고 싶은걸 억지로 참고 책을 읽었었다. (이런 기본적인것 하나도 없으면서 감히 아기 낳을 생각을 했다니 싶었다.) 그 외에도 신세대 엄마 아빠 답게 아기를 키우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각종 인터넷 사이트 주소도 적어놓았고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지식은 의사 아빠의 한마디. 약사 엄마의 한마디라는 박스 코너를 마련해서 잘 정리해 두었다. 따라서 급할때는 그것만 찾아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직 아기를 키워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한번 읽고 '으음. 그렇구나' 하고 책장에 도로 넣어둘 책이 아니라 아기를 키우기 전부터 읽고 또 키우면서는 내내 곁에 두고 그야말로 바이블처럼 읽어야 할 책인것 같다. 읽는 내내 이 책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쩔뻔했어라는 아찔한 생각이 든 책이니 만큼 아마 아이 키우면서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예비 부모들 혹은 이제 막 태어난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엄마 뿐 아니라 아빠도 당연히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엄마 혼자 쓴게 아니라 엄마 아빠가 함께 쓴 책인데 그러니만큼 육아는 어느 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다.)

P.S. 노파심에서 적습니다만. 사실 책의 저자는 제가 잘 아는 분입니다. 저와 중학교때 부터 죽마고우였던 친구의 친오빠가 바로 의사 아빠 이진한씨 입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꼭 필요한 책이었구나 싶어서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을 정도로 저에게는 필요한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혹 제가 아는 사람이 쓴 책이라서 너무 많은 칭찬(?) 과 호의(?)를 배푼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알다시피 모든 팔은 안으로 굽으니까요. 더구나 제가 수많은 육아서적을 독파했는데 그중 이게 최고 라고 말할 수 있느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거든요. 물론 여기 적힌 리뷰는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생각이고 읽는 분들도 그걸 감안하시겠지만 혹시나 해서 적어둡니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지마할 2006-05-1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저도 읽어 보아야겠습니다.

플라시보 2006-05-19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지마할님. 저에게는 무척 도움이 되었던 책인데 님께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잘 읽으시길^^

moonnight 2006-05-19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 동아일보에 연재되는 둘째아이 육아일기도 재미있던데요. 그 부부 맞으시죠? 저야 별 상관없는 얘기란 생각에 슬렁슬렁 읽고 넘어갈 뿐이지만 플라시보님은 맘에 와닿을 내용일 거 같네요.

플라시보 2006-05-19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네 맞아요. 동아일보에 연재되는^^ 흐흐. 저도 만약 환희를 가지지 않았다면 슬렁슬렁 읽었을텐데 지금 딱 필요한 책이라 그런지 팍팍 와 닿습니다. 하하

paviana 2006-05-1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렇지 않아도 이런 종류의 책을 찾고 있었어요.감사.ㅎㅎ

토토랑 2006-05-1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런책이 필요했어요. 님의 리뷰읽다가 찔리는부분
가정상비약이 적혀 있는데 당장 적어서 약국에 달려가서 사고 싶은걸 억지로 참고 책을 읽었었다. (이런 기본적인것 하나도 없으면서 감히 아기 낳을 생각을 했다니 싶었다.) => 예방접종하고 해열제 하나 없어서 응급실로 쪼로로 달려갔었거든요 ㅡ.ㅜ 지금도 있는거라곤 해열제, 스테로이드 연고 하나, 정장제 -- 정도? 으흠

로드무비 2006-05-1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볼 책이 아니지만 성실한 리뷰 추천하고 갑니다.^^

클리오 2006-05-1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아 일기 형식으로 되어있나요? 저도 많은 사람들이 읽는 삐뽀삐뽀 119를 상비약처럼 가지고 있는데 너무 두꺼워요.. 흑... 이 책도 또 사야될까요?

타지마할 2006-05-19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교보에서 사고 말았습니다.

플라시보 2006-05-20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viana님. 제가 뭘 워낙 몰라서인지 모르겠는데요. 읽으면서 되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

토토랑님. 아기 키울때 약은 안쓰면 좋지만 그래도 써야 한다면 바로 알고 쓰는게 중요하겠더라구요. 해열제도 다 같아 보여도 모두 다르구요. (대표적인게 부루펜이랑 타이레놀 시럽인데 각각 조금씩 달라요) 이 책을 못봤으면 다 똑같거니 했을 부분이여서 무척 다행이다 싶었어요. 님도 사서 보시고 참고 되시길 바랍니다.

로드무비님. 흐흐. 추천 감사합니다.^^

클리오님. 제가 삐뽀삐뽀 119를 안읽어봐서 모르겠는데요. 이 책은 그다지 두껍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버릴 내용이라고는 하나도 없구요. 다만 님이 가지고 계신다는 책을 제가 못 읽어봐서 뭐라고 말씀 드리기는 힘들겠어요. (거기도 님이 원하시는 내용이 충실하게 다 있다면야 굳이 사 볼 필요는 없겠지요? ^^) 육아일기 형식 맞습니다. 일이 하나씩 터질때마다 거기에 자신들의 대응책 그리고 혹 같은일을 겪을 엄마들이 하면 좋을 대응책을 적어두었거든요. 병원에 갈지 아니면 약으로 해결할지 아니면 그냥 좀 두고보거나 민간 요법을 쓸 것인지 말이죠.

타지마할님. 흐흐. 여기서 주문하셔서 좀 싸게 사시지..^^ 맘이 급하셨나봐요. 호호.

2006-06-03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