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말하는 의사 부키 전문직 리포트 3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지음 / 부키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전문직 중에서 아마 내가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 의사일 것이다. 그럼 내가 의사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느냐. 그건 아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일주일에 한번씩 피부과를 가고 이주에 한번씩은 산부인과를 가니 한달만 해도 나는 두명의 의사를 무려 여섯차례나 본다. 거기다 어딘가 아프기라도 하면 이 횟수는 더더욱 늘어난다. 내가 어릴때부터 만났던 의사들을 일렬로 세운다면 아마 어지간한 종합병원 하나는 차릴 것이다. 허나 이건 비단 나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아마 사람들은 살면서 최소 10명 이상의 의사들은 만나며 살았을 것이다. 다른 전문직 보다는 월등하게 많이 만났을 것이다.

허나 이렇게 많이 만난 의사이지만 의사에 대해 말해 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다소 권위적이라는 것. 내 병세나 처치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해주지 않는다는 것 정도? 그 이외에 아는것은 없다. 그저 그들이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이 그리고 오래 공부를 했고, 벌이가 보통 월급쟁이들 보다는 훨씬 많다는 것 정도가 더 있을수도 있겠다. 그리고 가끔 들리는 얘기들. 친구가 의사랑 선봤는데 뭐를 얼마나 해 오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헉겁을 했다는 그런 것들. 그러고보니 내가 의사에게 가지는 감정은 좋은쪽 보다는 부정적인쪽이 더 많은것 같다.

의사가 말하는 의사는 사람들이 자주는 보지만 잘 알지 못하는 의사들에 대해. 의사들이 자신들에 대해 직접 들려준다. 의대생부터 인턴. 레지던트. 그리고 전문의와 각종 의료계에 종사하는 의사 및 예비 의사들은 자신들이 어떤 과정을 겪어서 의사가 되는지 또 의사가 되고 난 이후의 삶이 어떤지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고 그들이 내는 목소리는 비교적 솔직해 보인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가졌던 의사에 대해 알게 모르게 가졌던 편견들이 조금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내 모든 편견들은 그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니까 그들은 당연히 자기 자신보다는 환자를 더 생각해야 하고 돈 보다는 의술을 펼쳐 아픈 사람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의사도 역시 하나의 직업이다. 물론 다른 직업들보다 윤리적으로 더 많은 책임이 따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의대진학을 꿈꾸거나 혹은 의사의 길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면 딱 좋을 책인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의사들은 자신들을 미화시키지도 그렇다고 요즘은 벌이가 예전같지 않다며 징징거리지도 않는다. 그들이 겪었던 어려운 일들. 또 절망스러웠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또 그와 동시에 의사 되길 잘했어라는 기분을 느꼈던 순간들도 같이 말이다. 이들은 돈 벌려고 의사된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의술을 펼치기 위해 같은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들도 의사는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런데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의사 자신보다 의사를 아들 혹은 친척으로 둔 사람들이 더 의사에게 바라는게 많은것 같다. 죽게 공부했고 돈도 많이 들었으니 이제 의사면허를 가지고 돈을 끄는 일만 남았다는 듯이 말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개천에서 난 용들은 아직도 개천에 남아있는 이무기들 때문에 발목이 잡힌다.

이 책 이외에도 이 출판사에서는 PD가 말하는 PD, 간호사가 말하는 간호사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쓴 짧은 글들을 엮은책이 시리즈로 나오나본데 기회가 된다면 다 읽어보고 싶다. 제 3자가 지켜보고 이러쿵 저러쿵 한게 아닌. 또 딱 한사람의 종사자만 말하는게 아닌 무려 20명의 현직 의사 혹은 의사가 되려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얘기이니 만큼 책의 내용은 생생하다. 거기다 마지막에는 의사가 되려는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 놓았는데 수입이나 그런것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써 놓은게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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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19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상당히 궁금합니다. 솔직히 저보다는 앞으로 진학을 준비해야 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제 남동생(내년에 고등학생이 됩니다 흐흐흐)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태우스 님의 서재에서도 이 책이 좋은 점수를 얻더니, 플라시보 님 서재에서도 그렇군요. 추천 하나, 보관함에 옮기는 절차. 후훗.
그리고 얼마전, 서점에 갔다가 CmKm을 보았는데 김진표의 사진들을 보는 순간 플라시보 님 생각도 잠깐 났어요. 어느정도 그의 사진을 좋아하시던 게 생각나서요.

플라시보 2006-05-19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de님. 으흐흐. 진표씨의 사진. 아주 좋아라 하지요. 사진을 잘 몰라서 그런지 그 사람이 찍은 사진이 그렇게 좋더라구요. 사실 사진 작가도 아닌데 말이죠. (그리고 훨 더 잘 찍는 사람도 많은데 말이죠) 저도 이 책 마태우스님 서재에서 보고 산 책입니다. 생각보다 재밌고 유익했어요. (아..고루한 표현력^^) 남동생이 진학해야 한다면 한번 선물 해 보세요. 분명히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6-05-19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리사가 말하는 요리사 찜해 뒀답니다.^^

플라시보 2006-05-24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요리사가 말하는 요리사는 요리사들이 섭외가 잘 안되었다고 하더라구요. 한번 다시 살펴보시고 구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