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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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엄마를 따라 슈퍼마켓에 가면 언제나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얻어먹곤 했었다. 사실 나는 아이스크림 보다는 빙과류라 불리는 하드 종류를 더 좋아했었는데 엄마는 거기에는 색소가 많이 들었으니 이왕이면 천연 성분이 더 많이 든 (유지방) 아이스크림을 먹으라고 했었다. 그렇게 장을 보러간 엄마를 따라간 나도, 장바구니에 콩나물이며 두부를 담던 우리 엄마도 그때는 몰랐었다. 오히려 아이스크림에 유지방이 들어가있어 더욱 해롭다는 것을 말이다. 엄마가 주목했던건 오직 우유에 든 성분인 유지방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 하나였지만 그 속에는 또다른 진실이 있다. 바로 아이스크림의 원료인 물과 유지방 즉 기름이 섞이게 하기 위해 위험한 화합물질이 들어간다는 것을 말이다. 거기다 해로운 정제당분이 대량으로 들어가는건 말로 더 할 필요도 없다. (책에는 없지만 아이스크림은 보통 실온에 존재하는 다른 것들보다 더 달다. 한번은 녹은 아이스크림 물을 먹다가 너무 달아서 기절할뻔 한 적이 있었다. 차가움이 혀를 어느정도 마비시키기에 어지간히 달지 않고는 아이스림에서 단맛을 느끼기가 어려우므로 거기에는 이루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정제 당분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 책은 과거 유명한 제과회사에 다녔던 중역이 쓴 책이다. 거기서 신제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던 저자는 일반인에 비해 비교적 과자의 폐해에 대해 잘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누구보다 과자를 잘 알고 있는 그였지만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는 과자 예찬론자였으며 자신은 물론 자신의 아이에게도 과자를 열심히 먹였었다. 즉 그 분야에 있어 전문가였으나 그는 과자에 들어가는 각종 색소와 맛을 내기 위한 향료 그리고 인공 감미료나 정제당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 개별적인 것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거래하는 일본의 슈크림회사 사장이 병으로 죽고 나서야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이 개발하고 또 소비했던 나아가 슈퍼에 진열되어 이땅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먹혀졌던 과자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과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모든 가공식품. 그러니까 자연 그대로의 형태가 아닌. 어떤 식으로건 가공 내지는 첨가물이 들어간 제품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살펴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로 아찔하다. 정말 슈퍼마켓에서는 인간이 먹어서는 안될 것들만 쌓여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다.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 제품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모두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이 상식은 어디까지나 몸에만 국한된 것이다. 이 식품들이 정말로 위험한것은 몸 뿐 아니라 정신건강. 즉 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실 인스턴트 식품과 패스트푸드를 먹는다고 해서 정신질환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역시도 그런 정크푸드가 나쁜 이유는 오로지 몸에 해롭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다. 단지 기름끼가 많으니까 혹은 설탕이 많이 들어가 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그 기름과 설탕이 왜 나쁜지를 그리고 그것들은 몸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이다.

책에서 본 가장 놀라운 사실 중 몇가지만 소개해 보겠다. 우선 우리가 매우 좋은 기름으로 알고 있는 식물성 기름에 대한 것이다. 나는 콩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식용유가 정말 안전하고 좋은 기름인줄 알았었다. 그래서 식용유로 튀긴 요리나 식용유로 볶은 요리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했었다. 내 머리 속에는 분식점에서 파는 쇼트닝이라는 고체 기름에 튀긴 음식만 나쁘다고 인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식용유로 불리우는 것들이 얼마나 나쁜지 이 책은 말한다. 흔히 아는 참기름처럼 단지 콩을 넣고 압착을 해서 기름을 빼 내는게 아니다. 콩에서 그 많은 식용유를 빼기 위해서는 여러 공정이 필요하며 그 공정에는 화학물질 과 고온이 필요하다. 따라서 깨끗하고 맑고 괜찮은줄 알았던 식용유는 사실 우리 몸에는 해로운 지방이었던 것이다. 어떤 가정에도 하나쯤은 있는 식용유. 감자도 볶고 달걀도 부치는 그 기름이 안전하지 못하다니 정말 충격이었다. 내친김에 기름 얘기를 더 하자면 마가린이 나쁜것도 처음 알았다. 버터보다 싸고 또 동물성이 아닌 식물성 지방이니 좋을것이라 믿었던 마가린. 하지만 이건 버터보다 훨씬 나쁘고 식용유보다도 더 쓰레기이다. 원래는 액체 상태여야 하는 옥수수기름을 고체 형태로 만들기 위해 역시 인위적인 가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가공 과정을 거친 마가린은 2년이 지나도 곰팡이 하나 피지 않는다. 이걸 식물성이라고 좋아하며 빵에 발라먹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아찔하게 떠오른다.

요즘들어 많이 보게 되는 광고는 천연 무엇무엇을 첨가한 제품들이다. 이를테면 비타민이나 뇌에 좋은 DHA성분 혹은 칼슘이 들어간 제품들은 그게 들어가있지 않은 것 보다 훨씬 비싸다. 소비자들은 좋은 성분이 첨가되었으니 당연히 좋을것이라 생각하고 구입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에 대한 진실이 나온다. 그리고 식품업계가 얼마나 일반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으며 소비자인 우리 또한 얼마나 아무 생각없이 슈퍼에 진열된 식품들을 구입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다. 제목은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지만 과자 얘기는 앞장에 주로 나와있고 뒤로 가면 갈수록 과자 이외의 위험한 식품 (이라 부르기도 힘들지만 아무튼)과 그것을 섭취한 현대인들이 노출된 각종 질병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나온다.

책에는 우리가 몰랐던 사실이 너무도 많이 나온다. 아무 생각없이 먹던 햄과 소세지는 식품학자가 꼽은 가장 나쁜 가공식품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비타민이 들어있으니 청량음료보다는 훨씬 좋다고 믿었던 드링크류가 사실은 비싼 청량음료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자일리톨이네 어쩌네 하며 천연성분을 강조하고 마침내는 이를 닦지 못하면 이걸 씹는게 가장 좋은 대안처럼 광고되는 껌이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패스트푸드점에 파는 음식들이 몸에 해로우려니 인스턴트 음식이 안좋으려니 정도로만 알아서는 이 많은 나쁜 음식들과 식품들 사이에서 무사히 건강하게 살아남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일 지경이다.

사실 이 책은 아주 잘 쓰여진 책은 아니다. 그래서 읽으면 흥미롭다거나 아니면 잘 읽혀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비슷한 책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매우 잘 쓰여진 책이라 책장이 잘 넘어간다.) 그렇지만 담겨진 내용의 충격 때문인지 이 책은 한번 잡으면 도저히 손에서 놓을수가 없다. 내가 안전하다고 혹은 별로 해롭지 않다고 믿었던 식품이 어떤 탈을 쓰고 있고 그 탈의 뒷면에는 어떤 모습이 도사리고 있는지 너무나 궁금하기 때문이다. 좀 딱딱하고 재미없는 내용도 있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것이기에 어느 하나도 소흘하게 읽을수가 없다. 이 책은 제목만 보면 아이를 둔 엄마들이 읽어야 할 것 같지만 내 생각에는 시골에서 손수 나물따서 반찬해먹는 사람이 아닌. 적어도 도시에서 장을 보고 가공식품을 먹는 사람이라면 모두 읽어야 할 책이다. 먹거리는 이제 더 이상 밥담당인 엄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탁에서도 그렇지만 식탁 이외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먹을꺼리를 섭취하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없이 마신 드링크 한병. 천연 과즙이 들어가 있다고 광고하는 음료 한병. 아이스크림 하나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엄마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문제이다.

몰랐던 사실을 너무 많이 알려준 고마운 책이라 불만을 얘기하긴 쉽지 않지만 사실 아쉬움이 없는건 아니다. 좀 더 쉽고 재미있었으면 하는 바램인데 전문적이라 당연히 재미없고 쉬울수가 없다는건 편견이다. 전문적인것도 충분히 쉽고 재미있을 수 있으며 그건 어디까지나 저자의 글실력이자 역량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불만마저도 크게 가질수 없을 정도다. 내용이 그만큼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좀 더 쉽고 재밌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였지 읽는동안 재미없어 혼났네라는 식의 불만은 아니다.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책을 읽고나서 과연 어떤 대안을 찾아야 하냐는 것이다. 자연식을 하는게 좋기는 한데 이미 우리는 거기서 너무 멀어져 있기 때문에 이게 좀처럼 쉽지가 않다.(사실 식용유의 대체유를 어디서 찾겠는가 말이다.) 다음에는 저자가 위험한 식품을 피하면서 요리하는 방법이라던가 대체품등을 알려주면 더욱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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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1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괜찮을거라고 말해주세요 흐흑…실은 집에서 듣던 엄마 잔소리를 다시 듣는 기분입니다. `매일 먹는 게 아니니까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안들으려고 했던 말들을 고스란히 책에서 접할 때의 그 뜨악함이란. 보관함으로 가져갑니다. 그런데 정말, 대안책은 무엇일까요?

sooninara 2006-05-16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낳고 키우면 이런 책이 남의 일 같지 않죠?
저도 과자 안먹이려고 해도 아이들이 먹고 싶어해서 사주게 돼요.
그래도 전보단 덜 먹이려고 애씁니다.

플라시보 2006-05-1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de님. 오직 가공하지 않은 식품들만 먹는건데.. 그게 쉽지가 않죠. 우리 보통은 식용유를 가공식품이라 생각하지 않잖아요. 근데 그것마저 안된다고 하니... 음.. 그리고 하겐다즈. 혹시 바 형태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게 초컬렛이 씌여져 있는건 더 나쁘다 하더라구요. 초컬릿이 아니라 모양만 초컬릿인데 그게 그렇게 해롭다고... 아.. 영 안먹고 사는건 힘들지만 이거 읽고나니까 냉장고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못 먹겠더라구요. 쩝.

sooninara님. 흐..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제목 부터도 아이가 들어가있고 또 과자에 관한 내용이니까요. (애들과 과잔 정말 뗄 수 없는 관계지요.) 근데 어른들도 과자 끊기 힘든데 아이들은 정말 힘들것 같아요. 더구나 과자에 많이 노출되어있는 요즘 애들은 더 끊기 힘들꺼구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