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가 사는 법
이현우 글.그림 / 북폴리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사실 나는 이현우라는 가수를 매우 싫어했었다. 꿈을 부를때. 그 엉거주춤하게 서서 건들거리는 춤하며 마이크를 그냥 잡지 않고 애끼 손가락에 끼워서 폼내는것 하며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더랬다. 외국물 먹고 온걸로 밀어부치려고 하는 그저 그런 댄스가수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그를 약간 다르게 본 사건이 있었다. 꿈 리메이크 앨범이었는데 앨범 하나를 전부 꿈이라는 노래 하나가지고 무슨 버전 무슨 버전 하면서 리믹스를 해 놓은 것이었다. 처음에는 아주 꿈 하나로 뽕을 뽑는구나 싶었는데 나중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을텐데 (안팔린다고) 그래도 고집을 부리면서 만들었겠구나. 생각보다 고집있는 사람이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러다가 이현우는 예의 그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어 가요계를 떠났다. 꿈 하나 달랑 히트시키고는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나도 이현우라는 가수를 금새 잊었다.

이현우가 다시 나타난건 '헤어진 다음날' 이라는 곡을 들고 나오면서였다. 그러더니 옥탑방 고양이에서 시종일관 같은 표정으로 연기하는 실장역을 했고 어느새 어색한 김광민 옆에서 어눌하게시리 수요예술무대 진행도 하고 있었다. 당시 수요예술무대는 친구와 함께 녹화때마다 세종대에 가서 꼬박꼬박 방청할 정도로 열광하던 프로그램이었는데 거기서 본 이현우는 꿈을 부르며 춤추고 마이크를 폼내서 잡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참후. 나는 이현우가 낸 요리책을 봤다. 뭐 참고해서 만든 요리는 없지만 (사실 내가 본 수많은 요리책 중 실제로 해본 요리는 하나도 없다. 다 그냥 재미로 본다.) 그래도 재밌게 읽었었다.

이현우가 이번에 낸 책 이현우가 사는법은 더이상 요리책도 그의 싱글 이미지를 살린 책도 아니다. 그냥 인간 이상원 (이게 본명이란다.) 연예인이자 사업가인 이현우가 있을 뿐이다. 그는 자신의 요리책도 또 자신에게 붙어있는 쿨한 싱글이라는 이미지도 전부 연예계 생활을 하다가 보니 붙여진 것이라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나는 원하지 않았지만 이라는 말로 피해가지는 않는다. 그는 자기가 그렇게 비춰졌다면 자기 안에 그런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로 생각한다고, 한때는 그도 자기에게 가공된 이미지가 버거웠지만 지금은 그냥 그것도 일부라고 인정한다고 했다.

그리 멀지 않은 장소로 여행을 가면서 읽었는데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 비록 소리를 내서 키득거리는 그런 재미는 아니지만 책장은 수월하게 넘어갔고 책이 넘어갈수록 남은 페이지의 줄어듬이 아쉬워지는 그런 재미였다. 이제는 마흔살이 된 미혼의 남자 이현우. 그는 더 이상 이곳 저곳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나이도 먹었고 세상 경험도 많이 했다. 그래서 꼭 그냥 아는 선배가 자신의 사는 얘기를 주절주절 (허나 재미있게) 얘기 해 준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의 이미지 중에서 느릿하고 어눌한것 때문에 이현우가 대부분의 시간을 널널하게 책이나 보고 휴식을 취할꺼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의 삶은 바쁘다라고 할 정도로 팍팍하다. 본업인 가수 이외에 연기도 하고 라디오 DJ도 하고 거기다 사업체도 세 곳을 운영하고 있다. 남들은 하나도 하기 힘든걸 이 어눌해 보이는 남자가 몇 가지 씩이나 한다고 하니 좀 신기하기도 하고 의외기도 하다. 그에게서 으례 느껴지는 느림과는 좀 다른 현실이다.

연예인들이 쓴 책을 접할때면 꼭 드는 느낌이 있다. 이 사람들이 얼마나 바쁜 사람들인데 화보를 찍었으면 찍었지 책을 직접 썼을라구. 그리고 실제로 연예인들이 낸 책의 대부분은 대필 작가들의 솜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현우의 책을 읽으면서 그가 정말로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쓰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의 생활이며 대마초 사건. 그리고 혼자 사는 현재 자신의 모습에서 그를 괴롭히는 스토커에 대한 생각까지. 비록 대필 작가가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을 썼다 하더라도 여기에서 그는 꽤 솔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쩌면 중요한건 어떤 문장을 써서 얼마나 책을 잘 썼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담았느냐 인지도 모르겠다. 요리책의 경우 거의 실제 자기와는 다르다는 고백을 해 두었고 미디어에 의해 얼마나 자기가 포장되고 가공될 수 있는가를 느꼈다고 한다. 하긴 거기서 이현우 좀 심하게 요리를 잘했었다. 그리고 그 요리책이 아닌 이 책에 공개된 이현우의 주방은 소박하기 그지 없다.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찍었는데 싱크대가 정말이지 내가 혼자 살때의 그 싱크대랑 별반 다를바가 없다. 요리책에서는 매우 화려했었는데 말이다.

연예인이 낸 책 치고는 참 사진이 많이 들어있지 않다. 특히나 이현우 자신의 사진이 거의 없다. 표지의 꽤 멋진 사진을 보고 저런게 여러장 있을꺼라 생각하면 실망할 것이다. 그나마 있는 몇 장의 사진도 멋진 이현우와는 좀 무관한 뭐 이런 사진밖에 없었나? 싶을 정도의 사진 뿐이니 말이다. 대신 이현우라는 남자의 생각이 그리고 그가 사는 법 (이렇게 말하면 거창하지만 누구나 살고 있고 그렇다면 사는 방법 같은게 있게 마련이지 않겠는가?) 이 들어있다. 하루만에 이 책을 다 읽은걸로 봐서 분명 재밌는 책이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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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피필름 2006-05-15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현우가 벌써 마흔이 되었군요.. 한때 이현우를 좋아했었는데
노래때문이 아니라 그가 주는 이미지때문에요.. ㅋㅋ
내용이 궁금해지네요..

플라시보 2006-05-16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꽤 재밌습니다. 이현우가 직접 썼다면 글 솜씨가 보통이 아니여요. 그렇다고 해서 굉장히 새련되고 재밌게 잘 썼다기 보다는 솔직하고 담백한. 그런 글입니다.^^ (그래서 어쩐지 그가 직접 썼다고 확 믿게 만드는 구석이..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