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는 코믹영화가 땡긴다. 비록 유치할망정...

명절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다. TV에서 해 주는 성룡영화. 기름에 지지는 전 냄새. 초인종소리와 함께 한껏 상기된 얼굴로 들어서는 반가운 친척들. 그리고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영화관에 가서 보는 코믹 영화. 그런 의미에서 얼마전 홈 프린스와 함께 투사부일체를 봤다.

나란 인간은 그렇다. 적어도 영화에 있어서는 잡식성이다. 남들이 다 유치하다고 해도 나는 무지하게 재밌고 어떤 사람들은 지루하다는 영화도 나는 괜찮았고, 또 어렵다는 영화도 의외로 쉽게 쉽게 보곤 한다. 그러니까 좀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취급도 안하는 영화도 나는 좋아라하며 보고 재밌는 영화만 보는 사람들은 지루하다고 치부하는 예술 영화도 나에게는 괜찮다. 그러나 나와 함께 영화를 보는 지인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홈 프린스는 그 중에서도 오직 재미만을 추구하는 쪽에 속한다. 다행스럽게 나는 아무거나 다 볼 수 있는 인간이므로 홈 프린스와 영화를 고를때의 충돌은 전혀 없었다.

저번에 두사부일체도 꽤 재밌게 봤기에 나는 망설임없이 이 영화를 선택했다. 물론 두사부일체가 마지막에 이르러 하던 코믹을 접고 관객들을 감동시키겠다는 엄한 각오를 하는 바람에 좀 거시기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웃겼었다. 투사부일체도 역시 웃기긴 웃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인터넷과 관련된 용어들로 웃긴다. 거기까지는 아주 좋았다. 벗뜨 그러나.

배우의 연기력 보다는 그 배우가 가진 기존 이미지를 일그러뜨리는 것에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특히 김상중의 경우. 얼굴만 약간 이그러뜨려도 큰형님 영화위해 몸바치시네 분위기다. 하도 TV에 나와서 중우한 이미지의 대배우가 이 영화에서는 망가져요 식의 흥보를 해서 그런지 어느덧 관객들도 그것에 세뇌된듯 그의 얼굴을 보며 웃는다. 전편에 비해 크게 달라진것은 없으나 그나마 엄한 감동을 주려는 부분이 조금 줄었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 감동은 왜 가난해빠졌으나 예뻐 죽겠는 여학생의 죽음일까? 그리고 그 여학생은 왜 다들 몸을 팔지? 가난하지만 이쁘고 공부잘하면 몸판다는게 아주 무슨 공식같다.)

요즘 요가 비디오 외에는 별 활동이 없었던 최윤영의 연기는 영 분간이 안간다. 저게 잘하는건지 어색한건지.. 어떨때 보면 좀 잘하는것 같은데 어떨때 보면 영화에서 혼자 붕 떠 있는것 같다. 그리고 무지하게 웃기는 깍두기 머리의 사투리쓰는 그 사람 (이름 까먹음) 은 너무 여전해서 재미없다. 거기다 그의 아내로 나온 가수 춘자는 오바도 그런 오바가 없다. 욕먹기 싫어 너무 열심히하는데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 적당히 했으면 좋았을것을...

홈 프린스의 반응은 대체로 재미없다는 쪽. (웃긴게 영화 볼때는 박장대소 하면서 나중에는 맨날 재미 없었다고 한다. 또 영화볼때 무반응이더니 보고 나서는 괜찮다고 한다. 솔직하지 못한넘..) 나도 크게 재밌지는 않았다. 그러나 명절 분위기에 한번 봐줌직한 영화이긴 하다. 물론 명절이 끝난 지금 시점에서는 다음 명절에 TV에서 해주거나 아니면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해주길 기다리라고 권하고 싶다.

끝으로 이제 사투리쓰고 무식한 조폭들은 좀 그만 나오면 좋겠다. 처음 몇번은 재밌었는데 몇몇 영화에서 너무 죽자꾸나 우려먹어서 지겨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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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6-02-01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재미있게 봤어요. 웬만하게 웃긴건 다 재미있다고 하는 편이긴한데...^^;
그런데 나중에 조폭끼리 싸우는데 학생들이 몰려오는 그 장면에서는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플라시보 2006-02-02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달님. 흐흐. 그 차례로 하나씩 오는 장면 말이죠? 오죽하면 지들도 그렇게 대사를 치겠어요. 한꺼번에 오지 하나씩 오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