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외박을 준비하는 여자
유영희 지음 / 책읽는사람들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내가 구입한게 아니다. 실은 이 책을 낸 출판사에서 내는 정기간행물에 북리뷰를 쓰고 있는데 이번달 북리뷰를 이 책으로 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읽은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혀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읽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저자의 뭐든 감사하고 뭐든 따뜻하고 뭐든 배울것이 있는 이 세상이라는 관점이 조금 질린다고나 할까? 아무튼 나와는 좀 맞지 않는 책이다.

 

책에 대해 조금 설명을 하자면 저자인 유영희씨는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1급 장애인이며 둘째 아이를 낳자 마자 병세가 시작되어서 근 십년이 넘게 남편이 그녀를 보살폈다. 이런 경험들을 살려 수필을 냈고 이게 여러군데 당선이 되어서 MBC사과나무 같은 프로그램에도 소개되어 유명세를 탔다. 그리고 이 책은 그녀가 그동안 짬짬이 써 두었던 수필들을 엮은 것이다. 여기까지만 설명해도 알겠지만 이 책은 인간승리 그 자체이다. 죽음의 고비를 넘길뻔한 저자. 하지만 불굴의 의지와 남편의 사랑으로 그녀는 아직까지 잘 살고 있다. 이런 그녀이니 얼마나 세상이 감사하고 또 할 말이 많겠는가. 하지만 이게 조금 피곤하기도 하다. 매 순간마다 그녀는 감동덩어리를 던져주고 독자인 우리들은 거기에 '세상에나' 혹은 '어쩜' 을 연발해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느껴진다.

 

어쩌면 내가 이 책에서 그다지 감동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월간 좋은 생각 같은 류의 글들을 싫어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떤 형태의 글을 좋아하는가는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기에 나는 이러한 부류의 글이 별로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지만. 사실 누구나 당연하게 감동받고 더불어 마음까지 따스해지는 얘기들을 대놓고 싫다라고 말하기는 좀 뭣하다. 왜냐. 너무 인간미가 없어 보이니까. 그래도 싫은걸 어쩌겠는가. 내가 어디가 하나 고장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당연한 감동과 당연한 따스함이 싫다. 너무나 정형화된 그 따스함과 감동에서 오히려 비인간적인 냄새를 맡는다면 나는 이상한 인간인걸까?

 

아무튼 이 책은 저자가 병을 얻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 속에는 대부분 감동적이고 눈물겨운 사연들이 가득하다. 책을 읽다가 보면 세상을 아무 걱정없이 사는 사람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사함이 있다. 그리고 그것에 감동을 받고 받지 않고는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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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08-25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님하고는 좀.. 아니지 많이 맞지 않는 책일듯. ^^

플라시보 2005-08-2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 구두님. 흐.. 전 왜 이렇게 가슴 따신 얘기들을 못 받아들일까요? 병인가봐요..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