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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빵파랑 - My Favorite Things
이우일 글.그림 / 마음산책 / 2005년 6월
평점 :
어떤 작가들은 책을 내면 무조건 사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내게 있어 이우일도 그런 사람중 하나이다. 그의 만화인 도날드 닭을 좋아했다거나 아니면 뭐 연재될때 열심히 봤다거나 하는건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가 책을 내기만 하면 꼬박꼬박 사게 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게 순전히 만화 때문은 아니었다. 내가 산 책 중에서는 그의 직업이 만화가임에도 불구하고 만화 만 있은적은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이우일은 내게 있어 만화가라기 보다는 그냥 글쓰는 사람 같다. 그리고 그 글을 설명하기 위애 옆에다 깜찍하고도 엄한 그림을 그려놓는 사람 말이다.
이 책 옥수수빵파랑도 만화로만 된 책은 아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수필 정도에 해당하겠지.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그랬었다. 옥수수빵이 파랄수도 있나? 덜 익은 옥수수로 만들면 빵이 파래질까?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제목은 어떤 색깔의 이름이었다. (이 책의 표지색이다.) 어째서 저 책의 색이 옥수수빵파랑이라는 괴상한 이름인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추측을 해 두었지만 암만 생각해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짓기 싫으면 작명소에라도 맡기던가 무성의하게 저게 뭐람?) 아무튼 이 책은 이우일이 좋아하는 것을 나열했다. 옥수수빵파랑색은 바로 이우일이 좋아하는 색이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게 꽤나 많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번도 나는 그런걸로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보지는 않았었다. 어쩌면 글이라는게 말이다. 너무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아이디어도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세상에 누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나열해서 (물론 설명도 한다.) 그걸 책으로 엮을 생각을 하겠는가 말이다.
내가 이우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첫째 재밌고 둘째 잘난척하지 않고 셋째 감수성 풍부한척 내지는 순수한척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써놓고 나니 자주 책을 내는 만화가 모씨의 정 반대가 아닌가?) 그래서 나는 이우일이 참 좋다. 나는 재미없고 잘난척도 잘 하고 가끔 예술가 뺨 후려치게 감수성이 풍부하며 흰두부 부럽잖게 순수한척하고 살지만. 그렇지 않은 인간들을 보면 한없이 끌린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우일같은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 그게 친구건 뭐건 말이다. 이런 글을 쓰고 이런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 정말 좋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읽는 내내 그의 아내와 딸년 (이건 이우일의 표현이다.) 이 몹시 부러웠다. 내내 두건을 쓰는 사람이란게 좀 상상이 안가지만 아무튼 이런 사람과 함께 사는 그 두 여자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가!
하나도 심각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가벼워 깃털처럼 날려도 좋을만하지는 않은. 딱 그 정도를 지키는 이우일의 글솜씨는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지금이 한창 피서철인데 놀러가서 읽기에도 딱 좋다. (중간에 끊어 읽어도 상관없는 내용들이기에) 그리고 책을 읽고 나면 색 하나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그 색 이름은 말 안해도 알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