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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미실은 알다시피 제 1회 세계 문학상 1위를 받은 작품이다. 상 받은 작품들은 많겠지만. 유독 미실이 주목을 끌었던 것은 문학사상 꽤 큰 금액인 1억원 상금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분도 지적하셨듯이 미실은 이 1억원이라는 상금을 뽑아내려는지 참으로 엄청난 홍보를 해댔다. 광고란 으례 그렇지만 워낙에 멋진 카피들에 나는 망설임없이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속내로는 '그래 1억원이나 받은 작품이니 대단하겠지?' 하는 속물적 기대도 있었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도대체 미실이란 작품이 어째서 상까지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스타작가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가난하게 사는 작가들에게는 정말 큰 금액인 1억원이라는 상금을 받을만큼 대단한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미실에 대해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유교 사상으로 인해 늘 기죽어살던 여성상을 새로 쓰는양 구는것과 그녀에게서 페미니스트적인 부분을 읽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나는 예전에 썼던 파울로 코엘료의 11분을 다시 떠 올린다. 여자가 자유롭게 성을 즐기고 억압되지 않으면 다 페미니스트요 새로운 여성상인양 떠드는 사람들에게 묻고싶어 진다. 그것은 가리고 감추고 아니되옵니다 하던 여자들과는 다르지만 남성 판타지와 정말 한치도 닿아있지 않냐고 말이다. 파울로 코엘료가 스스로 별 이유없이 창녀가 되었던 여주인공을 내 세워서 그러했듯 김별아도 미실을 내세워 똑같은 짓을 한다.
너무도 숨막히게 아름답고 거기다 똑똑하기까지한 여인이 성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은 분명 남자들에게 또다른 꿈을 꾸게 한다. 더구나 11분의 그녀나 미실의 그녀나 도무지 남자를 가리지를 않는다. 11분의 그녀가 성도착자를 만족시켰다면 미실은 한번 씻지도 않은 거렁뱅이나 다름없는 남자에게 성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걸 마치 성의 해방인양 외치는 것에는 정말로 할말이 없다.
여성은 무조건 남성이 치마를 들추고 팬티를 끄집어내릴때까지 어머 몰라요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건 이미 시대에 뒷쳐져도 한참은 뒷쳐진 생각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남자 저남자 가리지 않고 다 상대해 주는것이 진정한 페미니스트일까? 미실은 심지어는 자기의 남동생과도 관계를 가진다. 아무리 집안 대대로 색으로써 왕실의 남자들을 모시는 것의 의무라고는 하지만 이건 좀 너무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미실은 바지만 입었다 하면 가리지를 않는다. 거기다 미실의 책략이랍시고 등장하는 것은 오로지 몸을 이용해서 후리는 것이다. 그게 지략이고 책략일것 같으면 근사한 외모만 가지고 태어나면 개나소나 다 할 수 있는거 아닌가?
성적으로 자유롭건 혹은 보수적이건은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나는 어떤것도 미화하는 것에는 단 하나의 별도 주고싶지 않다. 오직 한남자만 알고 그 남자가 떠난 다음에는 죽으라고 수절해서 열녀문이 세워지는 것도, 남자라면 아비와 아들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근친상간마저 거침없이 해대는 것을 새로운 여인상인양 추켜세우는 것도 달갑지 않다. 남자에게 있어서는 아름답고 똑똑한 여자가 다 상대 해 주는 것 만큼 고마운 일은 없겠지만 여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더없이 빛나는 육체와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가 소위 성적 해방이랍시고 사랑이고 개뿔이고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성적으로만 잔뜩 달아올라서 이 남자 저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 하는것에 대해 그것이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할까?
남자가 여러 여자를 거침없이 상대하면 바람둥이 내지는 난봉꾼이라고 하면서 왜 여자는 이남자 저남자 다 상대하면 미화되는 것인지 나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비록 소설이지만 나는 이 한권이 파올로 코엘료의 11분처럼 얼마나 더 잘못된 생각을 퍼트릴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면 아찔하다. 혹시 누군가가 이 책을 보고 아름답고 똑똑한 여자가 오로지 지향해야할바는, 사랑 같은건 개나 물어가란 식의 성적 자유 (내가 보기에는 방종이다 만은) 라고 생각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물론 소재의 참신성에 대해서나 흔치않은 소재를 위해 작가가 자료조사를 끊임없이 했을것을 생각하면 이 소설은 어느정도 칭찬받을 구석도 있다. 하지만 미실이 아무리 색으로 신하된 도리를 다 하는 여자라 하더라도 스스로 그렇게까지 엉망진창인 여자를 뭘 그렇게 대단한양 그려놓았나 싶다. 어떻게 보면 미실은 운명을 스스로 만든 여자가 아니라 그냥 정해진 운명 (왕실의 창녀)에 한치의 반항도 없이 살아온 밋밋하고 재미없는 인물이다. 그녀의 일생을 통틀어 의미있는 일이라고는 익힌 방중술을 남자들로 녹인거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게 왕이건 왕의 아버지건 남동생이건 애인이건 애인의 친구이건 가리지 않고 말이다.
예전에 아빠가 내게 성교육을 하실때 그런 말씀을 하셨다. 섹스가 목적이 될수는 있어도 수단은 되지 말라고. 이건 아마도 아빠가 내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교육이 아니었나 싶다. 오로지 몸이 무기인 여자. 그 무기로 입에 풀칠하고 옷 걸치고 널찍한 집에 사는 여자는 절대로 되고싶지 않다. 그건 앞으로 나도 마찬가지이며 내가 앞으로 혹시나 딸을 낳게 된다면 반드시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다. 자유롭게 원하고 즐기는 것과 남자들의 성적 노리개 (그것도 남자들로써는 너무나 고맙게도 자발적으로 나서는) 가 되는것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하겠다면 미실이 가진 아름다운 육체따위는 조금도 부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