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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 2004 제4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영하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한 사람의 작가가 쓴 단편집도 좋지만. 이 책처럼 무슨 문학상이나 신춘문예 수상집의 경우 여러 작가들의 단편을 단 한권의 책으로 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제일 첫 장. 상을 수상한 김영하의 보물선을 비롯해서 최종 후보에 오른 여덟명의 작가들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김영하의 보물선의 경우 그의 단편집 '오빠가 돌아왔다' 에 실린 작품으로 예전에 한참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군산 앞바다 보물선 사건을 모티브로 따와서 쓴 소설이다. 그 외 최종 후보작은 구효서의 시계가 걸렸던 자리, 김연수의 부넝쒀, 박민규의 갑을 고시원, 윤대녕의 고래등, 윤영수의 새때, 이윤기의 보르항을 찾아서, 이현수의 신기생뎐2-오마담 편, 이혜경의 틈새. 등 총 여덟개의 작품이 실려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작년 김영하와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작가 박민규의 갑을 고시원이 단연 돋보인다. 타 작품에서 보였던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살아 있으면서도 뭔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으로. 작가 박민규를 더욱더 주목해야 할 이유를 충분하게 제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2000년 고인이 되었으나 우리의 가슴속에 소나기, 독 짓는 늙은이 등으로 영원히 살아 숨쉬는 작가 황순원의 단편 기러기가 실려 있다.
따로이 큰 설명이 필요없이. 의심할바 없는 수상집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안전하다는 것에 있으리라. 재미가 없으면 어쩌나, 수준 이하의 형편없는 작품만 실려있으면 어쩌나 하는 위험부담을 떠 안지 않아도 된다. 어릴때 받았던 종합선물셋트라 찍힌 과자 상자 속에는 맛있는 과자도 들어 있지만 대게는 어린 마음에도 '안팔리는걸 여기다 죄 넣어 놨나봐' 싶을 만한 과자들이 대부분이다. 허나 2004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적어도 안팔리는 과자는 한봉지도 없다. 모두 시장에서 검증이 된 작품들이 실려서 책값을 톡톡히 한다. 신인이 아닌 기존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인 만큼 참신함과 신선함은 다소 덜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만만치않은 내공을 지닌 작가들의 작품을 책 한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면 너무 큰 욕심은 부리지 않는게 좋을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