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 공포전기선집 1
하나부사 요코 지음, 주진언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겁 많은걸로 치자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이다. 이렇게 나이를 퍼 먹고도 아직까지 비가 오거나 약간 머리가 주뼛한 날이면 밤에 잠을 잘 못잔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것은 혹시나 귀신이 눈에 보이는 것. 그래서 나는 공포영화도 못 보고 TV에서 해마다 여름이면 해 주는 납량특집도못 보며 심지어는 만화 영화에서 약간만 공포스러운 장면이 나와도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는 손가락이 부르르 떨릴 지경이다. 어쩔 수 없이 친구들 손에 이끌려 공포영화를 보게 되면 귀막고 눈을 감아서 대체 뭘 봤는지도 모른다. 

얼마전 서재 활동을 왕성하게 하시는 검은비님께서 만화책을 보내주는 이벤트를 하셨는데 당시 하릴없이 알라딘을 서성이던 내가 그만 덜커덕 당첨이 되어서 '내 남자친구 이야기' 라는 일곱권의 만화책과 함께 이 책 '인형의 집' 을 선물 받았다. 내 남자친구 이야기를 읽다가 오늘 비도오고 해서 한권짜리인 인형의 집을 보게 되었다. 결과는 이렇게나 겁이 많은 나도 너끈하게 읽을 정도의 공포였다는것. 따라서 진정 공포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싱거울지도 모르겠다.

만화라는 특성상 무지하게 공포스럽기는 힘들기도 하겠지만 이 만화책에 등장하는 공포는 곱씹을수록 공포스럽다 정도는 절대 아니다. (원래 진짜 공포는 얘기를 접하는 당시 보다 혼자 있을때 떠올리면 더욱 공포스러운 것이라 했다.) 지금 천둥 번개가 장난 아니게 치기 때문에 읽다가 가끔 깜짝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이 책을 덮지는 않았다. 세상의 모든 공포스런 얘기들이 딱 이정도면 나도 할랑하게 즐기련만. 사람들은 이것 정도는 공포의 범주에도 들지 않는다는듯 온갖 괴기스럽고 스산하며 음산한 얘기들을 즐긴다.

이 만화책에는 책 제목과 동명인 인형의 집을 비롯해서 비색, 혼을 뒤흔드는 새, 가면의 신부 이렇게 4가지의 단편이 있는데 (허억 그러고 보니 숫자가 줄을 4자 이군.) 혼을 뒤흔드는 새의 경우는 너무 시시했고 그나마 인형의 집이 약간 무서웠다. 비색은 무섭다기 보다는 끔찍했고 가면의 신부는 읽자 마자 결론을 추리해낼 정도로 스토리가 좀 뻔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어찌되었건 좀처럼 공포를 즐기지 못하는 내가 간만에 공포를 견디는게 아닌 즐겼다는 점에서는 이 책에 감사해야 할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공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많이 싱거울지도 모른다. 참. 이 책은 일본 작가가 쓴 책인데 내 생각에 공포 중에서 제일 최고봉은 한국 귀신얘기 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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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haGreen 2004-11-1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싶어졌어요^-^

플라시보 2004-11-1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르바시Urvasi님. 흐흐. 지독한 공포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권할 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