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듀나라는 이름을 쓰는 이가 있었다.

소문이 무성했다. 한 사람인데 여러사람 인 척 하며 글을 쓴다더라, 여러 사람이 한 사람처럼 듀나라는 이름을 쓴다더라, 철저하게 가려진 인물이라 일도 이메일로만 하지 절대 얼굴 안보여 준다더라 등등.

지금도 그 분이 듀나라는 이름을 갖고 활동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분이 내신 책을 읽은 것이 꽤 오래 전 일인 것 같다.)

아무튼 그때의 나는 어렸으므로 막연하게 우와 멋있다. 나도 나중에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한 이름 쓰면서 모르는게 없는 그래서 듀나같은 그런 무언가를 해 보아야지 했다.

그리고 저 소망을 잊어갈 즈음 나는 일을 하게 되었고 마음만 먹는다면 그 분의 존재 여부를 혹은 어떤 분인지 업계 사람들에게 물어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냥 막연하게 저 뭐뭐더라 정도만 알고 있는 나로 남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지 호기심 따위 채우자고 남을 캐내는 건 좀 돈 인간이나 할 짓이니까.

뭐 그래서 그런지 어느 날 보니 나 역시 그렇게 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작은 소망에서 출발했지만 내가 내 글을 읽어봐도 이건 오합지졸 말고는 달리 표현 할 길이 없다. 관심이 사방에 뻗어있고 온갖 것에 대해 다 말하고 싶어하고 도무지 통일된 분위기 내지는 일관성 없고 (이건 수정 작업을 하며 절절하게 느꼈다.)

간혹 신상 털기를 하는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을 보는데, 다른 벌 다 필요 없고 일단 옷 다 벗긴 다음 명동 한 복판에서 딱 30분만 세워놓으면 자기가 무슨 짓거리를 한지 알거라 본다. 똑같이 그 신상 털어 네티즌들에게 까발려지게 하는 것은 단 30분 만에 알아지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고 세상 모든 일을 이에는 이로 나갈 수 없으니까. 똥물 뒤집어 썼다고 나도 똥 싸서 끼얹는게 답만은 아니니까.

지금 이 시대에는 듀나같은 존재가 불가능할 것이다. 일단 호기심 천국인 인간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며 어떻게 해서든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알아 낼 테니까. (이 모든게 컴퓨터 인터넷으로 가능한 세상이 참 저주스럽다.) 그래서 주민등록 말소하고, 시골에 잠적하여 외국의 서버를 이용해서 글을 쓰고 출판 관계자들에게 매일 매일 이메일 주소를 바꾸어 일 하지 않으면 금방 다들 알아 낼 것이다. 영장 없이는 알아내는게 불가능할 지경으로 자신을 숨기지 않는 한 말이다.

나는 듀나가 존재했던 시절이 그립다. 한 때 배우 배두나가 자가가 듀나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다는 얘길 들은적이 있는데 그때도 사람들은 호기심 천국은 마찬가지 였지만 그래도 귀여운 구석이 있는 호기심이었고, 그걸로 뭔 짓거리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듀나가 가능했던 것이겠지.

아직도 나는 듀나를 꿈군다.

아 궁금해라 까지만 가능한 듀나.

혹시 이런거 아닐까? 정도의 귀여운 추측만 해 보는 사람들이 있는 듀나.

간혹 연예인의 뭐뭐가 어떠했더라 하는 얘기들을 하는데

그 자리에서 CF를 찍은 감독이나 기자, 매니저에의 입에서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면 거의 아니라는 것.

그리고 저런 사람들은 밥줄이 달린 문제이므로 설사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와 작업을 했다고 해서 절대로 일반인에게 발설하지 않는다. 동종업계자들 사이에서는 말이 돌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관계자들은 절대로 저런 짓을 하지 않았다. 밥 줄 끊기고 그 업계에서 매장당하고 싶은게 소원이 아니라면 말이다.

다들 좋은 얘기 정도만 해 준다. 나에게도 마찬가지. 물론 들은 얘기들도 있지만 그건 그냥 인간이 다들 그런 부족한 부분이 있게 마련이고 연예인은 신이 아니란 생각을 하면 답은 간단하게 나온다. 그리고 대게는 직장인들이 하는 아, 회사 진짜 맘에 안들어 정도라는 것.

듀나는 아직도 책을 내고 글을 쓰고 활동을 하고 있을까? 내가 모르니까 뭐라 확신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아마도 조금 방법을 바꾸어서 활동해야 가능할지도. 신상털기하면 다들 금방 알아내는 인간들이 있으니.

그래도 듀나가 있던 그 순진하고 귀여운 세상이 그립다.

다만 그냥. 앞으로는 듀나가, 듀나 스러운 무언가가 존재하기 힘든 세상이 된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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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2-02-24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정은궐 작가가 있지요. 그(녀) 역시 정체 불명이라고 하던데요?

플라시보 2012-02-24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오~ 아직도 그런 듀나스러운 것이 존재 할 수 있는 세상이군요. 만만세입니다. 한 번 찾아서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궁금해요. 제2의 듀나는 어떤 모습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