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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지옥 1
권지예 지음 / 문학사상사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친구에게 선물을 받았는다. 책을 사 주겠다는 친구에게 나는 이렇게 물었다. '새의 선물이랑 비슷해? 새의 선물은 은희경이 쓴 소설이다. 나는 그 소설을 읽고난 다음 늘 주인공인. 징글맞게도 어른같던 꼬마 여자아이가 자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곤 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의 선물과는 약간 다르다. 새의 선물의 여주인공은 어리지만 조숙했었고 (그렇다고 해서 순풍산부인과의 발랑까진 미달이와는 좀 다르다.) 그 아이의 삶 자체보다는 주변인들의 삶을 그리는데 더욱 치중했었으며 조금 더 드라마틱했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지옥은 주인공의삶에 더 밀착되어 있고 새의 선물 만큼 드라마틱하지는 않다.
한 여자아이가 있다. 여자아이의 아버지는 잘생긴 얼굴과 바람끼에다 허풍까지 함께 갖춘 인물로 집안 식구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속으로 모든걸 삭이고 돈을 끔찍하게 아끼지만 정작 나서서 돈을 벌거나 돈을 불리는 것에는 담을 쌓고 산다. 그리고 여동생이 둘. 남동생이 하나이다. 그녀의 집이 서울에 정착해서 처음으로 장만한 내집에서 살다가 결국은 돈 때문에 집을 팔고 이사를 가기까지의 얘기가 나와있다.
사실 나는 이 소설을 읽는동안 재밌기는 했었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작가가 소소한 일상을 쏟아놓았을 뿐. 그 속에는 아무런 메세지가 없다. 어떤 글이건 반드시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있어야 하는건 아니지만 이렇게 긴 소설을 쓰면서 아무런 하고싶은 말이 없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상당히 이상한 일이다.
마치 배설물 처럼 작가는 자전적 소설을 길게 길게 풀어놓았다. 작가는 그래서 시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컷 읽고 나면 남의 삶을 들여다본것 같은 느낌만 남을뿐.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은 지울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겪은 일 외에는 단 한줄도 상상을 하거나 발품을 팔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기라도 한 것 처럼 이 소설은 참으로 일기장스럽다. 그런데도 단 이틀만에 두권을 다 읽어치운걸 보면 재밌기는 재밌다. 그게 단지 남의 인생을 엿보는, 아무런 메세지를 전달받지 못해도 단지 훔쳐보는 관음증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라 하더라도 재밌다는 부분에 대해서 이견을 달지는 못하겠다.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주인공의 방문과 방 사이의 작은 공간에 누워서 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녀는 그게 뚜껑이 있는 관이 아니라 뚜껑이 열려있는 나의 아름다운 관이라고 부른다. 문득 과거 지나간 내 사춘기에도 존재했던, 관이라고 부르지는 않았지만 집안에서 혼자 찾던 좁은 장소 하나가 생각났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가난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주인공의 엄마가 원낙 돈돈 하기 때문에 안 할래야 안 할수가 없었다.) 내가 보기에는 주인공의 자전적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가난 부분만은 작위적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 만약 정말로 가난했었다면 가난의 모습은 그렇게나 새새하게 그리면서 막상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그렇게 가볍게 스치듯이 볼 수는 없었을꺼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