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의 제목은 다소 길다. 짧게는 파란만장 미스김으로 불리우지만 실제로는 파란만장 미스김의 10억 만들기 이다. 어떤가. 제목만 들어도 감이 팍 오지 않는가? 이건 결코 심각하거나 눈물을 짜거나 진지한 드라마가 아님은 제목에서 부터 여실하게 느껴진다.
드라마의 내용은 다소 만화틱하다. 미스김이라 불리우는 여성은 결혼을 약속한 남자에게 결혼식 당일날 버림을 받는다. 마침 이때 사진을 찍으러 온 박군은 미스김의 불쌍한 상황을 지나치지 못하고 그때부터 그 둘은 엮이게 된다.
이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둘 다 돈을 아주 많이 벌고싶어 한다는 것이다. 미스김은 돈 때문에 자신을 배신한 애인 때문에, 박군은 죽은 형이 뭍혀있는 집을 다시 사들이기 위해. 그들은 10억을 목표로 의기투합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처음에는 우유배달과 아르바이트등 다소 몸을 혹사시키고도 돈은 얼마 못 버는 상황이었으나 지금은 둘이서 꽃집을 냈다. 이제 남은것은 그들이 꽃집을 혹은 꽃집 이외의 다른 방법을 이용해서 10억을 버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요즘 불고 있는 10억 열풍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사람들은 책과 신문을 통해서 그래도 10억 정도는 있어야지 하는 심리가 상당히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이 판국에 그걸 소재로한 드라마가 하나쯤 나오지 않으면 이상하고. 이상하지 않으려고 바로 본 드라마가 나온 것이다. 허나 이 드라마는 심각하지 않다. 10억을 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심각하고도 또 어찌보면 스트레스마저 받게 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제작진들은 10억 벌기라는 소재를약간의 코메디와 버무리기로 했고 결과는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지진희의 발견 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물론 그동안 입술만 뒤집어졌지 대체 왜 인기가 있을까 싶던 김현주가 제법 오바해도 밉지않은 (오바 연기의 두 파가 있다면 김정은과 김하늘인데 김현주는 김하늘에 더 가깝다. 즉 연기를 아주, 썩, 매우 잘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오바했을때 살짝 귀여워 보이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 연기를 선보이므로써 입술 이외에도 하는게 있구나 하는걸 알려주긴 했지만 그래도 지진희를 향한 놀라움과는 게임이 되질 않느다. 저 남자. 대체 어디 있다가 이제서야 나타났던 것일까? 대장금에서 그 역활의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가 가나 대체 왜 나왔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했던 심심한 연기력을 선보이던 지진희.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지진희는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펄떡펄떡 뛰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런 느낌은 옥탑방 고양이에서 래원이를 봤을때와 비슷하다. 약간은 껄렁껄렁하고 시덥잖고 별 볼일 없으며 하찮지만 자꾸 보면 귀여운 구석도 보이고 또 착해 보이기도 하고 짜식이 웃으면 나오 씨익 하고 웃게되는 매력이 있다. 여기서 지진희의 표정 연기는 가히 예술이다. 그가 저토록이나 얼굴 근육을 다양하게 움직일줄 알았는데 왜 대장금에서는 이러나 저러나 똑같은 얼굴만 하고 있었을까 궁금할 지경이다.
내가 알기로 지진희는 원래 사진을 하다가 연기자로 진로를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극중 그가 맡은 사진사 역활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해 내고 있다. 특히 어제 보였던 웨딩사진을 찍으며 그가 날린 멘트들은 도저히 실제 경험에서 나온 에드립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만약 대본대로라면 작가는 사진을 좀 아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배우들이 극중 직업을 연기하면서 한없이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곤 했었는데 간만에 정말 저 배우가 저 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확 드는 연기를 보았다. (물론 진짜 해 봤던 일이라서 그런거겠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신신애는 간호사로 한번도 나오질 않았지 않는가!)
잘 어울릴것 같지 않은 지진희와 김현주는 예상외로 잘 어울렸다. 하지만 역시 이들이 엮이는 분위기가 될 것 같아서 심히 걱정이 된다. 엮이기야 이미 엮였지만 그쪽 말고 이쪽 말이다. 제발 둘이서 어느날 삐리리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뽀뽀를 하려다가 그만 누가 들어와서 어색해지는 연출 따위는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다. 그냥 그들이. 둘이서 힘을 모아 열심히 돈을 벌고 각자의 꿈을 이루고 또 각자의 사랑을 찾는 100점짜리 드라마가 되었으면 한다. 남녀가 나오는 드라마는 무조건 둘이 사랑하고 결혼시켜 엮으려고 드는 이 현실 속에서 그 두 사람 만큼은 그냥 친구로. 동성보다 더 친한 이성친구로 남았으면 좋겠다. (좋은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의 공형진 신은경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총 4회를 했고 주연은 물론 조연들도 맛깔스런 연기를 잘 해주고 있다. (지진희 쫒아 다니는, 어떤 연기건 매번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말투로 소화해내는 이름모를 여자애와 어디를 건드렸는지 표정연기가 안되는 김성령 빼고) 다음회가 기대되는 드라마. 드라마는 모름지기 그래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