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동아TV에서 도전 신데렐라 한국판을 만들었다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듣고 나서 지금은 미용 성형이라기 보다는 보정 성형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도전 신데렐라란 일반인들 중에서 미용 성형을 하고 싶은 사람을 뽑은다음 성형전 모습과 성형과정 그리고 성형후 변신한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1회에는 신청인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2회때는 1회의 몇 배나 되는 사람들이 신청했고 남성들도 아주 많았다고 한다.

그저께 인가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동아 TV 도전 신데렐라의 원조 프로그램인 미국판 도전 신데렐라를 보게 되었다. (채널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지원자들 중 2명은 나이가 아주 많은 여성이었고 나머지 2명은 비교적 젊은 여성이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얼굴성형 (눈, 피부, 코, 입, 치아, 얼굴윤곽 등등)이 들어가고 뒤이어 전신 성형(주름살 제거, 지방흡입, 가슴확대)을 한다. 그 다음에는 수술의 붓기가 빠지길 기다리면서 운동을 통해 살을 빼거나 체형을 보정한다. 저렇게 다 성형을 하는 것을 돈으로 따지자면 집이 갑부거나 연얘인이 아닌 다음에야 감당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저 모든걸 당첨만 되면 공짜로 다 해 주기 때문에 출연자들은 성형전의 자신의 벗은 몸 까지도 카메라 앞에서 모두 노출 시키며 수술과정과 변신과정 또한 다 공개를 한다.

젊은 두 여성의 수술은 그저 그렇게 보였는데(물론 그 눈부신 변신은 놀라웠다.) 좀 나이가 든 두 여자의 수술은 흥미로웠다. 일단 그녀들은 손자 손녀가 있을만한 나이이며 얼굴에 주름이 지나치게 많거나 해서 실제 나이보다 더 늙어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 봐도 얼굴에 전반적으로 문제점이 보였으며 외모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저 외모 때문에 심적 고통도 있었으리라 하는 상상이 갔다. 상당히 고통스러워 보이는 수술을 마치고 붓기가 빠지자 그들은 정말 다른사람이 되어 있었다. 일단 얼굴의 주름들이 다 사라지고 처진 입이나 눈이 제 자리를 찾고 거기다 눈과 코, 턱선 등을 손보았기 때문에 흔히 성형외과 광고에서 보는 befored와 after수준이 아니었다. 그들은 전혀 다른 사람으로 새로 태어난것 마냥 이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수술과 체형교정 이후 그녀들은 전부 헤어와 메이컵 그리고 의상까지 완벽하게 갖춘다음 가족과 친구들을 만난다. 그러면 가족과 친구들은 한결같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화면으로 봐도 완전히 다른 사람인데 늘 보던 사람이 완전 딴판이 되어 나타나는데 왜 아니 놀라겠는가...

사실 이 프로그램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등 문제점이 많다. 하지만 외모로 인해 자신감도 없고 그로인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일이 힘겹기까지 하다면 그들의 성형 수술을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외모지상주의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세상을 살아가면서 '외모따윈 전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말이다. 다들 아닌척 하고 살지만 이쁘고 잘 생긴것이 플러스 요인이면 요인이었지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 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살 만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감히 외모에 그렇게 무신경하거나 무감각할 수는 없다. 사람의 오감중에서 가장 발달한 것이 눈이다. 인간은 냄새도 촉각도 아닌 눈으로 가장 먼저 무언가를 파악하려고 든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보여지는 것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며 뭘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긴 사람이냐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단 5초간의 시각 정보로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확실하게 정립이 된다고 한다. 내가 입을 열고 나에대해 말 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이 소개를 해 주기전에 이미 5초라는 시간 안에 나는 상대방에게 되돌릴 수 없는 평가를 받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외모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까? 나는 아니라는 확답을 내릴 수 없다.

내가 남자가 아니라서 남자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자 중에서도 특히 예쁜 여자들은 이런저런 특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못생긴 여자 보다는 예쁜 여자가 취직도 더 잘되며 실수를 해도 더 용서를 받기가 쉽다. 그렇다고 해서 예쁜 여자를 마녀로 몰고 갈 생각이 있는건 아니다. 그냥 이게 있는 사실이고 현실이라는 소리다. 이런 상황에서 못 생겼지만 니 외모를 그냥 하늘이 주신거라고 생각하고 꿋꿋하게 한번 참아봐. 인간이 외모가 전부가 아니잖니 같은 말은 그냥 개풀뜯는 소리 밖에는 안된다. 못 생겨서 미팅에 한번도 끼지를 못했다면, 지나가면 사람들이 살짝은 찌푸리며 나를 처다본다면, 면접 시험에서 시험관이 아래위로 훝어보며 고개를 짤래짤래 흔든다면 어떻게 그 외모를 하늘이 주신거라 생각하고 꿋꿋하게 참으며 나아가 인간은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겠는가

나는 성형수술 옹호론자도 반대론자도 아니다. 다만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 설사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 하더라도 내가 이 세상에 발 디디며 살고있는 이상 나는 세상에 맞추거나 세상을 무시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만 내가 모든것에 있어 약자의 입장에 처해 있다면 세상을 무시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내가 알고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을 무시할 만큼 파워를 가지고 있지를 못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과 다른 세상이 오면 모를까 적어도 지금 세상에서는 외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성형수술로 자신이 행복해지고 자신감도 찾는 동시에 5초안에 내리는 타인의 평가가 호의적이라면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groove 2004-02-28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성형해서 자기한테 더 자신감이생기고 타인이볼때도 보기좋아보인다면 욕할수는없는거죠! 거울볼때마다 기특할꺼같아요 하지만 예전앨범을 들쳐볼일이있으면 깜짝놀라겠죠
이게누구야!!

플라시보 2004-02-28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사진 보면서 이게 누구야 하는 재미도 괜찮겠네요. 남들은 똑같은 얼굴로 일평생을 사는데 얼굴이 두번 혹은 그 이상 바뀐다면 새 인생을 사는 느낌일듯^^

갈대 2004-02-28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문제는 옳다, 그르다로 양분할 수 없는 가치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형수술을 너무 쉽게 선택하고 행하는 지금의 실태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네요

mannerist 2004-02-29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평균 이하의 외모를 지니고 한국에서 여자로 다시 태어난다면 얼굴에 칼 댑니다. 무.조.건. 특출난 두뇌와 집중력, 끈기를 타고나지 않았다면 이건 생존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흰 바람벽 2004-03-0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평범하게 태어난걸 먼저 감사하며..(외모때문에 따돌림 당하거나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거나 한적은 없으니 다행.. 휴~~~~~~~~)
음...플라시보님 말에 수긍가는 점이 많습니다.
지금 우리시대는 외모가 꽤 많이 중요하더라구요.
외모뒤에 숨겨진 (진정 마음씨가 따뜻한 사람. 인정이 많고 친절하고 정직하고 또는 일을 잘하는)사람을 한눈에 알아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속내를 볼수 있는 안경이나 뭐 이딴거 있음 좋겠네.. ^^..)
어쩌면 우리는 무의식중에서도 이쁘고 못생기고를 따지는지도 모를일입니다. (당연한 거겠죠.. )
하물며 동화책에서도 공주와 마녀는 확연히 외모에서부터 차이가 나죠 ^^;;
그래서 아이들은 못생긴 사람은 곧 나쁜사람이라고 알고 있더라니깐요.

플라시보 2004-03-02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흰 바람벽님 말씀대로 동화책조차 그러네요. 마녀는 항상 못 생겼고 공주는 이쁘고. 그래서 아이들이 못생기면 나쁜사람으로 안다. 일리가 있네요. 이래서 제가 슈렉을 좋아한답니다. 못생긴 공주와 못생긴 슈렉의 해피엔딩. 다만 아쉬운건 못생긴 것들은 못생긴 것들끼리 모여살아야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어쨎건 여태 예쁜 공주들만 봐온 눈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