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르고 말았다. 아마 TV 드라마 시리즈를 박스 세트로 산건 섹스 앤 더 시티 이후로 처음인것 같다. TV를 잘 보지 않는 나로서는 드라마에 반하는 일이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들이 사는 세상은 본방사수까지 했었다. 그것도 모자라 그에 대한 찬사를 칼럼으로 좔좔좔 늘어놨다가 데스크에게 빠꾸를 당하기도 했었다. (이유인즉 이 드라마에 너무 미쳐있다는 티가 난다나? 으하하) 

아무튼 나는 노희경 드라마를 거의 다 좋아하긴 하지만 '그세사'를 보면서 완전한 그녀의 팬이자 노예가 되어버렸다. 송혜교도 현빈도 내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노희경의 입에 짝짝 붙는 대사를 치니 그들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배종옥을 비롯한 뽀글머리 작가 김여진 (맞나?) 김갑수, 까칠한 PD (갑자기 이름 생각 안남) 등등 캐릭터 하나 하나가 다 사랑스럽고, 어쩐지 길에서 마주치면 안아주고 싶을 것 같았다.  

사랑에 대해, 참 여러가지의 시선이 있고 참 많은 해석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노희경이 그리는 사랑은 신선했다. 우리와 닿아있으면서도 결코 비루하지 않았고, 드라마니까 가능하지 같은건 별로 없었다. 그러니까 드라마같지는 않되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현실처럼 남루하지도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를 사랑한다. 

얼마 전. 지인과 얘기를 나누다가 그녀 역시 그들이 사는 세상에 미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한 시간 가까이 서로가 생각하는 명장면과 명대사를 읊어대다가 안되겠다 이거 사야겠다 하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그녀보다 조금 더 큰 작업실을 갖고 있고 벽걸이 TV가 있는 내가 사기로 했다. 그런다음. DVD가 도착하면 절대 혼자 보지 말고 (이게 중요하다.) 꼭 자기를 불러서 첫 회 부터 같이 보자고 했다. 레슨은 어쩔꺼냐 수업은 어쩔꺼냐 했지만 그녀는 '모르겠고~' 라고 말했다. 나중에 그녀에게 그세사 메인 테마 악보를 구한 다음 바이올린으로 연주해달라고 하면 해 줄라나? 으흐  

방금 DVD가 오늘 도착한다고 문자가 왔다. 요즘 알라딘의 배송 시간은 거의 나를 감동시킨다.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 도착이라니... 예전에는 끊임없이 배송 추적을 해 가며 언제 도착할지 달달거렸던 기억이 새롭다.  

DVD가 오면 친구를 불러야겠다. 팝콘도 튀겨놓고 맥주도 한잔씩 걸쳐가면서 매 장면 장면 환호하고 소리 지르고 박수 치면서 봐야지. 아줌마들처럼 감놔라 배놔라도 해 가면서...그들이 사는 세상도 좋지만. 이렇게 살 수 있는 내가 속한 세상도 뭐 나쁘지 않다. 아니 조금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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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0-02-0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해야되는데, 송혜교 단발 머리로 할까봐요.
으흐흐흐~

플라시보 2010-02-03 12:38   좋아요 0 | URL
송혜교 단발 예쁘지요^^ 저도 너무 하고 싶은데 긴 머리만 어울려서 참고 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