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요 몇 년 동안의 나는 늘 누군가에게 의지했었다.
모든걸 그들이 알아서 해 줬으며, 내가 할 일이라고는 그저 내 일을 하는 것 뿐.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케어 받으며 살았었다.
그래서 잠시 까먹었었다.
과거에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었는지를.
그리고 모든걸 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했었는지를.
심지어 여행 조차 그랬다.
나는 여행의 목적지는 물론, 환전 한 번 해 본 적 없었다.
오늘 낮에 여행사에 송금을 하고. 환전을 했다.
그러고나니 비로소 내가 진짜 여행을 가는구나 싶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 여행도 나는 혼자 다닌적이 없었다.
만기 적금을 찾아서 예금을 넣는 과정에서
나는 얼마간의 돈을 따로 떼어뒀다.
그리고 '여행 가리라' 라는 봉투에다 넣어뒀다.
그 봉투는 언제나 내 책상 서랍에 있었는데
돈이 모일 틈이 없었다.
조금만 모이면 나는 그 돈으로 여행을 가는 대신
엉뚱한 것들을 했었다.
그러나 오늘 넣어둔 돈은 손 대지 않으리라.
5만원 권으로 넣어둔 그 돈들은
비록 얼마 되지는 않지만
조만간 혼자 어딘가로 여행을 갈 돈은 충분할 것이다.
멀리 가는건 아직 무리겠지만
가까운 곳이라 하더라도 진짜 혼자 한번 여행을 가 봐야겠다.
부끄럽지만.
살면서 단 한 번도 혼자 여행을 가 본적이 없다.
출장가느라 왔다갔다 하는 것 빼고
그냥 여행을 위해서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배를 나 혼자 타 본적이 없는 것이다.
더 이상 편한것 안락한것만 하고 살려고 하지 않겠다.
요 몇 년 동안의 나는 충분히 편했고 안락했다.
물론 그랬기에 나는 내 일에 집중을 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의 결과물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많이 괴롭혔었다.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은 내 까칠함을 견뎌야 했고
그들에게 늘 내 위주로 움직여 줄 것을 요구했었다.
이건 뭐. 지가 돈 벌어서 가족 전체를 먹여살리는 소녀 연예인 가장도 아니면서
하는 짓은 그에 못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좀 달라져 볼란다.
새해가 되었다 라는 느낌도 없이
새해 계획 같은건 세우지도 않았었는데
뒤늦게 계획을 세운다.
다시. 오래전의 나로 돌아가기로.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는걸 나는 잘 알고 있으니까.
아니 썩 괜찮다는걸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