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새로운 어려움에 봉착할때면 생각한다.
역시 겪어보지 않고서 거기에 대해 뭐라뭐라 떠드는 것은 다 헛소리 혹은 개소리 였구나.
이해한다는 말, 난 알 것 같다는 말.
거기다 나같으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 부터 니가 그래서 되겠냐는 말까지
아... 그동안 나는 얼마나 오만했던지.
뭐든 지가 다 알고 뭐든 다 겪어본 사람처럼
남의 일에 그렇게 감놔라 배놔라 했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든다.
일상이 힘들어지지 않는다면
그래도 힘들다라고 하는 일들 중 대부분은 견딜수 있지 않을까 하고
제일 기본적인 일상이 힘들어져버리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무너질지도 모른다.
다만 그 힘이 든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가질때인지는 각자 개인의 역량(?) 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다리는 일은 이제 지겹지 않다.
그런데 기다린다는 사실은 여전히 지겹다.
고생 끝에는 대충 낙이 온다는데
그게 아니라 벌이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지?
이사를 싫어하는데
요즘들어 자꾸 이사를 가고 싶다.
아마도 이 공간이
끝내 내 공간처럼 착 감겨오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내게 그렇게 감겼던 공간은
2000년도에 살던 원룸이었다.
요즘 자주 거기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
내가 쓸고 닦고 어여뻐할 수 있는 공간은
딱 원룸 정도가 한계인가보다.
더 큰 공간은 내게 무리다.
바이올린을 하는 친구가 계단에서 떨어져
두 발목이 말 그대로 똑 하고 부러져버렸다.
사람많은 대학병원에서는 잔인하게 한날 한시에 두 다리를 모조리 다 수술해주었다.
그리고 2주 후에 나가란다.
내가 막 거품을 물자 그녀는 말했다.
'사실 내 연습실 근처에 정형외과가 하나 있는데 말이야. 휠체어 타고 왔다갔다 하면서
나는 레슨을 하면 어떨까 생각중이야'
무서운년. 그 와중에도 돈 벌 생각을 하다니.
하긴 강의 하는 것 보다 레슨이 더 짭잘할테니 누워있어도 삼삼했겠지.
그런 독한애들을 보면
난 아직 한참 멀었구나 싶기도 하고
어쩌면 영원히 그렇게 되지는 못 할것 같기도 하다.
책장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예전 사진들을 펼쳐봤다.
거기에는
좀 촌스럽지만 분명히 젊은 내가 있었다.
젊으니까 예쁘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뭐.
지금보다는 나은게 사실이니 가슴아프지 않을수가 없다.
보톡스와 주름살 땡기는 수술.
이젠 다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세월이 안겨준 포용력이군 흠흠 하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좀 거시기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