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공무원
영화
평점 :
상영종료


3M흥업에서 이 영화가 괜찮다길래 (3M흥업은 과거 나와 함께 모 잡지사에서 연애상담을 했던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씨와 다른 여러 기자들이 모여 만든 블로그) 오~ 이번에도 과속 스캔들 같은 웰메이드 한국 코메디 영화를 만날 수 있을것인가? 하는 기대로 봤다. 그러나 기대를 너무 했기 때문일까? 재밌기는 했지만 뭔가 조금 부족한. 그래서 결코 웰메이드라 할 수 없는 코믹 액션물이었다. 

일단 스토리. 어디서 많이 본듯하다. 연인 사이인 두 사람이 첩보 혹은 킬러나 기타등등 예사롭잖은 직업을 숨기고 만난다? 과거에는 졸지에 졸리 덕분에 이혼녀된 레이첼의 눈물겨운 희생이 뒷받침되었던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가 있었고, 최근에는 줄리아 로버츠와 클라이브 오웬의 더블 스파이가 있었지? 그래서 소재 자체는 전혀, 네버 신선하지 않다. 그러나 소재가 꼭 신선해야 좋은 영화는 아니므로 그건 패스. 뻔한 소재 훌륭하게 풀어낸 영화들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패러디나 리메이크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원작 뺨치게 잘 만들 수 있으므로. 

우선 김하늘 연기부터 짚고 넘어가자. 확실히 하늘이라는 그녀의 이름처럼 하늘하늘하니 갸냘픈 김하늘이 소화하기에는 아주 빡새보인다. 그리고 대부분의 액션은 그녀가 다 소화한다. (요것이 좀 신선했다랄까? 투톱 영화 체제에서 여배우가 액션 다 하는 영화는 거의 없다.) 강지환은 액션이라기 보다는 헐리우드 액션에 가까운 (헐리우드 배우의 액션이 아닌 말 그대로 과장된 슬랩스틱 코메디 같은) 허둥꽈당만 해대니까. 그러나 그녀의 연기는 그저 그렇다. 이 영화를 찍기 전에 했던 드라마의 아우라가 워낙 컸기 때문일까? 그녀의 반짝이던 연기력도 도도함도 이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연기를 아주 못한것은 아니었지만 뭐랄까 성장이나 발전이라는 의미에서의 연기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참 예쁘더군. 특히 사격훈련하는 장면에서의 김하늘은 멋지구리했다. 

다음은 강지환. 강지환의 팬인 나는 (방문객때부터 홀라당 반했다. 그 영화 꼭 보길) 사심없이는 도저히 그를 논할 수 없다. 영화는 영화다에서 단연 독보적인 아우라를 발산했던 소지섭보다 나는 강지환이 훨씬 더 눈에 띄였다. 그러니까 폼 잡고 어쩐지 고독해보이기까지 하는 간지가이 소지섭 보다 (오죽하면 별명이 소간지 겠는가) 약간 껄렁하고, 적당히 비겁하면서, 오만방자하기도 한 그의 캐릭터가 좋았다. 그리고 그 역활을 너무도 맛깔나게 잘 소화해냈다. 여기서 강지환의 캐릭터는 전작 영화의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양아치나 쌈마이 같은 기질 대신 해외 유학파라는 그럴싸한 스킬을 갖추었을 뿐이다. 어쩌면 이 캐릭터는 살인의 추억에서 모든 단서는 문서와 정보 안에 있다고 외치던 형사 (이름이 왜 기억 안나지? 유명한 배우인데..아마 마스크가 내 타입이 아니여서 그런가보다. 흠..) 와 비슷하다. 실전에는 어리버리하지만 해외 유학파인 만큼 프리젠테이션 하나는 꼭 연기하듯 그렇게 한다. (실제같이 해야지 영화가 설정한 현실에서 연기처럼 하면 그게 더 웃김) 그러나 거기서도 이 사람. 똘똘하지는 않다. 원리원칙을 지키느라 모든 것에 패스워드를 다 붙여야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 특기는 회의중에 엄마한테 전화받기 (나도 사랑해 엄마 등등) 다 된 작전에 멍청하게 굴어 코빠트리기가 취미다. 근데 이 역활을 어쩜 그렇게 귀엽게 소화해내냐고...하하 

영화 전체의 진행은 나쁘지 않다. 적당한 템포로 관객을 이끌어간다. 하지만 워낙 '대형 사건을 해결해보세' 같은 구조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지라 이 영화 역시도 스토리가 매력적으로 흐르지는 않았다. 예사롭잖은 액션 연기를 한 김하늘과 어리버리한 강지환은 결국 마지막에는 뭉쳐서 열심히 이 사건을 해결해보아요 모드가 되어버리니까.  

큰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비교적 안전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다시한번 당부하지만 별점에 현혹되지 말고 기대하지 말라. 아무 기대없이 가서 웃는게 백번 남는 장사지. 나처럼 혹 해서 갔다가 약간 피식 하다가 오는건 자기 손해다. 군데군데 폭소탄이 터질 요소들도 충분하니 적어도 웃지 못하고 나올 걱정은 접어두셔도 좋을듯.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시장미 2009-04-24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기대 안 했는데, 리뷰를 보니 보고싶네요 ^^

플라시보 2009-04-24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하지 않고 보시면 괜찮을것 같아요. 가서 많이 웃고 재미있게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