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팩스
진 브류어 지음, 최필원 옮김 / 대현문화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신문 사회면에는 날마다 끔찍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사라졌던 아이들이 끝내 처참하게 살해가 된채 발견이 되거나 퇴근을 하고 집으로 향하던 평범한 여자가 강간을 당하고 살해된다. 나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지만, 내가 죽는건 아주 늙어서 호호백발이 된 다음 노환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살지만 사실 순간 순간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끔찍한 일을 겪고 나서도 여전히 내가 나 일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한 남자가 정신 병동에 들어온다. 그는 K-PAX라는 거문고좌 근처의 행성에서 온 플롯이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의 치료를 맡고 있는 진 브류어(작가와 이름이 같다.)는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대부분의 정신병자들과 달리 플롯은 아주 특이한 모습을 보이고 무엇보다 병원의 환자들이 플롯을 통해 평화를 되찾는다. 진 브류어는 어느날 최면 요법으로 플롯을 치료하다가 플롯의 내부에, 아니 정확하게 말 하자면 플롯이 실은 로버트라는 남자이고 플롯은 그의 또다른 인격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보통 제2, 제3의 인격은 제1의 인격인 본인이 위험에 처하거나 곤란할때만 등장하는데 플롯의 경우에는 다른 다중인격자들과 달리 계속해서 플롯만 표면으로 등장해 있다. 플롯은 얼마 후 자기는 K-PAX로 돌아 갈 것이라고 말하고 진 브류어는 그 전에 어떻게 해서건 플롯의 뒤에 있는 진짜 인격인 로버트를 밖으로 불러내어 치료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약속한 날짜에 플롯은 사라지고 모든것에 반응이 없는 로버트만 남겨진다.

이 책이 공상과학에 분류되어 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주인공인 플롯이 자신이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그 부분에 대해 이 책이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실제로 책에서 플롯이 산다고 주장하는 케이펙스는 학자들 조차도 이제 막 발견하기 시작한 별로 일반인들이 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정을 해 두었다. 그 밖에도 케이펙스에서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패턴을 알아 낸다던가 플롯이 그림으로 표현한 케이펙스와 지구등의 천체도가 실제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것 등등은 플롯이 실제로 외계에서온 생명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좀더 재밌는 소설을 위해 사용된 장치일 뿐. 이 소설이 진짜 말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플롯이 만들어낸 별 케이펙스에서의 생활과 모습은 모두 로버트(플롯이자)의 삶에서 부터 출발을 한다. 그가 싫어하는 모든 것들이 케이펙스에서는 당연히 없거나 있어도 거의 존재하지 않음이나 마찬가지 이다. 이 소설은 내가 보기에 심한 정신적 상처를 입은 주인공이 결국 스스로를 치료하려고 만들어 놓은 제2인격의 도움 조차도 받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버린 이야기이다.

뜬금없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보고 사람이 미치지 않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늘 그렇듯 미쳤다와 미치지 않았다의 경계가 어디인가 하는 것도. 재밌는 책임에는 분명했지만 깔깔거리거나 유쾌할 만큼은 아니었다. 내가 볼때 이 책은 플롯과 케이펙스라는 몹시 흥미로운 장치를 입고 있기는 하지만 더없이 우울하고 착잡한 얘기를 다루고 있는 슬픈 소설이다. 하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케이펙스와 플롯이라는 존재에 대해 촛점을 맞출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케이펙스와 플롯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제일 처음 언급한 것 처럼 이렇게 험한 세상을 살다가 어느날 험한 일을 실제로 겪게 된다면 우리도 로버트처럼 플롯같은 존재를 만들어 낼 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 자신으로 사는것이 너무나 끔찍하여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내고 그 인물로 살아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라도 해서 살려고 하는 생존에 대한 인간의 집착이 잔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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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17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영화 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책도 있었는지..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