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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를 지배한 혁명가
아사쿠라 레이지 지음, 이종천 옮김 / 황금부엉이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게임이라고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겔러그와 테트리스 이외에는 해 본적이 없다. 그런 내가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에 관한 책을 읽었다는 것은 상당히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게임 자체에 관심이 없었을 뿐이지 게임 시장에 관해서는 늘 예의주시 하고 있었었다. 게임을 즐기지 않아도 게임 시장의 판도는 흥미로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동생이 게임잡지를 구독할 정도로 광이었으며 철권 버추어 파이터, 파이널 판타지, 심시티등 다양한 게임에 상당한 실력을 갖춰서 나로서는 직접 하지는 않아도 그냥 플레이 하는 것만 봐도 신이 나곤 했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 나올 당시 게임은 이미 닌텐도와 세가가 양대산맥을 이루며 거의 독식을 하고 있었다. 뒤늦게 후발주자로 뛰어든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으나 능력있는 서드파티(게임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회사들)들을 섭렵해서 곧 게임산업계의 강자로 떠 올랐다. 당시 닌텐도의 서드파티중 하나였던 스퀘어가 파이널 판타지를 소니에서 발매함으로 인해 소니는 단시간 내에 게이머들의 환영을 받게 되었다. 소니가 성공한 이유는 훌륭한 서드파티. 그리고 기존 게임기와 달리 카트리지(일명 게임팩)가 아닌 CD-Rom을 사용해서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낮추고 추가생산을 용의하게 한 것에 있다. 또 유통에 있어서도 기존의 전자상가 같은 곳을 이용했던 닌텐도와 세가와는 달리 소니는 편의점에서도 게임기와 게임CD를 판매하여서 유통 혁신을 이뤘다.여기까지가 내가 소니에 대해 아는 지식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이 모든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에는 구타라기 겐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구타라기 개인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물론 책 만으로 모든 내용을 다 소화하기는 다소 버겁지만 소니와 닌텐도 그리고 세가의 역사와 플레이스테이션 출범 당시의 상황을 약간만 짚어준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다만 너무 많은 전문 용어들이 나오고 있어서 게임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이 읽기에는 다소 버겁다.(뒷편에 용어 해설집이 있긴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그리고 초반부에 기술적인 것에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일반인에게는 다소 흥미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나 역시 초반부를 읽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고 중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탄력이 좀 붙었었다.
게임에 대해 전혀 흥미가 없는 사람들은 사실 별로 재밌게 볼 만한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극적 재미가 뛰어난 편도 아니다.(차라리 스타벅스가 그 부분에 있어서는 훨씬 재밌다.)그러나 다소 보수적인 소니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의 성공은 이례적인 만큼 여러가지 위기 상황들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은 가능하다. 플레이스테이션은 후발 주자였던 만큼 세가나 닌텐도보다 단연코 뛰어나야만 시장점유가 가능했고 또 소니에서는 컴퓨터쪽에는 재미를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지원을 얻어내기에도 힘든 상황이었다.(최근에는 컴퓨터 쪽에도 바이오의 성공으로 인해 어느정도 고무적이긴 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엔지니어인 구타라기 겐이 연구뿐 아니라 마케팅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두루 손을 대고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분명 배울점이 있다는 것을 말 해 준다.
썩 재밌는 책이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과거 슈퍼 캠보이(닌텐도의 패미콤)라도 한번 잡아본 사람들에게는 그럭저럭 읽을 만한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