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부터 말했잖아
악셀 하케 지음, 조원규 옮김, 토마스 마테우스 뮐러 그림 / 북라인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산다는건 장난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느낀다. 그 무게와 심각성에 가끔은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스스로 느끼는 것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 정도는 해야 사는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견해를 엿보기라도 하는 날이면 한없이 우울해 진다. 나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비꼬면서라도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정말 잘나서 존경심마저 불러 일으키는 그들을 보면 나란 인간이 참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들은 일찍 일어나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자신의 소비를 모두 파악하고 있으며 좋은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자신의 일이건 취미 생활이건 놀라울 정도의 에너지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사람들은 미장원에서 시간을 죽이려고 편 잡지들 속에도 등장하고 자기전에 뉴스나 보자고 켰던 TV속에서도 쉴새없이 등장한다.

내가 전부터 말 했잖아는 악셀 하게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아네 파올라가 있고 어린아들 루이스가 있으며 말하는 냉장고 보쉬가 있다. 그는 별로 특별날 것도 없는 평범한 중년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계속 보다가 보면 그는 결코 평범한 남자가 아니다. 적어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는 대신 말하는 냉장고 보쉬와 대화를 나누며 차가운 맥주를 마시는 쪽을 택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독일사람이 지은 유머러스한 책을 한권 더 봤더랬다. 그 책의 주인공 남자는 싱글이며 백수라 한없이 게으른 자신의 삶을 썼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가족이 있고 직업이 있음에도 그것에 눌리지 않고 사는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라이프 스타일은 독일인의 유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지 않는것 이라는 말을 공감하게 해 준다. 웃기긴 하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참으려고 하지만 입과 눈으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맛보게 해 준다.

재밌는 책만을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냥 재밌다라는 말로만은 표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웃는 그 속에 철학이 있고 사는것에 대한 고단함이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누가 묻는다면 재밌는 책이다 라고 대답 할 것이다. 복잡하게 설명 해 봐야 직접 읽어서 느끼는 것만은 못할 것이므로 그냥 재밌다는 말만 해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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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17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산다는 건 장난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