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헉겁할 영화를 케이블 TV에서 하지 않았다면 꿈엔들 내가 보았으리요... 그리고 하필 그 시간에 TV에서 볼 것이 3만9천원 잭 모시기 3종 면 스판바지나 코메디언 배모씨의 오삼불고기 광고외에 뭐가 하나라도 더 있었다면 이 영화를 보고 여기다 개발새발 감상문 씩이나 써 대는 일은 결단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리모콘이 고장나서 일일이 쇼파에서 TV까지 걸어가서 채널을 돌려야만 하는 상황만 아니었어도 저 영화를 보았을까 싶다.

영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미국의 대통령이 마이클 잭슨이 되고(지금은 성추행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그녀의 여동생은 가슴 노출 사건으로 역시 구설수에 올라있다. 만약 지금만 같았더라면 다른 사람이 미국 대통령직을 맡았을텐데... 암튼 맨인블랙 이후 최고의 카메오 출연인건 분명하다.) 일본 역시 가수 출신이 대통령이 되자 대통령 보좌관인 노주현씨는 대통령에게 우리 나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의 똥쭐을 바짝 타게 만든다.

그리하여 내려진  것이 이른바 가수를 모조리 다 잡아들이는 긴급조치 19호. (아티스트를 잡아들인다고 표현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다.) 이 조치에 따라 가수들은 모조리 잡히고 콘서트를 하고 있던 홍경민과 김장훈은 잡히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노주현의 딸네미인 공효진(홍경민의 팬클럽)이 혁혁한 공을 세운다. 어찌어찌 시위와 갖은 지랄을 반복한 후 긴급조치 19호를 해지하고 가수들은 무대에 서서 다시 노래하며 아이들은 악악거리는 평화의 시대가 도래한다.

사실 보면서 화장실도 갔다오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컵라면도 해 치우느라 별로 열심히 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중간중간 본 상황 만으로 감히 말을 하자면 '내사랑 싸가지'는 저 영화에 비하면 대작이다 정도의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우선 영화 자체가 말이 안된다. (가수들이 줄줄이 대통령이 되자 그럼 가수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면 되겠구나 따위의 발상을 할 만큼 우리나라가 한심하지 않다고 가정할때) 이 영화는 암만 봐도 특정 가수들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노린 영화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우리 오빠가 나왔으니 무슨 영화이건 간에 꼭 봐야해염 같은 정신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저 영화를 돈 주고 봐줄 청춘이 있다고 믿고 싶지 않다. 그래 이거고 저거고 다 좋다 치자. 허나 내가 소싯적 좋아했던, 그래서 그들이 낸 되도안한 책마저 구입한 015B의 장호일이 나올때 난 정말 심하게 상처 받았다. 아자씨! 한때 내 우상이었는데 정말 그따위로 늙을껴? 하고 확 패주고 싶었다.

조폭 마누라 이후 다시한번 코메디언 서세원씨의 넓디 넓은 발을 확인하게 된다. 같은 급인 SM기획의 이모씨도 화면에 직접 나오진 않지만(내가 못 봤을수도 있다.)엄청시리 비중있는 역으로 나온다. 신화인지 NRG인지를 잡아 족치면서 그의 은신처를 묻는데 아마 그들의 팬들은 고문 장면에서 까무라치지 않았을까 싶다. 방실이, 김흥국등 중견 가수들도 망가지기를 망설이지 않으며 주영훈은 가수와 작곡가에 이어 연기자에도 도전장을 팍 던지며 특유의 가벼워 미칠듯한 연기를 선보인다. 나이 어린 사람들을 겨냥했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 그들은 입만 떼면 은어와 욕설이다.(등장하는 어른, 애들, 가수 할것없이 다들 욕지거리의 달인들이다. 그러나 실로 두려웠던 것은 그들이 연기도 못하면서 너무도 리얼한 욕설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입에 욕이 짝짝 맞았다. 혹 실생활인가 의문이 간다.)

아까 말했다시피 김장훈과 홍경민이 주인공인데 시위하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그들의 히트곡을 시위가로 부른다. 피켓과 깃발을 휘날리며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몰라도'를 부르다 갑자기'미안해 내 친구야' 를 비장한 얼굴로 이어부른다. 정말 코메디 따로 없다. 물론 다들 가수를 좋아한다. 나도 그랬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리고 나이가 어릴수록 그래서 먹고 사는데 큰 신경 안써도 되는 한가한 청춘일수록 가수며 배우며 사랑할 시간이 넘쳐서 맘껏 사랑할 수 있다. 그런데 가수나 배우를 좋아하면 다 바보인가? 서세원은 이 영화에서 그들을 맘껏 기만하고 있다. 늬들은 오빠들을 좋아하는 멍충이들이니까~ 영화를 암만 개판 쳐 놔도 와서 봐 줄꺼지? 오빠가~ 오빠들 등장하는 영화 계속 만들어줄께에~ 하면서 말이다.(서세원씨 스타일로 읽어주기 바람)

이건 아이들을 위하기는 커녕 농락하는 영화이다. 머리에 허연 두부만 들어 앉았을꺼란 가정 하에 그들을 좋아해주는 팬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짓이다. 가수가 떼거지로 나온다고 해서 꼭 이런 거지같은 영화가 나와야 하는건 아니지 않는가. 이 영화는 순전히 인맥 동원해서 가수들 끌어모아 시나리오 없이 막 가져다 찍은 것 밖에는 안된다. 당시에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을 가수들이 인정에 못이겨 이 영화에 출연했다고 나는 굳게 믿고 싶다. 이 영화를 찍고 나서 정말 팬들에게 꼭 봐 달라고, 열심히 찍었다고 가슴에 손을 올리고 말 할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간만에 호러틱한 영화 한편 봤다고 생각하며 맘을 진정시킬란다.(호러라기 보다 정신적 테러를 당한 기분이다.)

경고 : 왠만하면 비디오로 빌려보지 않으시기 바라며 혹 케이블에서 해 주더라도 채널 돌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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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2-1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가 나왔을 때, 각계에서 혹독한 비판이 있었지요. 무뇌아 영화니 뭐니 하면서요. 조폭마누라가 히트했을 때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전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서세원이 영화인이 아니니까 정도를 벗어난 비난을 퍼붓는 게 아니냐구요. 하지만 이걸 비디오로 빌려 보고나서, 영화에 비해 비난이 덜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낭만자객>이나 <해피에로크리스마스>에 대해서는 그렇게 욕을 안한 걸 보면, 영화인이 아닌 사람이 만든 거라서 더 욕을 먹었다는 제 주장이 일리는 있는 것 같지 않나요?

나방 2004-02-12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황이 어떻게 되서, 요즘 동네 대여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자주 들렸던 곳이고,
빌리면 반납잘 안하는 블랙리스트중 한사람인데, 제가 막상 알바를 하니깐 반성하게 되더라구여. 일이 다른게 아니라, 연체자들 관리하는게 정말 일입니다. 일일이 문자를 보내고 집에 전화해야하고, 한두명이 아니니깐 버겁죠. 그리고 잘안빌려갈것같은 비디오들이 너무 잘나가서 놀랄때도 있습니다. 황산벌 위대한유산 낭만자객 엄청난 인기를 달리고 있답니다.
제일난감할때가 이거 재밌어요?하고 물어볼땐데, 정말 더럽게 재미없이 봤어도 그렇게 대답못합니다. "아직 안봐서 모르겠어요" 라고 하거나 "그냥 볼만해요" 라고 얼버부려요. 그래도 귀신같이 아는사람은 알더라구요. ㅎㅎ

플라시보 2004-02-12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마태우스님도 이 영화를 보셨구만요. 낭만자객과 해피에로크리스마스는 둘 다 못봐서 뭐라고 할 말은 없습니다만. 이 영화 보다는 차라리 조폭마누라가 나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방님 비디오 대여점 알바 하신다구요? 과거 울 엄마 비됴 대여점 해서 잘 압니다. 상습 연체자들 그리고 연체료 내라고 하면 막 인상 그리는 사람들...흐흐. 전 연체료 빼돌리는 재미로 늘 엄마에게 비됴가계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신프로 나오면 내가 먼저 봐야하니까 손님 와도 없다고 하고(가계에 버젓이 틀어놓고 보면서 없어요 하다가 손님이 저건 뭐요 하면 제가 보는건데요 하면서 뻔뻔스러웠던 시절도 있습니다.) 그래서 망했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저는 재밌냐고 물어보면 그 사람이 빌려간 비디오 리스트를 화면에 띄워놓고 수준에 맞는걸 골라줬습니다. 예를들어 낭만자객, 해피에로 크리스마스, 내사랑 싸가지 이렇게 빌려간 사람이라면 긴급조치 19호 재밌어요 한다면 전 그럭저럭 재밌어요. 했습니다. 그 사람이 만약 피아니스트 재밌어요 하면 글쎄요.. 하면 안 빌려 가더라구요^^

마태우스 2004-02-12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남동생이 비디오대여점을 했는데... 그러고보니 알라딘 분들 중 비디오대여점과 관계가 있는 분이 꽤 많으시군요^^ 그리고...<낭만자객>이 인기품목이라니, 마음이 아픕니다.

야초 2004-02-12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에 액션티비인가 하는 케이블 프로에서 긴급조치19호를 봤어요, 플라시보님 말씀그대로 정말~ 다른 채널에 볼 꺼리가 없었다죠 뭐 그래도 아는 얼굴들이 많이 나오고 또 가수들이 욕설을 해대는 장면들이 우스워서 채널을 고정시키고 있었드랬죠. 맞습니다 발상 자체가 말이 안되는 거죠 거기다가 감독이라는 포지션의 존재유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잡하고 엉성하기 그지없는 이야기 플롯으로 대충대충이어가는 듯해서 어이가 없었어요 영화 규모자체로만 보자면 엑스트라 동원수도 만만치 않고 군부대가 출연하는 장면도 보자니 그런 부분부분의 장면들만 보자면 쉬리를 연상할만큼 쓰잘데기없이 돈도 많이 들인 듯 하구요 그리고 평론을 읽고 영화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작년 7월을 마지막으로 폐간을 하게 된 키노라는 잡지를 통해서 워낙 저 영화의 인상이 안좋게 박혀서 도저히 볼래야 볼 기회가 없었죠

영화 매니아가 될만큼 많은 영화를 본건 아니지만 한편 한편의 영화가 나올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관련정보를 습득하는 편이어서 그런지 이래저래 줏어듣는 정보가 많습니다 내사랑 싸가지나 에로해피크리스마스, 낭만자객 같은 류의 영화가 아니면 강우석, 강제규 감독 같은 실력있는 감독들이 만드는 영화 딱 두 종류만 너무 부각되는 것 같아서 조금 씁쓸합니다

코미디나 멜로물 같은 부분도 장르 영화에 있어서 분명히 재미난 장르의 소재이고, 중요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영화장르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게 아니라 중심부로서 자리를 잡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세상살이에 비교를 하자면 인생이 코미디와 멜로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다보니 서툰 글로 별로 간단하지 않은 글을 쓴 것 같아요 태극기 휘날리며가 보고 싶네요 ^_^

플라시보 2004-02-13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그날 다른거 볼게 없었다는 제 말이 증명되는 순간이군요.(내심 '뻥까지마. 너 끌려서 본거지? 할까봐 얼마나 쫄았던지^^)
님의 말씀처럼 딱 두 종류만 부각되는 느낌을 저도 받았더랬습니다. 키노도 참 오래 봐 왔던 잡지인데 폐간이 되었군요. 씨네 21은 제가 1호를 가지고 있는데 아직도 꾸준하게 잘 나오고 프리미어 역시 우리나라 잡지가 아니라 그런지 별 이상 없어 보이고(친구 동생이 기자인지라 별 탈 없어야만 합니다. 흐흐)
태극기 휘날리고는 볼 만 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지만 그만하면 영화 괜히 봤잖아라는 말 보다는 잘 봤다라는 말이 나올거라 생각됩니다.
저는 어제 '사랑할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을 봤는데 정말 유쾌하고 재밌게 잘 봤습니다. 님도 기회 닿으면 보시기 바랍니다.